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대통령 정통성 부정”…여당, 긴급 최고회의서 성토
반발하던 민주당, 김한길 유감 표명·홍익표 대변인직 사퇴
예정된 대화록 예비열람·공공의료 국조 보고서 채택 무산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12일, 박근혜 대통령을 ‘귀태(鬼胎, 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의 후손’으로 표현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전날 발언을 문제 삼아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한 채 총공세에 나섰다. 예정됐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대화록) 예비 열람과 공공의료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채택 등은 잇따라 무산됐다. 민주당은 처음엔 ‘꼬투리 잡기’라고 반발했으나, 결국 9시간 만에 홍 의원이 원내대변인에서 물러나고 김한길 대표가 당 대변인을 통해 유감 표명을 하는 등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즉각 수용 대신 13일 지도부 회의에서 민주당 사과의 진정성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혀, 여야 대치 국면의 수습 여부는 주말께나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례적으로 이른 아침 청와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홍 원내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에 정면 도전한 것”이라며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과할 것을 공식 요구했다. “대선 결과 불복과 막말이 유행인데, 승복하는 것도 소양이자 자질”이라고 한 전날 발언에 견줘 공세 수위를 한껏 높인 것이다.
이 수석의 회견 뒤 새누리당도 예정에 없던 최고위원 회의를 긴급 소집해,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사과와 홍 원내대변인의 사퇴를 촉구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국가원수 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명예훼손이고 모독이다. 민주당은 대표의 사과와 (홍 원내대변인에 대한) 응분의 조처를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도 “정말 해서는 안 될 극언이다. 홍 원내대변인이 ‘인격적인 모욕감을 느꼈다면 유감’이라며 은근슬쩍 넘어가는 내용을 (어제) 밤늦게 문자로 보냈는데, 이 사안은 그렇게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김태흠·강은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홍 원내대변인의 징계안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출했다.
 
민주당은 홍 원내대변인이 전날 유감 표명을 했는데도 여권이 계속해서 문제 삼는 것은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국정조사를 지연시키려는 ‘물타기’ 전략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정국 급랭에 따른 국정원 국정조사 파행 등을 우려한 민주당 지도부는 새누리당과 물밑 접촉을 하는 한편 내부 논의를 거쳐 여권의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결국 홍 의원은 저녁 7시30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브리핑 과정에서 있었던 일부 부적절한 발언에 사과 말씀을 드린다. 책임감을 느끼고 원내대변인직을 사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한길 대표는 김관영 수석대변인을 통해 “어제 발언은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는 점에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국정원 국정조사 등 모든 국회 일정이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민주당 사과의 진정성 여부를 판단한 뒤 국회 정상화 문제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홍익표 의원의 사과는 사과 대상에 대한 언급이 없다. 내일(13일) 아침 당 지도부 회의를 열어 사과를 받아들일지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 김수헌, 석진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