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가 6일 예정대로 치러짐으로써 10개월에 걸친 선거운동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태풍 샌디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미국인들은 앞으로 4년간 자신들을 이끌 지도자를 선택했다.
대표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꼽히는 미국의 대선 과정을 취재하며 부러운 점도 많았다. 가장 인상적인 것을 꼽으라면 연설과 토론 정치가 활성화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3개월간 미국 대선 판세는 크게 두 차례 바뀌었는데, 모두 이와 관련돼 있었다.
첫 번째는 9월 초 민주당 전당대회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기 위해 나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연설이었다.
원래 달변가로 알고 있었지만 클린턴의 연설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상대 후보와 자신의 관점을 일반 대중이 알기 쉽게 대비시킨 뒤 상대의 약점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방식으로 그는 자신의 논리를 전개해 나갔다. 물론 사실을 과장한 부분도 있었지만, 유권자들은 위기에 처한 미국의 해법을 50분간 열정적으로 말하는 노정치인에게 열광했다. 그의 연설은 무기력증에 빠져 있던 민주당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오바마의 지지율 급등으로 이어졌다.
원래 달변가로 알고 있었지만 클린턴의 연설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상대 후보와 자신의 관점을 일반 대중이 알기 쉽게 대비시킨 뒤 상대의 약점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방식으로 그는 자신의 논리를 전개해 나갔다. 물론 사실을 과장한 부분도 있었지만, 유권자들은 위기에 처한 미국의 해법을 50분간 열정적으로 말하는 노정치인에게 열광했다. 그의 연설은 무기력증에 빠져 있던 민주당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오바마의 지지율 급등으로 이어졌다.
두 번째는 10월 초 대통령 후보들이 나선 첫 텔레비전 토론에서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보여준 모습이었다.
90분간 진행된 토론에서 롬니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나름의 비전을 열정적으로 제시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는 눈을 옆으로 돌리거나 아래로 내리깔면서 자신감이 없는 듯한 태도를 보인 오바마 대통령과 대조됐다.
지난 4년간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오바마에게 불만은 많으나 그렇다고 부자 이미지가 강한 롬니를 대안으로 선택하기에는 미심쩍어했던 유권자들에게 이날 토론은 롬니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계기가 됐다.
정치인들의 발언은 대부분 미디어에 의해 정리되거나 해석이 된 채로 유권자들에게 전달된다. 미디어의 이런 역할은 민주주의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기능이지만, 정치인들의 정견을 유권자들이 직접 듣고 스스로 판단하는 과정도 필수적이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판단을 새롭게 하게 된 것도 바로 이런 과정이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들의 연설과 토론 능력도 미국 지도자들에 못지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문한 탓인지, 탁월한 대중 연설가 또는 토론가라고 부를 수 있는 지도자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외에 다른 얼굴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미국과 우리나라가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의 정견을 각색 없이 직접 들을 수 있게 해주는 인프라나 방식의 차이를 꼽고 싶다.
미국의 지상파 방송들은 3~4일 일정의 각 정당 전당대회 때 매일 황금시간대에 2시간가량을 할애해 주요 정치인들의 연설을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오바마가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차세대 지도자로 부상한 것처럼 신진 정치인이 스타로 떠오르는 것도 바로 이때이니, 정치인들은 이에 대비할 것이다.
롬니 후보가 토론회에서 기량을 발휘한 것은 토론 주제를 몇 개로 압축하고 특정 주제에 대한 심층토론 시간을 대폭 늘린, 이른바 ‘오픈 포맷’을 채택한 것이 한몫했다고 본다.
우리도 정치 지도자들의 생얼굴(정견)을 날것 그대로 자주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
< 박 현 - 한겨레신문 워싱턴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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