오염수 규탄 2차 범국민대회, 55차 촛불대행진 열려
"역사 무시, 오염수 무시 … 윤 끌어내려야 국민 살아"
홍범도 흉상 철거…"독립 잊으면 육군은 자위대 2중대"
여의도 교사 20만 운집 "윤석열 교사탄압 중단하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2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인근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윤석열정부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9.2. 연합뉴스
윤석열 정권이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투기를 사실상 용인한 데 이어 독립 영웅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를 추진하자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시민들은 윤 대통령에 대해 '매국노' '매판세력'라고 칭하며 정권 퇴진, 탄핵을 촉구했다.
2일 오후 4시 서울시청 광장 부근 세종대로에서는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과 더불어민주당·진보당·기본소득당 주최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방류 용인 윤석열 정권 규탄 2차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 5만 명(주최 측 추산)은 "일본정부 대변하는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 "일본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라" "윤석열 정부는 일본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라"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즉각 중단하라"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국수산업경영인 중앙연합회 완도지부 김삼호 수석부회장은 연단에 올라 "대통령이 역사도 무시, 오염수도 무시, 민생도 무시, 수산업도 무시하고 '각자도생'하라 한다"며 "왕이라 칭하는 사람을 용산에서 끌어내려야 한다. 그래야 어민도 살고, 국민도 살며 이 나라도 구해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국민들이 무서우면 지금이라도 기시다한테 전화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중단하라고 말하라"며 "그리고 국민 앞에 머리를 숙여 죄송하다고, 용서해달라고 하라"고 외쳤다.
전국먹거리연대 권종탁 집행위원장은 "110여 년 전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자존심을 내팽개치고 자신들의 안위와 부귀영화를 위해 나라를 팔아먹은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매국노 매판세력이라 부른다"며 "핵 오염수로부터 국민 건강과 안전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도 없이 오히려 국민저항을 탄압하고, 일본 해양투기를 대변하는 이 윤석열 정부야말로 매국노이고 매판세력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인근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윤석열정부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9.2
야3당 대표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상임대표는 "핵 오염수 방출이 우리와 다음 세대에 어떤 영향 미칠지 밝혀진 게 하나도 없으니까 너무나도 불안하다 하는데, (정부는) 국민들이 선동됐다고 이야기한다. 심지어 대통령은 그런 국민들과 싸우겠다 선언까지 했다"며 "어느 나라 대통령이 공공연하게 국민과 싸우겠다고 말하나. 그게 제대로 된 대통령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정권, 국민을 조롱하는 정권, 심지어 국민과 싸우겠다는 정권, 우리 국민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진보당 강성희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은 방류 반대라는 말을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고 있다. 도리어 이제는 일본 각료도 이야기하지 않는 핵 오염수를 처리수로 변경하겠다고 한다. 이뿐인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하면서 자랑스러운 독립운동의 역사를 지우려 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이것에 대해 비판하는 국민들에게 공산전체주의 세력, 반국가세력이 반일감정 선동하고 있다면서 비난하고 있다. 우리가 반국가, 공산주의세력이냐"고 했다. 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야말로 친일 사대주의, 반국민세력 선봉에서 친일 반민족행위를 하고 있다"며 "21세기 친일 부역자"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외국이 대한민국의 영토를 침범하고, 해양주권을 침범하면 당당하게 대통령이 나서서 이건 아니다, 방류 중단하라 말할 수 있는 대통령을 원치 않았나. 일본이 비록 침략의 야욕을 드러내더라도 동해는 동해일뿐 일본해가 아니다, 미국은 일본해 표기를 중단하라고 외칠 수 있는 대통령을 원하지 않았느냐"고 외쳤다. 그러면서 "우리가 꿈꾸는 나라, 비록 이루지 못했을지라도 이 나라가 과거로 퇴행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우리 함께 포기하지 말고, 손잡고 함께 막아내자"고 역설했다.
이날 집회에는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공연과 일본 대사관을 항의 방문했던 진보대학생넷 소속 학생들의 공연 등도 있었다. 시민들은 집회를 마친 뒤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행진했다. 주최 측은 오는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55차 촛불대행진이 참가한 시민들이 2일 광화문 광장을 행진하고 있다. 2023.9.2. 이호 사진작가
"독립 정신, 혼 잊으면 육군은 자위대 2중대"
오후 6시부터는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이 55차 촛불대행진을 개최했다. 2만 명(주최 측 추산) 시민들은 "핵테러국 일본대사 철회하고 일본대사관 폐쇄하라" "일본의 핵테러 부역자 윤석열을 탄핵하자" "국민에게 전쟁선포 윤석열을 몰아내자" "주가조작 도로조작 역사조작 윤석열 탄핵하라" "우리가 홍범도다 매국노들 몰아내자" "항일정신 이어받아 친일매국노 윤석열을 몰아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안보 전문가인 김종대 전 의원은 연단에 올라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에 대해 "뉴라이트와 일부 국민의힘 의원이 작당해서 용산 대통령실과 연결해 첫 번째 기획을 한 것"이라면서 "(뉴라이트와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군의 뿌리가 신흥무관학교, 대한광복군이 아니고 1947년 미군정 하에 국방경비대에서 장교한테 영어 교육시키던 영어학원이 다시 육군의 뿌리라고 막말을 지껄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이렇게 되면 우리 육군사관학교에서 더이상 독립항쟁 정신은 찾아볼 수 없고 완전히 지워진다. 이런 학교에서 배우는 우리 육사생도들이 독립 정신의 혼을 잊고 군사영어학교의 친일파 장군 선배들의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이 나라 육군은 일본 자위대 2중대가 된다"며 "혼이 없는 군대는 국가안보에서 백전백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언대에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일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게이트를 파헤친 민주당 소속 여현정 양편군 의원도 올라왔다. 지난 1일 국민의힘 소속 양평군의원 5명은 양평군청 공무원과의 대화를 외부에 공개했다는 이유로 여 의원을 의회에서 제명했다. 양평군 의회는 총 7명 중 5명이 국민의힘 소속이다. 민주당 소속 최영보 의원도 공개사과 조치가 결정됐다.
