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연동형 + 준위성정당’ 결단... “칼 든 상대에 방패라도 들어야”
민주당 “정권심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통합형 비례정당 추진”
준연동형 유지하되 ‘통합형 비례정당’ 을 추진
위성정당 논란 의식 네차례 사과 ·고육책 강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며 오는 4월 총선에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다른 야당과 공동으로 비례대표 후보를 내는 ‘통합형 비례정당’을 추진하겠다며 “위성정당에 준하는 ‘준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된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5·18 민주묘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준연동제는 불완전하지만 한 걸음 진척된 소중한 성취”라며 이렇게 말했다.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두고 좌고우면하는 듯했던 이 대표는 전날까지만 해도 ‘권역별 병립형’으로 기울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이를 뒤집고 현행 유지를 택했다. 그러면서 “깨어 행동하는 국민들께서 ‘멋지게 이기는 길’을 열어주시리라 믿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11월28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2016년 20대 총선까지 적용했던 병립형 비례제 회귀에 무게를 실었던 자신의 발언을 ‘대국민 호소’로 바꾼 것이다. 이로써 이 대표는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준연동형제를 유지하겠다고 한 지난 대선 때부터의 ‘약속’은 지키게 됐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정권 심판과 역사의 전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준연동제의 취지를 살리는 통합형 비례정당을 추진하겠다”며 “‘민주개혁선거대연합’을 구축해 민주당의 승리, 국민의 승리를 이끌어내겠다. 민주개혁 세력의 맏형으로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적으로 그 책임을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야당과 시민사회의 요구를 수용해, 다수 야당이 참여하는 비례대표용 정당을 만들어 총선에 공동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 들머리에서 총선에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뒤 ‘준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된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 숙이고 있다. [김경호 기자]
다만, 이 대표는 ‘통합형 비례정당’이 “준위성정당”이라는 점을 사과하며 “같이 칼을 들 수는 없지만, 방패라도 들어야 하는 불가피함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달라”고 했다. 이런 결정의 배경이 국민의힘 탓이라는 것이다. 통합형 비례정당을 포함해 ‘위성정당 금지 실패’를 두고 이날 네차례 사과한 이 대표는 “거대 양당 한쪽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패배를 각오하지 않는 한 다른 쪽도 대응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국민의힘이 △위성정당 금지 △권역별 병립형을 도입하는 대신 지역구와 이중등록 허용 △소수정당 30% 할당 또는 권역별 최소 정당득표율 3%에 1석 우선 배정 방안 등 민주당이 내놓은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고 밝혔다. < 임재우 - 강재구 기자 >
이재명, 병립형 심사숙고 끝 준연동형 결단…‘선거제 퇴행’ 압박에 방향 튼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로 결론을 내린 것은 명분을 지켜야 한다는 당 안팎의 압박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강하게 시사했다. 당이 전 당원 투표를 통해 선거제 향방을 정하겠다는 말이 나올 때도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유력한 방안으로 꼽혔다.
그러나 지도부가 지난 2일, 선거제 관련 결정을 이 대표에게 포괄적으로 위임한다고 한 뒤 이 대표는 이 사안을 종합적으로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2∼3일 전쯤 사실상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결정에는 80여명에 달하는 당내 의원들과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 시민사회의 압박이 크게 작용했다. 이탄희 의원은 ‘(병립형 회귀라는) 선거제 퇴행을 막아달라’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평산마을 자택을 예방한 이 대표에게 “민주당과 우호적인 제3의 세력들까지도 힘을 모아서 상생의 정치로 나아갈 수 있다면, 정치를 바꾸는 데 있어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에 힘을 실었다.
이 대표로서는 지난 대선 때 “다당제를 위한 선거개혁, 비례대표제 강화는 평생의 꿈”이라고 한 자신의 발언을 뒤집는 것도 부담이 됐을 것 같다. 한 초선 의원은 “시민사회단체의 지지를 못 얻으면 총선과 그 후에도 타격이 클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택해도 병립형 비례대표제보다 큰 손해가 없을 것이라는 실리적 판단도 작용했다. 이 대표는 “예측된 결과도 어느 쪽이 낫다고 할 수 없기에 책임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 고한솔 - 이우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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