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양극화·복지·성장·경제민주화
밀실·불통극복, 탕평인사 등 난제 산적
▶ 국회의사당 앞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상생·통합정치 외면땐 MB 5년 답습”
‘국민행복시대’를 선언한 ‘박근혜 정부’가 25일 공식 출범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기간 출산과 보육, 노후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가 상생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른바 ‘국민행복시대’ 선언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앞서 우리사회에 대해 “성장을 통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소득이 골고루 배분된다는 믿음이 실현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파악하고 이의 개선을 박근혜 정부의 ‘소명’으로 삼은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박근혜 정부’ 출범이 갖는 의미가 상생과 통합을 통한 국민행복의 실현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처한 안팎의 환경은 실로 녹록하지 않다. 안으로는 저성장과 일자리부족, 양극화, 이에 따른 서민들의 경제적 고통이 심화되면서 전방위적인 사회갈등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에 따른 한반도 안보위기도 새 정부의 대응을 어렵게만드는 외부 요인이다. 새 정부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는 이러한 국내외의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국민 개개인이 행복하게 공생할 수 있는 사회기반을 갖추는 것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지적이다.
그런 관점에서 인수위가 확정한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서 경제민주화 등 핵심 대선공약의 일부가 후퇴한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으로 꼽힌다. 대선공약의 충실한 실천이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박 당선인의 ‘원칙의 정치’에 부합하는 것이자 ‘시대정신’이라는 이유에서다.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러한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경제민주화가 별도의 국정목표라기보다는 경제부흥 또는 창조경제를 이루는 하나의 수단으로 ‘격하’됐다는 점에서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을 완전히 불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대선 출마선언에서 국민행복을 위한 3대 과제로 ‘경제민주화·일자리창출·한국형 복지확립’을 제시했지만 유독 경제민주화만 하위 개념으로 주저앉은 셈이다.
무엇보다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복지를 확충,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경제성장률이 3%를 밑도는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이 복지를 뒷받침하고, 복지는 성장을 견인함으로써 양극화를 차단할 수 있는 ‘성장-복지’의 윈윈구조를 설계하는 작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성장이 줄어들 경우 세수(稅收)가 감소돼 복지재원 조달은 실패할 수 밖에 없으며 복지를 희생한 성장은 허울 뿐이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새 정부의 핵심 과제로 ‘경제부흥’을 제시하면서 “경제부흥을 이루기 위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겠다”면서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실천의지가 주목된다고 하겠다.
반면 기초연금과 4대 중증 질환 등 핵심 복지공약 일부가 후퇴한 것도 박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새 정부에 부여된 또다른 중요한 과제는 ‘국민대통합’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캠프 안에 국민대통합위원회라는 기구를 발족, 이념과 세대, 지역에 따라 갈가리 찢긴 우리사회의 대통합을 국민에게 약속한데 이어 5대 국정목표에서도 ‘안전과 통합의 사회’로 그 의지를 드러냈다. 사회통합은 인사와 예산의 공정한 배분이라는 대탕평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통해 대선 때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절반의 유권자를 진정으로 끌어안는 상생의 정치를 펼치지 못한다면 이명박 정부 5년의 실패를 답습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새 정부에서 대통령직속으로 국민대통합위원회를 두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를 통해 첨예화한 우리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통합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다만 새 정부를 구성하는 조각(組閣)과 청와대 참모진 인선에서 측근과 전문성에 방점을 둬 관료들 위주의 중용을 한 나머지 감동있는 탕평인사를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특히 국무총리와 청와대 비서실장이 같은 영남 인맥인데다 같은 대학 출신이고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이 단과대학 동문인 것이나 3차 인선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4명의 인사가 같은 대학 출신이어서 큰 논란이 됐다.
이처럼 정부 고위직 인사에서 특정 학맥으로의 인사쏠림 현상은 결국 대통합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진정한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국정운영의 ‘밀실·불통’ 논란을 극복하고 국회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문도 만만치 않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위기도 박 대통령에게는 중대한 시련으로 다가올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고조된 안보위기는 남북간 신뢰형성에 방점이 찍혀있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대북정책을 써보기도 전에 시험대 위에 올려놓은 꼴로 만들었다.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 대열에 진입함으로써 우리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이 때문에 점진적으로 남북간 신뢰가 쌓이고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면 국제사회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해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구상은 큰 위기에 처했다.
지난 22일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해 “북한이 도발을 하고 있는데 무모한 도발에는 단호한 응징이 이뤄져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데서도 당분간 ‘튼튼한 안보’가 대북접근의 키워드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여기에다 시진핑의 중국이 ‘중화 민족의 부흥’을 내걸고 존재감을 강화하려 하고 있고 ‘아베의 일본’도 공공연히 평화헌법을 무력화하고 ‘핵무장’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태도를 감추지 않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분쟁 등과 맞물리며 동아시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형국인 것이다.
결국 새 정부 성패의 상당부분이 당장 직면한 이들 외교적 도전에 잘 대처하며 미국과의 동맹, 중국과의 관계강화를 바탕으로 대북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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