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 직전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전 새누리당 의원)이 공개한 이른바 ‘비비케이(BBK) 가짜편지’는 당시 BBK팀장을 맡았던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전해준 것이라고 홍 전 위원장이 검찰에서 밝혔다고 한다. 그동안 홍 전 위원장은 “클린정치위 사무실 책상에 놓여 있던 편지였고 누가 보낸 것인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으나 이를 뒤집은 것이다. 은 전 감사위원 혼자 가짜편지 사건을 기획·실행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만큼 당시 이명박 후보 대선 캠프에서 조직적으로 이를 기획·지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이 사건을 배후에서 총지휘한 몸통이 누구인지 밝혀내야 한다.
 
이명박 후보와 동업했던 김경준씨가 2007년 11월 미국에서 국내로 송환된 뒤 홍 전 위원장은 대선 직전인 12월13일 참여정부가 BBK의혹을 부풀리기 위해 김씨를 입국시켰다며 문제의 편지를 그 물증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편지는 김씨와 미국에서 함께 수감생활을 하던 신경화씨가 작성한 것이라고 했다.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는 내용으로, 당시 한나라당은 큰집이 청와대를 상징한다며 참여정부의 ‘기획입국설’을 제기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편지의 작성자가 신경화씨가 아니라 동생인 신명씨라는 사실이 필적 조사 등을 통해 확인됐다. 신명씨는 지난 3월 중국에서 특파원들에게 “대학 때부터 절친한 관계였던 경희대 교직원 양아무개씨가 2007년 11월9일 밤 ‘이대로 쓰라’고 해 베껴 쓴 것”이고, “(김)경준이 오지 말”도록 하기 위해 쓰는 것이라고 양씨가 말했다고 한다. 신씨는 양씨가 “이 모든 것을 이상득과 최시중이 핸들링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 형을 미국에 보내 원상복귀하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신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쪽은 BBK사건의 파문을 줄이기 위해 김씨의 국내 송환을 저지하고, 참여정부가 김씨를 기획입국시킨 것처럼 날조하기 위해 정치공작을 꾸민 것이 된다. 이 사건은 지금도 의혹으로 남아 있는 BBK사건과 동전의 앞뒷면처럼 연결돼 있다. 대국민 사기극에 가까운 가짜편지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면 BBK사건의 실체도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가증스럽게도 신씨를 거짓말쟁이로 몰았던 자들이 죄상을 스스로 고백할 리 없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로 몸통을 밝혀내고 다시는 이런 공작정치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