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인구 85%가 서울로 출퇴근? 사실은 12.7%

조선일보 등 친윤 매체 무조건 받아쓰기로 퍼뜨려
김포 시민 84%가 편입 찬성? 사실은 국힘 당원들
'김포을 전진대회 및 당원교육' 행사에서 즉석 조사
장밋빛 청사진? '김포구' 되면 세수 수천억 감소해
그 돈 고스란히 서울시로 넘기고 김포는 가난해져

 

집권여당의 '메가 서울' 구상의 출발점은 경기도 김포시 서울 편입론이다. 이를 뿌리 삼아 구리, 성남, 광명, 고양 등으로 가지를 뻗치며 '서울 확장론'을 키우고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내세우는 김포 편입론은 그 근거가 워낙 부실해 뿌리부터 썩어들어가는 형국이다. 노골적 거짓말 또는 교묘한 눈속임이 난무하는 엉터리 논리 중 우선 몇 가지를 꼽으면 다음과 같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오른쪽)가 30일 김포골드라인을 관리하는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연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유의동 정책위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3.10.30. 연합뉴스

 

김포 인구 85%가 서울로 출퇴근? 친윤 매체들 무조건 받아쓰기

 

"실질적으로 이 도시에서 출퇴근하는 인구의 85% 정도가 서울로 출퇴근을 한다니까, 그런 특수성을 담아 이야기를 하니까 저희가 수긍을 하는 거고요."(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김포는 서울에 붙어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물류, 출퇴근도 81.5%를 서울로 하고 있지 않습니까."(김병수 김포시장)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이 김포골드라인을 관리하는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개최한 '수도권 신도시 교통 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나왔던 발언이다. 간담회에는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당 소속 경기도·김포시 단체장 및 시의회 의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국토교통부 강희업 대도시광역교통위원장도 동행했다.

바로 이 자리에서 김기현 대표가 "김포를 서울로 편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당 내부 검토 결과 결론을 내렸다"고 밝히면서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 여당 당론으로 공식화했던 것이다. 대상을 서울 인접 다른 도시들로까지 확대하는 '메가 서울' 구상도 이날 간담회를 통해 처음 공론화했다.

여기서 편입 명분의 주요 근거로 제시됐던 '출퇴근 인구 85%'는 친윤 매체들의 보도를 통해 집중적으로 확대 재생산됐다. 대표적으로 조선일보는 1일자 사설 <60년 만의 '서울 확장', 지방 메가시티 조성과 함께 추진을>에서 "서울이 더 커지지 못하니 외곽에 다수의 위성도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며 "김포시 주민의 85%가 서울로 출근하는 등 위성도시와 서울은 단일한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고 옹호했다.

문화일보 역시 사설 <김포의 서울 편입 '역발상' 장단점 따져볼 만하다>에서 "김포 인구의 85%가 서울로 출퇴근하는 상황에서 지옥철로도 불리는 김포골드라인 혼잡을 완화할 지하철 5호선 연장 필요성 등도 서울시 편입 주장에 힘을 보탠다"고 했고, 세계일보도 사설 <김포 '서울 편입', 타당성 충분히 논의해 추진해야>를 통해 "김포시 인구 85%가 서울로 출퇴근하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립 과정에서 서울시와 합의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던 점을 감안하면 무리한 요구는 아니다"라고 두둔했다.

 

4일 오전 서울 지하철 9호선 김포공항역에서 승객들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일 서해선 대곡∼소사 구간이 개통하면서 김포공항역은 5개 노선이 지나는 환승역이 됐다. 2023.7.4. 연합뉴스

 

김포골드라인 탑승객 중 김포공항역에 내린 사람 비율을 뻥튀기

 

그런데 김포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80%대라는 유의동 정책위의장과 김병수 김포시장, 그리고 언론들 주장은 사실일까? 결론적으로 이는 가짜뉴스다. 올해 9월 기준 김포시 인구는 총 48만 5000여 명인데 이 중 40만 명 이상이 평일에 매일 서울 소재 직장으로 일하러 간다는 건 상상하기도 어려운 광경이다.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자 24만 8900명으로 대상을 좁혀도 20만 명 넘는 김포 시민이 서울에 직장을 두고 있다는 건 납득이 잘 안 된다.

알고 보니 이 80%대라는 숫자는 '김포골드라인 탑승객 가운데 서울에서 하차한 인원'을 말하는 것이었다. 김포시에 따르면 지난 10월 16일 출근 시간대인 오전 7~9시에 김포골드라인 승차 수요를 조사했더니 1만 3838명이 탑승했다고 한다. 그 가운데 서울시 통행 수요, 즉 행정구역상 서울에 속하는 '김포공항역'에 하차한 인원이 1만 1279명으로 81.5%를 차지했다는 얘기다.

