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반란 수괴’인 전두환씨가 최근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육사발전기금 200억원 달성 행사에 반란 종범들과 함께 참석해 생도들의 사열을 받는 사태가 벌어졌다. 우선, 육사 누리집(홈페이지)의 교장 인사말에 ‘국가와 군을 위해 헌신하는 정예장교를 양성하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적어 놓은 박종선 육사교장에게 그가 말하는 국가와 군은 과연 누구를 위한 국가와 군인지 묻고 싶다.
육군과 육사는 강한 비판 여론이 일자, “사열이 아닌 참관이다” “일반인과 똑같은 상황에서 참석한 것이고,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고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고 있다. 전씨를 위한 의자를 따로 마련한 것에 대해서도 고령자를 위한 예우 차원이라고 둘러대고 있다. 군이 아직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거나 알고도 국민을 속이려는 작태로 볼 수밖에 없다.
 
전씨가 누구인가. 12·12 군사쿠데타와 광주 민간학살의 원흉으로, 1997년 대법원에서 반란수괴죄 등 무려 13가지 죄목에 대해 유죄가 인정되어 무기징역이 확정된 자이다. 비록 김영삼 정권 말에 사면복권이 됐지만, 잔형 면제와 공민권 회복만 대상이 되었을 뿐이다. 벌금형만 해도 2205억원을 선고받았으나 일부만 내고, 전재산이 29만1000원밖에 없다며 1672억원을 미납한 채 버티고 있다. 또 간간이 골프장과 호화 음식점에 측근들과 떼를 지어 몰려다니거나 초호화판 자손 결혼식을 했다는 등의 소식을 뿌리면서 서민들의 부아를 돋우는 대표적인 ‘국민화합 저해 사범’이다.
이런 수준 이하의 범법자를 국가의 간성을 양성하는 신성한 마당에 불러 칙사 대접한 육사와, 이를 두둔한 군 당국은 국민과 역사 앞에 사죄를 하고, 책임자를 가려 엄중한 처벌을 해야 마땅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어이없는 일의 발생이 최근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과도한 이념논쟁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 의원이 지난 1일 “기본적으로 국가관을 의심받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발언하면서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을 종북논쟁으로 바꿨고, 이후 새누리당이 조직적으로 이념공세를 펴면서 ‘종북은 악, 종북이 아닌 것은 선’이라는 광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전씨를 자신의 ‘정치생활의 멘토’라고 하는 사람이 친박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회의장 후보가 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전씨의 육사 사열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