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의 외곽단체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지난 3일 “남조선 각 계층은 새누리당의 재집권 기도를 절대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대선을 계기로 정권교체를 기어이 실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조평통은 서기국 보도를 통해 “새누리당은 민족의 재앙거리이고 온갖 불행의 화근”이고 “보수 골동품의 집합체인 새누리당이 집권하면 남조선 사회와 북남관계는 이명박 정권 때와 똑같이 될 뿐 아니라 유신독재가 부활하며, 초래될 것은 파쇼적 탄압과 전쟁뿐”이라고도 했다. 부적절하고 노골적인 선거개입이자 내정간섭이다. 북은 이런 언동을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
남쪽 정부가 나라의 발전과 안정, 통일을 염두에 두고 북의 체제 변화에 관심을 갖는 것처럼, 북쪽이 남쪽의 대선 동향을 주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남쪽 유권자를 대상으로 ‘누가 되면 안 되고 누가 돼야 한다’고 선동하는 것은 넘지 않아야 할 선을 넘는 것이다. 분석과 전망을 넘어 행동을 촉구하는 건 명확한 내정간섭이다. 상호 체제 인정 및 존중, 내부 문제 불간섭, 비방·중상 중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제1장(남북화해)의 정신에도 정면으로 반한다. 북은 6.15선언과 10.4공동선언을 중시하듯이, 7.4공동선언과 남북기본합의서의 중요성도 인정해야 마땅하다.
국제법이나 남북 합의보다 더 중요한 건, 북의 이런 언동이 전혀 그들이 바라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이다. 오히려 북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역효과만 낼 뿐이란 점을 북은 알아야 한다. 실제 그동안 남쪽의 주요한 선거를 앞두고 몇 차례 ‘북풍’ 또는 ‘북풍 공작’이 있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유권자의 판단은 의도와는 정반대로 나왔다. 2000년 4월 총선과 2007년 대선 직전에 각각 남북정상회담 발표가 있었으나 야당이 승리했고,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급히 이뤄진 천안함 사건 발표도 역풍을 불러왔다. 남이건 북이건 북풍으로 유권자의 표심을 좌우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 자체가 시대착오이며 유권자에 대한 모독이다.
새누리당은 조평통의 성명에 대해 북이 ‘남한 내 제 식구 돕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는 내용의 반박 논평을 냈다. 북을 비판하는 듯하면서 야당 후보에 대한 색깔공세에 이용하는 나쁜 수법이다. 이런 행위야말로 남남분열을 노리는 북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다. 북의 대선 개입을 막는 최선의 길은 여야 모두 화살을 엉뚱한 데로 돌리지 말고 북의 잘못된 행동을 함께 비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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