김포골드라인은 경기도 김포시와 서울특별시 강서구를 잇는 경전철 노선으로 총 10개의 역을 거친다. 기점인 양촌역을 비롯해 9개 역은 소재지가 김포이고 종점인 김포공항역은 서울에 속한다. 그러니 김포골드라인 탑승자만을 대상으로 통행 수요를 조사하면 마지막 김포공항역에서 내리는 비율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포공항역에 도착한 뒤 다른 교통수단으로 환승해 서울 이외의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김포공항역은 5개 노선이 지나는 환승역이다.

그럼에도 김병수 김포시장은 마치 김포 전체 주민 가운데 81.5%가 서울로 출퇴근하는 것처럼 두루뭉술하게 말한 것이다. 심지어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이를 85%로 더 부풀렸는데, 이 숫자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81.5%로 보고를 받은 뒤 인용 과정에서 착오를 일으킨 게 아닌가 추정된다. 이 잘못된 수치를 또 조선일보를 비롯한 여러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는 바람에 '서울 출퇴근 인구 85%'가 사실처럼 굳어진 것이다.

 

30일 김포골드라인을 관리하는 김포한강차량기지에 정비사들이 열차를 점검하고 있다. 2023.10.30. 연합뉴스

 

가장 공신력 높은 통계청 조사 따르면 서울 통근·통학 인구는 12.7%

 

그러면 진실은 무엇인가. 가장 공신력 높은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김포시에서 서울로 통근하거나 통학하는 인구(12살 이상)는 6만 명으로 12.7%에 그친다. 이는 경기도에 있는 31개 시군구 가운데 11번째로 한참 '후순위'에 속한다. (인구주택총조사는 매년 진행되지만 통근·통학 등 세부적인 특성 항목은 5년 주기로 작성되기 때문에 2020년 조사가 가장 최근 자료다).

'2020 인구주택총조사'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기도 전체에서 매일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사람은 125만 5518명이다. 그중 고양시가 16만 3298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서 성남 12만 8860명, 부천 10만 5457명, 남양주 10만 2004명, 용인 9만 1605명 등의 순이다. 김포는 인구 47만 3970명 가운데 6만 4명이 서울로 통학·통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지자체 별 '인구 대비' 서울 통근·통학 비율로 따지면 광명시가 20.4%로 1위를 차지했고 하남 20.2%, 과천 19.9%, 구리 19%, 고양 15.1%이 뒤를 이었다. 이렇게 비율로 집계하면 김포는 경기도 31개 시군구 가운데 10위다.

'출퇴근하는 인구의 85%'로 최대한 범위를 좁게 잡아도 유의동 의장 발언은 사실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서 김포의 전체 통근·통학 인구는 24만 7724명으로 이 가운데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인구는 24.2%를 차지할 뿐이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특별시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거리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3.11.1. 연합뉴스

 

김포 시민 84%가 서울 편입 찬성? 라디오 인터뷰서 대놓고 기망

 

'김포 인구의 85%가 서울로 출퇴근'과 쌍벽을 이루는 가짜 논리가 '김포 시민 84%가 서울 편입 찬성'이다. 이는 홍철호 국민의힘 김포을 당협위원장이 내놓은 주장이다. 그는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국민의힘 지도부에 가장 먼저 제안한 인물로 알려져 있는데, 이미 지난 9월부터 '경기북도? 나빠요, 서울특별시! 좋아요'라는 현수막을 김포 시내 곳곳에 내걸었다. 홍 위원장은 김포에서 새누리당 소속으로 재선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김병수 김포시장이 그의 보좌관 출신이다.

홍 위원장은 지난 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제가 지난 9월 10일에 시민 2500명을 모시고 체육관에서 교육을 하면서 현장 설문조사를 했다"며 "김포시 서울 편입 문제를 가지고 설문조사를 했는데 1750명이 응답했고 그 중 85%가 서울 편입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 조사를 한 거니까, 그랬더니 대체적으로 시민들 의견이 '최선이 서울시 편입이다' 이렇게 보시는 것 같다"면서 "그걸 제가 당 지도부에 설명드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역시 내막을 알고 보면 어처구니없는 과장이고 의도적인 기망이다. 그가 설문조사를 벌였다는 '체육관 교육'의 정식 명칭은 '2023 국민의힘 김포을 전진대회 및 당원교육'이다. 지난 9월 10일 김포시 마산동 소재 김포생활체육관에서 열렸으며 국민의힘 당원 약 2000명이 체육관 1층과 2층을 가득 메웠다고 한다.

 

지난 9월 10일 김포시 마산동 소재 김포생활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김포을 전진대회 및 당원교육' 행사에서 홍철호 당협위원장이 당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포신문 사진 캡처

 

순전히 국힘 내부 행사에서 당원들 상대 설문조사…100% 안 나온 게 이상

 

총선 승리를 위한 결의를 다졌다는 이날 행사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직접 참석해 축사를 했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축하 영상을 보냈다. 이밖에 김성태 전 원내대표, 윤희숙 전 의원,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김병수 김포시장, 김인수 김포시의회 의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윤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유일한 정치인이 홍철호 위원장"이라며 "홍 위원장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면 3선 의원이자 원내대표로서 김포의 교통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고 지지를 당부했다. 홍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김포시를 위한 국민의힘 10대 희망'을 발표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김포시를 경기북도보다 서울로!'다.

