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자 칼럼] 퇴원 후 재입원 수난

● 칼럼 2012. 7. 10. 16:30 Posted by SisaHan
큰 병이 나도 수술할 일이 생겨도 입원비 걱정하지 않는 나라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모른다. 병원 신세를 많이 지고 사는 우리로선 세금 내는 돈이 아깝지 않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의료기관은 자연히 정부 예산 안에서 모든 의료수급을 해결한다. 캐나다에 사는 시민, 영주권자는 병원 보험카드를 받는다. 난민증을 소지한자도 이에 대등한 법적 체류자에도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나라가 캐나다다.
인구는 늘어나고 환자는 급증하고 병원시설과 예산, 인력이 달려 불안할 정도로 조기퇴원 명령을 감수 할 수밖에 없다. 토론토스타 2012년 6월 15일 일요판 기사가 유난히 내 눈에 잡혀왔다. 그간 조사 연구결과에 의하면 2010년 의사 결정에 따라 입원환자 12명중 1명은 퇴원 30일 이내 재입원 한다는 것이다. 수술 후 염증. 심한 통증. 심부전 등을 포함 재입원되며 퇴원 후 9퍼센트는 보통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바로 엘 엄마가 불행하게도 이 케이스에 해당되었다.
 
엘 엄마는 지난 5월 9일 변비가 극심하여 토론토 세인트마이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각종 검사 끝에 제일 먼저 내려진 진단은 CML였다. 응급실 입원 3일 만에 퀸스 윙 2층 병실로 옮겨졌다. 변비 치료를 겸했으나 장에 차여있는 대변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결국 장폐쇄 진단이 내려져 입원 9일 만에 3시간에 걸친 대 수술이 결행되었다. 수술로 장에 차여있던 변을 모두 뽑아냈는지 만삭된 여인의 배처럼 불러왔던 배도 조금은 홀쭉해졌다. 수술 후 엘 엄마는 C 윙 9층 입원실로 옮겼다. 회복도 비교적 빨라 우리 모두는 한 숨을 놓았다. 일주일간 계속되었던 설사도 멈추었다. 사업차 미국에 가 있던 남편도 아내의 회복 증세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고 대신 밴쿠버에 직장이 있는 딸이 휴가를 내어 엄마의 병실을 지키고 있었다. 
그 날은 일요일이었다. 수술 후 계속되었던 설사가 멈춘지 이틀밖에 안되었다. 일요일 퇴원 명령이 내렸을 것이라곤 생각도 못하고 병실에 도착해보니 환자는 딸과 함께 소지품을 챙기고 있다. 너무 놀랐다. 간호사에게 왜 하필이면 일요이냐? 너무 일찍 내보내는 것 아니냐? 의사를 만나고 싶다? 해도 소용이 없었다. 간호사의 대꾸는 이미 퇴원절차는 모두 끝나 나가야 된다는 것이다. 환자에게 주는 의사의 소견서만 달랑 든 누런 봉투만 전해준다. 일주일 후 가정의 또는 인근 클리닉에 가서 수술자리 실밥을 뽑으면 된다 했다. 그 속엔 CML 환자가 복용하는 약을 포함해서였다.
 
퇴원 3일후 아침 일찍 전화벨이 울린다. 이 이른 시간에 누가 전화 할까? 
“숙모님 이를 어떻게 하죠? 아무래도 엘 엄마가 이상해요. 몹시 피곤해 하고 밤새 열도 있어요. 자꾸 토할려고 해요? 혹시 CML 치료약 부작용 때문일까요?”  “아니 병원에서 퇴원한지 며칠 되었다고, 빨리 수술했던 병원으로 다시 데리고 가자 내가 곧 따라 갈테니”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엘 엄마는 다시 토하기 시작했다. 각종 검사 끝에 2차 수술을 해야한다 했다. 매우 심각한 상태라 한다. 환자의 배가 금방 터질 것 마냥 불러있고 엘 엄마 몰골은 가엾어서 볼 수가 없었다. 우선 미국에 있는 엘 아빠에게 연락을 했다. 최악의 경우 마음 준비하려해도 내 가슴 한복판엔 분노가 치솟았다. 퇴원시키기 전 며칠만 더 지켜보았어도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거라는 심증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코에 호스를 넣어 배 속의 배설물을 뽑아내나 그리 신통하게 나오는 것 같지 않았다. 항생제를 주입시키고 수혈까지 하고 있다. 결국은 수술한 장이 터지고 염증이 생겨 재수술을 당일에 서둘러서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했다. 엘 엄마는 다시 수술실로 실려 갔다. 이제 50 밖에 안 되었다. 그녀와 친동기 같은 C여사와 함께 대기실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수술결과만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이 수술은 잘되었다는 담당 의사의 말에 우린 안심하고 밤 12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5월31일은 일차 입원 22일간 보다 더 긴장된 재입원 첫날이었다.
 
담당 의사를 비롯한 모든 치료팀들도 조기퇴원 부작용이 이렇듯 심각한 결과를 가져 올 거란 생각을 못했던가. 훨씬 주의깊게 치료에 최선을 다하는 듯 싶다. 엘 엄마는 재입원 3주 만에 S재활병원으로 옮겨져 정상적인 삶의 궤도를 회복하기 위한 힘을 기르고 있다.
하루만 늦게 병원 응급실로 갔더라면 엘 엄마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은 아니었을 거란 CML 전문의의 말은 우리 모두를 다시 놀라게 했으나 치료 팀의 민첩한 대처에 해피엔딩으로 끝난 것에 감사하기만 했다. 만성 백혈병(CML)치료약 부작용이 아니었음도 얼마나 다행이던지. 조기퇴원으로 해서 엘 엄마와 같은 수난을 겪는 사람이 없기만 바랄뿐이다.

< 민혜기 - 수필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전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