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일가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을 둘러싼 특별검사의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특검의 의지는 뚜렷하지만, 청와대 쪽의 수사 방해가 암초로 작용했다. 피의자 쪽이 수사에 소극적이거나 회피적일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그 주인공이 대통령이라면 차원이 다르다.
특검은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았지만, 경호처의 사실상의 거부 탓으로 거의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쪽은 형사소송법 제110조(군사상 비밀압수), 제111조(공무상 비밀과 압수)를 들어 압수수색을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내곡동 비리가 무슨 “군사상” 혹은 “공무상”의 비밀일 수가 없다. 공권력의 사적 남용은 애초에 군사상 목적도 아니고 공무도 아니다. 또한 이 조항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압수수색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기까지 하다.
우리 헌법상 법관의 영장에 의하지 않고는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고 한 것은 달리 말해 법관의 영장이 있으면 어디든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비바람이 들이치는 오두막도 영장이 없이는 들이닥칠 수 없지만, 영장이 있으면 왕궁이든 요새든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고 통과할 수 있어야 한다. 법관의 영장을 저지하는 공권력은 헌법적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영장을 손쉽게 무력화해버리는 것은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반헌법적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취임선서대로 “헌법을 준수”해야 할 대통령은 영장주의를 “엄숙히” 지켜가야 할 무한책무를 진다.
더욱 문제는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신청을 대통령이 거부한 것이다. 특검의 짧은 활동기간에 주요 당사자들은 외유를 나가거나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의혹의 중심에 선 대통령은 정식으로 조사도 하지 못한 상태다. 그럼에도 수사기간 연장 신청을 거부한 것은 적극적이고 노골적인 수사 방해에 다름 아니다. 거부 사유 중 압권은 “수사가 충분히 이루어졌다”는 청와대 공보수석의 발표다. 이런 말로써 변명할 수 있다고 여기는 자세는 실로 놀랍기까지 하다.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심기가 편할 리 없다.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하는 것은 인간적 정리로 볼 때는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공인 중의 공인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염치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르윈스키와의 성추문을 둘러싸고 특별검사의 수사를 받은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엄청난 망신살에도 불구하고 수사에 응했고, 수사 내용이 인터넷에 공개되는 불명예를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특별검사의 수사를 끝으로 그는 성추문 스캔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자금 의혹에 대해 검찰의 무제한 수사를 보장했다. 국민검사라는 애칭이 생겨날 정도로 가열찬 수사의 결과 그는 탄핵의 위기까지 몰렸다. 이처럼 대통령이라면 자기를 향한 수사의 칼날을 납득할 수 없는 방법으로 회피해서는 안 된다.
특검의 활동 기한이 끝난다고 모든 의혹이 덮어지는 것도 아니다. 현 대통령의 잔여 임기는 불과 3개월 남짓이다. 권력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고도 더하여 사실상 수사 방해까지 했다는 의혹이 남아 있으면, 퇴임 후엔 수사를 재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밀어닥칠 수 있다. 그때엔 특검이 아니어도 검찰이 나설 것이다. 지금의 검찰이야 알고도 덮어버렸다는 정치적 편향성의 비판을 받고 있지만, 정치적 영향력이 사라진 가까운 장래에 수사 재개의 가능성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대통령은 법 앞에 어떤 특권을 인정받는 지위에 있지 않다. 재직 중 형사 기소를 받지 않는다는 불소추 특권만 가질 뿐이다. 그 특권은 대통령이 재직 중 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더욱이 대통령에겐 국민의 법 준수를 선도할 책무가 있다. 법질서 수호를 누구보다 자주 언급한 대통령이기도 하다. 자신은 법관이 발부한 영장의 집행을 방해하고, 최단기의 수사 이외의 추가 수사를 거부하면서 국민에겐 법 준수를 말할 때 그 영이 제대로 서겠는가. 대통령의 권한이 아무리 크더라도, 자신을 향한 수사를 막기 위해 쓰일 수 있는 권한은 하나도 없다.
<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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