즉, 이 자리는 순전히 국민의힘 내부 행사였던 것이다. 현장에 모인 열혈 당원들을 상대로, 그것도 김포가 서울에 편입돼야 한다는 교육을 한 뒤 즉석 설문조사를 벌이고는 "김포 시민 84%가 서울 편입에 찬성했다"고 선전했다. 이는 확대 해석 정도가 아니라 사기에 가깝다. 찬성 비율이 100%가 아니라 84%에 그친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2일 경기 김포시 한 도로에 ‘김포시→서울편입 공론화’를 환영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3.11.2. 연합뉴스

 

'김포시'에서 '서울시 김포구' 되면 지방세수 3000억 원 이상 감소

 

국민의힘 측은 김포시가 서울특별시의 자치구로 편입되면 교육, 환경, 교통 인프라 등 온갖 부문에서 신세계가 펼쳐질 것처럼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편입이 현실화할 경우 김포의 지방세수 규모가 이전보다 최소 2587억 원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3일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실이 김포시로부터 받은 '2023년도 김포시 본예산' 자료에 따르면 김포시의 올해 예산 1조 4063억 원 중 시가 거둬서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市)세'는 약 2587억 원이다. 시세에는 주민세와 자동차세, 담뱃세, 지방소득세, 지방소비세 등이 포함된다.

현재는 김포시가 김포시민들로부터 시세를 거둬 시 자체 예산으로 쓰고 있지만, 서울시로 편입돼 '김포구'가 되면 이 돈 2587억 원을 고스란히 서울시에 넘겨야 한다. 해당 예산을 관리하고 사용처를 결정하는 주체가 일개 구청이 아닌 서울시가 되기 때문이다.

강 의원은 올해 1520억 원 규모였던 김포시의 재산세도 서울시로 편입되면 반 토막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시는 현재 각 구로부터 재산세를 걷은 뒤 절반은 시 예산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각 구에 'n분의 1'로 나눠서 전달한다. 그러다 보니 세금을 많이 거둬들인 구와 적게 걷은 구 모두 같은 액수의 재산세를 받는다. 지난해의 경우 가장 많은 재산세를 걷은 강남구는 4134억 원의 재산세수를 서울시로 넘겼지만 이중 772억 원을 배분받았고, 가장 적은 157억 원의 재산세를 걷은 강북구도 서울시로부터 똑같이 772억 원을 받았다.

결국 시세와 재산세를 합쳐 30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세수가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측은 이런 현실적인 문제는 일절 말하지 않고 있다. 적극적인 거짓말은 아니라도 속임수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2024년 서울시 예산안 발표 기자설명회에서 김포시의 서울 편입과 관련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11.1. 연합뉴스

 

서울시도 세수 부족 허덕여…"교통 문제 해결? 무조건 김포시로 남아야"

 

이와 관련해 여선웅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은 페이스북에서 "김포시가 전국 최고 부자구인 강남구보다 예산이 더 많다. 2023년도 김포시 본예산이 1조 4700억 원인데 강남구는 1조 2800억 원"이라며 "서울시 자치구가 되면 김포시는 지금보다 가난해진다. 지방세인 주민세, 지방소득세, 자동차세, 담배소비세를 걷지 못해 세입이 수천억 원 이상 줄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세는 시와 자치구에 따라 항목이 다르다. 시는 재산세, 주민세, 지방소득세, 자동차세, 담배소비세를 걷지만 구는 재산세와 등록면허세만 받을 수 있다. 여선웅 전 정책관은 "2023년도 지방세 수입으로만 보면 김포시가 4200억 원, 관악구는 1300억 원, 강남구는 6000억 원이다. 지방세가 관악구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보면 된다"면서 "이뿐 아니다. 지방교부세 금액도 줄어든다"고 경고했다.

이어 "결론은 김포시가 서울특별시로 편입되면 엄청난 재정적 손실이 생긴다"며 "서울시가 보전해주지 않는다. 심지어 서울시도 요즘 세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회사로 따지면 1조 4000억 원 가치의 회사를 절반 정도 다운그레이드 하겠다는 것"이라며 "김포시장이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해 1조 4000억 원 김포시를 8000억 원의 자치구로 만든다면 이것이야말로 배임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다른 글에서는 "서울시 내년도 예산이 13년 만에 줄었다. 가장 많이 깎은 분야가 교통 분야"라며 "작년에 오세훈 시장이 경전철 사업 적자가 심하다고 속도 조절하겠다고 했다. 서울시가 새로 지어야 하는(짓고 있는) 노선이 현재 9개다. 위례선, 위례신사선, 목동선, 동북선…"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서울시한테 5호선 연장은 몇 번째 우선 사업이 될까? 다른 지역보다 먼저 해결해 줄 수 있을까? 만약 해준다면 다른 구가 가만히 있을까?"라며 "김포시는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서울로 오지 말고 무조건 김포시로 남아있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 시민언론 민들레 김호경 에디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