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국가정보원은 한마디로 고삐 풀린 망아지요, 흉기를 들고 설치는 위험한 망나니와 같다. 국민 통제라는 마구간을 뛰쳐나와 민주주의와 헌정질서의 풀밭을 마구 짓밟았다. 국가 기밀사항을 꺼내들고 칼춤을 추어 나라를 온통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런 국정원을 과연 이대로 두어도 좋을지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에 묻고 싶다. 세계 어느 나라 정보기관이 자기네 대통령이 참석한 정상회담에서 은밀히 오간 대화를 ‘2급 비밀’로 분류한다는 말인가. 국제 정보기관들 사이에 웃음거리가 될 이야기요, 우리 정보기관 역사에 두고두고 오점으로 기록될 일이다. 그런데 국정원은 그 비밀분류마저 해제해 ‘일반문서’로 강등시켜 버렸다. 기밀이 무엇이고 정보가 무엇인지에 대한 기본 인식도 돼 있지 않은 엉터리 조직이다. 이제 국정원은 비밀이고 보안이고 하는 따위의 말을 꺼낼 자격조차 없다.
 
국정원의 판단 능력과 정신 상태는 참으로 위험한 수준이다. 국정원은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이유에 대해 “현시점에서 국가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회담 내용 진위 여부에 대한 국론분열이 심화하고 국가안보에 악영향이 초래됨을 우려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대화록 공개 이후 벌어진 분열과 갈등 상황은 지금 보고 있는 그대로다.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가 어떤 정치·사회적 파장을 불러올지 예견하지 못했다면 국정원의 판단 능력에 심각한 이상이 있는 것이요, 이런 국론분열 현상을 예상하고서도 공개를 강행했다면 천인공노할 행동이다.
국가안보 역시 마찬가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 내용이 마구잡이로 유출된 것에 북한이 기뻐서 손뼉을 칠 리도 만무하고, 이번 사건이 남북관계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을 리도 없다. 그런데도 국정원은 국익이며 안보 등에 대해 거꾸로 말한다. 이런 국정원에 남북관계며 안보를 맡길 수는 없다.
국정원한테 결국 중요한 것은 국가가 아니라 조직의 이해관계요 정권의 안위였다. 북한 이슈로 불을 지른 것부터가 조직 보호를 위한 국정원의 자작극이었다. 정상회담 발언록 내용을 비밀리에 흘려놓고 “내용이 공개돼 비밀 가치가 없다”는 따위로 둘러댔다. 심지어 남재준 국정원장은 어제 국회에서 “야당이 자꾸 공격하니까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 공개했다”는 답변까지 했다. 스스로 불법행위를 저질러놓고 ‘명예’ 운운한 것도 어처구니없지만, 국가 이익이나 법질서보다 국정원의 명예를 앞세우는 발상도 놀라울 뿐이다.
 
국정원의 정치개입은 조직의 탄생 시절부터 디엔에이에 깊이 각인돼 있는 본성이라고 할 수 있다. 5.16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박정희 소장과 김종필 중령이 서둘러 중앙정보부를 창설한 목적도 이른바 ‘반혁명세력’의 저지에 있었다. 잠재해 있던 이 나쁜 본성은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에서 완전히 되살아났다. 그리고 ‘남재준 국정원’은 ‘원세훈 국정원’보다 한술 더 뜨고 있다. 국가 정보기관은 결국 대통령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부리느냐에 달려 있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가진 철학은 국민의 여망과는 동떨어져 있다.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단호히 방지하기는커녕 오히려 정권보위 세력으로서 국정원을 활용하고 나선 형국이다. 이대로 가면 국정원이 얼마나 더 위험한 짓을 저지를지 예측하기 힘들다. 
결국 고삐 풀린 망아지에게 고삐를 단단히 채우는 일은 국민의 몫이 됐다. 이 어려운 일에 대한 국민적 지혜를 짜내는 첫걸음은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다. 야당의 어깨가 막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