2일 서울지하철 시청역에서 숭례문 앞에서 열린 55차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9.2. 이호 사진작가
여 의원은 "심사에 앞서 열린 윤리특위 자문위에서도 여당이 추천하는 자문위원이 더 많이 모였지만, 경고 정도하는게 어떻냐고 권고했음에도 무리하게 제명 결정을 내렸다. 역풍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제명한 진짜 이유는 고속도로 의혹이 드러나는 게 두려워서, 제가 그것을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진실 밝혀내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징계 당하고 제명된 이유가 도둑질한 것을 밝히고 드러낸 것이라면 종점을 훔치고 국정을 농단하고 역사를 왜곡하고 역사를 훔치고 국민의 미래를 훔친 저 윤석열은 국민들에게 대한민국에서 완전히 제명돼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이제 윤석열 차례다. 끝까지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촛불문화제 형식으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시국미사에서 성가 공연을 맡았던 밴드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의 공연과 촛불시민들의 개사곡 경연 대회 등도 진행됐다.
시민들은 집회를 마친 뒤, 명동과 종로, 일본 대사관, 미국 대사관을 지나 광화문 사거리까지 행진했다. 행렬 맨 앞에는 안중근 의사의 대형 단지기와 홍범도·여운형·김좌진·안중근·김구·김원봉·지청천·이회영 등 항일독립군 8인의 초상이 섰으며, 양쪽으로 척양왜척·보국안민·제폭구민·윤석열 탄핵·윤석열 퇴진·윤석열 추방 등의 문구가 적힌 6개 만장이 세워졌다.
시민들은 도심을 통과하며 "윤석열을 몰아내자" "국힘당을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명동과 종로, 광화문 거리의 시민들도 행렬에 손을 흔들거나 박수를 보내고 구호를 따라 외쳤다. 일부 시민들은 스마트폰으로 사진과 영상을 찍기도 했다.
시민들은 일본대사관 앞에서 방사능 위험 표지와 '핵테러 투기공범 윤석열' '핵테러 투기범 기시다' '핵테러 투기 뒷배 바이든' 등의 문구가 그려진 노란색 풍선을 터뜨리는 상징의식을 했다. 한미일 정상의 얼굴이 올라간 핵 폐기물 드럼통 모형을 방망이로 치는 의식도 진행됐다.
교사들이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를 열고 있다. 2023.9.2. 연합뉴스
초등교사 "죽음이냐, 죽을 것 같은 삶이냐"
이날 행진은 이순신 동상이 있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정리 집회를 가진 뒤 마무리 됐다. 정리 집회에서는 초등학교 교사가 행진 차량에 올라 발언을 했다.
서울 서이초 교사 49재를 이틀 앞둔 이날 국회의사당 인근에는 20만 명(주최 측 추산)의 교사들이 집회를 열었다. 7주째 토요일마다 열린 교사들의 자발적 집회 중 가장 큰 규모다. 국회 정문에서 여의도공원까지 행렬이 이어졌다. 최대 인파가 모인 것은 최근 경기 고양, 전북 군산에서 초등 교사가 잇따라 목숨을 끊은 영향으로 보인다.
교사들은 오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지정하고 집단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집단행동에는 20만 명 이상의 역대 최대 인원이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4일 임시 휴업을 강행한 학교장이나 당일 특별한 사유 없이 연가·병가를 사용한 교원에 대해 최대 파면·해임 징계까지 가능하고 형사 고발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경기 지역에서 근무하는 20년 차 교사 A 씨는 "지금 교사들이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로 힘들어하는 것은 학교가 학생의 모든 것을 책임지기에는 인력도, 시간도, 예산도, 권한도 없는데 교사의 소명도 듣지 않고 법과 책임만 들이대며 교사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학교"라며 "교사들은 이대로 죽음이냐, 아니면 죽을 것 같은 삶이냐, 둘 중 하나 선택해야 한다. 이대로 안 되겠다 생각해서 학교밖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A 씨는 "오늘 20만 명이 나왔는데도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교권보호 대책이라는 것은 별 실효성도 없고 교사, 학생, 학부모간 갈등과 분란만 키우고 있다. 정부 대책은 선언적일뿐 실질적 지원도 없고 지원마저도 줄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내년 공립학교 신규 교사 수를 1500명 이상 줄이고, 교육예산은 6조 3000억 원이나 삭감하겠다고 한다. 부자세는 감세하면서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며 "공교육 멈춤은 공교육 살리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다. 윤석열 정부는 교사 탄압 중단하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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