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 마지막 날인 30일 오전 중국 서부지역 시안의 진시황릉 병마용갱을 둘러보고 있다.


방중일정 성과 살펴보니 
박 대통령 ‘북핵 불용 지지’ / 시 주석 ‘영토 분쟁 지지’
핵심 사안에 서로 견해차

“오늘 칭화대학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교이자 중국 최고 명문 중 하나인 칭화대 본관 강당에서 중국말로 인사를 건네자 참석자 400여명이 따뜻한 박수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중용>에서 <삼국지연의>에 이르는 다양한 중국 고전들을 인용하며 한-중 우호 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박 대통령은 27일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어를 구사해 중국인들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중국도 박 대통령을 극진하고 융숭하게 대접했다. 중국은 26일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박 대통령 영접에 이전보다 직급이 높은 장예쑤이 외교부 상무부부장을 내보낸 데 이어, 공산당 서열 1~3위인 시진핑 국가주석, 리커창 총리, 장더장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과 연쇄 회담 자리를 만들었다. 중국 최고 지도부 3명이 단 하룻동안 한 외국 정상을 연쇄 접촉한 것은 매우 드문 일로 알려졌다. 한국 외교부도 2005년 시작된 두 정상들의 인연을 강조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부각하려 애썼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 기간에 양국이 서로 극진히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이명박 정부 때 악화된 한-중 관계를 하루빨리 복원하고, 양국의 핵심이익에 대해 서로 동의를 얻으려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번 회담을 통해 한국이 목표를 달성했는지는 의문이다. 두 나라의 이견은 27일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 때부터 도드라졌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북핵 불용’에 대한 지지로 임의로 바꿔 말했고, 시 주석 역시 이날 채택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선언’에는 포함되지 않은 “쌍방이 상대방의 핵심적 이익을 상호 존중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언급했다.
중국이 중시하는 ‘핵심적 이익’이란 주변국들과 영토 분쟁을 겪는 댜오위다오(일본이름 센카쿠 열도)와 남중국해 문제를 뜻한다. 즉, 두 나라는 서로가 중시하는 핵심 사안에서 상대의 동의를 얻으려 했지만, 이를 얻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두 나라 모두 관계 회복의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했지만 각자의 핵심 사안에서 원하는 바를 얻진 못했다. 이번 회담은 탐색전 성격이 강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의 외교 스타일도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그는 5월 초 한-미 정상회담 때 상·하원 합동 연설을 직접 영어로 소화한 데 이어 이번엔 중국어를 구사해 상대국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정전 60주년을 맞아 경기도 파주에 안장돼 있는 6·25전쟁 참전 중국인 병사들 유해 367구를 중국으로 보내겠다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중국 쪽에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역 의거 터와 시안 창안구의 광복군 2지대 주둔지에 각각 표지석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국가 정상이 직접 언급하기엔 다소 작은 사안이지만, 박 대통령의 꼼꼼한 정치 스타일을 잘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틀에서는 양국의 의견이 일치했지만, 비핵화의 방식이나 대화의 전제조건, 한-미 동맹의 큰 틀에선 상당한 불협화음이 확인됐다”며 “한국 언론이 이번 방문의 성과를 좀더 냉정하게 보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길윤형, 베이징/석진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