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논의중인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나오고 있다. 일부 조항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경제활동의 자유에 배치된다느니, 경제도 어려운데 기업인들의 기를 꺾어서는 곤란하다느니 하는 이야기다. 일부 언론이 증폭시키는 재계의 이런 불만은 근거가 부족하다. 차라리 솔직하게 재벌을 너무 옥죄지 말고 지금껏 해온 관행과 기득권을 유지하게 해달라는 편이 낫다. 문제는 이런 재계의 투정에 정부 여당의 기류가 변화하고 있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경제민주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법제화 과정에서의 후퇴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지난 대선 때 여야가 앞다투어 공약한 사안이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재벌 총수의 전횡이 경제 생태계를 망가뜨릴 정도로 비대해지고 심해졌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반발 기류에 멈칫해 법제화에 차질을 빚는다면 결코 안 될 일이다. 당시 민주당은 순환출자 해소 등 소유지배구조 규제까지 공약했지만 새누리당은 소유지배구조는 손대지 않고 대신 엄격한 행위규제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행위규제마저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새누리당은 공수표를 날리는 셈이 된다.
경제민주화 법안들은 재벌 총수가 탈법적으로 천문학적인 이익을 챙기고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부조리한 현실을 고치기 위한 것이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과징금 부과, 부당하도급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대기업 총수 및 임원 급여 공개 같은 경제민주화 법안들은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다.
 
재계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제재 강화에 대해 앞으로 기업의 모든 내부거래를 일감 몰아주기로 간주할 우려가 있고, 헌법상 선택의 자유와 배치된다고 하나 이는 잘못된 주장이다. 지금까지 ‘현저하게 유리한’ 조건의 거래만 일감 몰아주기로 판단했던 것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수정해 빠져나갈 구멍을 줄인 것뿐이기 때문이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계열사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가 적발될 경우 총수가 관여한 것으로 간주해 처벌하는 30% 룰도 가혹하다고 하는데, 부당 내부거래가 은밀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 없는 비판이다. 또 총수 일가에게 부당 이득이 돌아가는 내부거래를 금지하자는 것이지, 계열사간 거래를 모두 금지하자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 집단 사익 추구 행위와 부당 내부거래 규제 강화 및 부당이익 환수는 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다. 물론 공약도 여야 협의 과정에서 조정될 수는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재계의 불만을 의식해 경제민주화를 후퇴시키는 듯한 지침을 준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적절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