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자 칼럼] “델꼬 살아봐”

● 칼럼 2013. 4. 22. 17:45 Posted by SisaHan
우리는 “남의 밥의 콩이 더 굵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밥상 위에 올라온 밥그릇을 들여다 보면서 다른 사람의 밥그릇과 자신의 것을 비교해본다. 다른 사람의 밥이 자신의 것보다 더 많고 쌀과 함께 섞어 지은 밥의 콩이 다른 사람에게는 더 많이 간 것 같고 더 굵게 보여지는 것으로 말했다. 가난해서 그랬을까?

외국에도 그런 말이 있다. “남의 집 잔디밭이 더 푸르다.” 자신이 볼 때 자신의 집 잔디밭에는 잡초도 많고 잔디도 듬성듬성한 것 같은데 남의 집 잔디밭을 보면 그렇게 푸르고 아름다울 수가 없는 것이다. 가까이 가보면 분명히 다른데 말이다.

이렇게 보면 가난해서도 아니요 자신들이 부족하거나 잘못 되어서 그런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꼭 판단해야 한다면 남과 비교할 때 뻗어져 나온 욕심이거나 엄살 정도라 하겠다.
그러나 사람의 심리가 언제나 남과 비교하게 되고 그렇게 비교할 때 자신의 형편이나 현재의 사정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는 어리석음도 있지 않겠는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할 줄 안다면 그리고 내게는 이 모든 것이 과분하다고 느낄 줄 안다면 결코 그런 소리가 나오지 않지 않겠는가?

부부 사이에도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다. 다른 집 남편은 이래저래 아내에게 잘 해주는데 우리 집 남편은 도대체 그런 것을 몰라 하기도 하고 다른 집 아내는 남편을 어떻게 섬기며 그렇게 서비스도 잘하고 부모에게도 잘하는데 도대체 우리 집 마누라는 틀렸어 하고 남의 밥그릇의 콩을 부러워하고 남의 집 잔디를 귀하게 생각하는 분들을 많이 본다.
과연 그럴까? 남의 밥이 콩이 더 굵은가 비교해 볼까? 
 
어떤 분이 다른 여자 친구에게 말했다. 당신 남편은 어떻게 그리 젠틀하시고 친절하시고 집안일도 그렇게 잘 도와주시며 당신의 기분을 맞추어 주면서 재미나게 사실까? 그때 그 친구의 답이다. 한번 델꼬(데리고) 살아봐!
어찌 입에 딱 맞는 떡이 있으랴? 남들이 볼 때는 다 좋은 것 같고 훌륭한 것 같으나 실제로 살아가는 동안에 주어지는 일들은 다른 사람이 모르기에 겉으로 보여지는 일이나 사건에 대해서만 감탄하고 좋은 줄로 안다. 그러나 함께 사는 사람은 일거수일투족을 늘 함께 보고 살기에 보이는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그 모든 것이 다 정답이 아니란 것을 간접적으로 말하는 셈이다.

어디 밥그릇 속의 콩이나 잔디밭만 말할까? 내 주변의 모든 것에 나는 얼마나 만족하며 감사할까도 생각해보자. 지금 나는 내가 예배하며 섬기는 교회는 어떤가? 다른 교회는 다 좋은 것 같고 모든 일이 다 척척 잘 돌아가는 것 같고 때로는 부럽기도 하겠지만 한번 들어가 보면 거기도 우리 교회나 비슷한 양태를 보일 것이다.

그러니 지금 내가 속한 현실에서 또는 가정과 교회에서 얼마나 만족하는 가운데 감사하고 살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결코 남의 것만 좋은 것은 아니다. 내가 가진 것도 내가 속한 교회도 남이 지금 부러워하고 있음을 알지어다.

< 김경진 - 토론토 빌라델비아 장로교회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