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주한미군의 범죄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 주말을 전후해서만 서울과 동두천에서 미군들이 연루된 폭행사건이 3건이나 발생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미군 3명이 난동을 부리다 추격하는 경찰과 시민에게 비비탄총을 쏘고 달아나는 심야 소동이 벌어진 게 바로 보름 전이란 점을 고려하면, 이 나라가 마치 ‘미군의 범죄 해방구’가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특히 17일 새벽엔 홍대 근처에서 술에 취한 미군이 행패를 부리다 이를 단속하는 경찰을 폭행하는 사건이 두 건이나 연달아 일어났다.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 하지만 제복을 입은 경찰까지 폭행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미국에서라면 이런 일은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공권력을 우습게 보고 벌인 행동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와 미군 당국도 이번 일의 심각성을 간파하고 즉각적인 조처를 취하긴 했다. 외교통상부는 그제 주한미국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미국이 자체적으로 범죄 근절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주한 미8군 공보실장 앤드루 머터 대령도 어제 성명을 내어 “한국 경찰의 조사 결과와 법원의 판결에 따라 범죄로 물의를 일으킨 미군들에 대해 불명예 제대를 포함해 추가적인 행정조처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당국이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반응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과연 이런 조처로 미군 범죄가 근절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미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한-미 양국의 강력한 범죄 방지 노력이 중요하다. 먼저 우리 사법당국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소파)의 한계만 핑계 대지 말고 범죄를 저지른 미군에 대해서는 엄정한 수사를 통해 엄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미군 범죄는 2007년 239건에서 2012년 264건으로 늘었는데, 불기소율은 오히려 38.6%에서 67%로 증가했다는 법무부 통계는 미군 범죄에 대한 우리 사법당국의 안이한 자세를 보여준다. 물론 우리가 엄정 수사와 엄한 처벌을 하려고 해도 소파가 방해가 된다고 판단하면 미국 쪽에 개정을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미군 쪽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 미군 쪽은 그동안의 학습효과 때문인지 사고가 나면 즉각 사과를 한다. 하지만 사과가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전혀 효과가 없다. 이번의 연쇄 범죄가 그걸 잘 보여준다. 미군 당국은 백 번의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미군 쪽은 가족 근무자의 비율을 늘리는 등 거주환경을 개선하는 작업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