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 50만, 우리도 적이냐” 한국 정부에 따져

 

카자흐스탄 고려인 동포들이 1일(현지시각) 알마티 고려극장에 있는 홍범도 장군의 대형 사진 앞에서 흉상 이전 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알마티/연합뉴스
 
 

육군사관학교가 교내에 있던 홍범도 장군 흉상을 외부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에 그가 말년을 보낸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동포들이 이전 계획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리 류보피 카자흐스탄 국립아카데미 고려극장 예술감독과 박 드미트리 홍범도 장군 기념사업회 카자흐스탄 지회장 등 고려인 동포들은 1일(현지시각) 알마티 고려극장에서 흉상 이전 계획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고려극장 안에 있는 홍범도 장군의 대형 사진 앞에서 ‘한일독립전쟁 영웅 홍범도 장군, 모셔갔으면 제대로 모셔라’, ‘홍범도 장군 공산당 이력이 문제면 내 가족과 고려인 동포 50만명도 모국의 적인가’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이전 반대의 뜻을 표명했다.

지난 2021년 홍범도 장군 유해봉환 현장에 있었다고 밝힌 박 지회장은 “당시 홍범도 장군이 아름다운 해방된 조국의 품에 안겨 영면하시겠다고 생각하면서 마음 뿌듯해했고 한국이라는 나라를 자랑스럽게 느꼈다”며 “그러나 다섯 분의 독립전쟁 영웅 중에서 홍범도 장군의 흉상만 철거한다는 소식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면 공산당원이었던 돌아가신 내 부친도, 옛 소련에서 태어나고 인생의 절반 정도를 소련 체제 속에서 살았던 나도 제거 대상인가. 21세기에 공산당도 소련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은 지 30년이 넘었는데 이게 말이 되는가”라고 지적했다.

리 예술감독은 “체제와 정권이 바뀔지라도 홍범도 장군은 우리 민족의 독립전쟁 영웅”이라며 “그가 8천만 겨레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도록 고려극장은 있는 힘을 다하여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달 31일 육군사관학교에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을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홍 장군의 소련 공산당 가입 이력 등을 문제 삼았다.

독립군 지도자 홍 장군은 스탈린 정권의 한인 강제이주 정책으로 연해주에서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이주한 뒤 1943년 75살의 나이로 별세했다. 그는 카자흐스탄 등지 고려인들의 정신적 지주로 꼽힌다.

< 박고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