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국(NSA)이 한국을 주요 정보 수집 대상으로 분류하고 도·감청을 포함한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 활동을 해왔다고 외신이 폭로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은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한국의 외교·안보·통상 정책의 출현 가능성을 예의주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한국의 최고위급 정책 결정자를 감시했는데, 그 과정에서 불법적인 도·감청을 자행했을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미국이 공연한 수고를 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굳이 엄청난 첨단 장비와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한국을 감시하지 않아도 한국에는 자발적으로 미국에 정보를 가져다 바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미 정보기관 요원으로 한국에 파견되어 있는 한 관리는 재임 기간 중 한국 국방부, 합참, 방위사업청 관계자들이 수시로 찾아와 자신이 속한 조직의 문제점을 까발리고 상관에 대한 험담까지 늘어놓는 데 대해 깜짝 놀란 적이 많았다고 회고한다. 
그런가 하면 정치적 야심가들이 청와대와 대통령에 대한 정보를 미국 대사관에 제공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거물급 정치인들이 자신과 관련된 정치 현안에 대해 미 대사관을 찾아가 설명하는 것도 이제는 관례화되었다.
3년 전에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외교전문만 보아도 한국에는 자발적인 미국의 정보원이 널려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2008년 11월13일자 외교전문은 박근혜 대통령도 2002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을 캐슬린 스티븐스 미 대사와 오찬을 함께 하면서 상세히 소개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재작년에는 한국 공군이 미국 전투기의 센서 장비인 ‘타이거아이’를 무단으로 분해했다는 제보가 미 대사관에 접수되었다. 이후 미 정부는 대규모 감시단을 한국에 파견했고 한국의 방산 보안 정책을 미국에 유리하게 바꾸도록 압력을 가했으며, 성공했다. 이 사건은 한국군 내부의 정보제공자, 즉 밀고자와 한국계 미군 장교의 합작품이었다.
 
얼마 전 미국이 한국에 판매하고자 하는 스텔스 전투기를 한국이 구매하지 않으려는 조짐을 보이자 이를 정확히 간파한 미국 정부가 모종의 압력을 가해 김관진 국방부 장관으로 하여금 기존의 사업을 부결하도록 했다. 이것도 역시 우리 국방부 내부의 정보 제공자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미군의 감청장비가 배치된 한국군 정보부대의 경우 미 정보기관과 정보 교류 비밀 합의서를 체결하였는데 그 말미에 “합의 체결 사실을 각자 본국의 정부에 보고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있다. 이 조항이 필요했던 이유는 자명하다. 미 정보기관이 한국의 주권을 유린하는 불법행위를 한국 정부에조차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에 정보를 제공하는 밀고자들에게는 조국이 두 개다. 이들은 자신이 태어난 나라뿐만 아니라 동맹국에 대한 ‘이중 충성’이 덕목이다. 이런 정보 제공자들이 국회, 국방부, 외교부, 군부대, 방위사업청에 득실거린다. 미국이 없으면 당장 우리나라가 망한다고 믿기 때문에 이중 충성에 대한 양심의 가책이란 없다.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국방부 정보본부장은 “미국이 없이 남북한이 일대일로 싸우면 진다”고 했다. 그에게 미국이란 단순한 동맹국, 그 이상의 존재다. 여기에는 미국에 대한 의존성을 넘어선 자발적 식민성이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왜 굳이 번거로운 도·감청을 하였을까? 안 해도 얼마든지 정보가 들어오는데 말이다. 
불신 때문이다. 정보 제공자가 자신의 조국을 배신하며 미국에 정보를 제공하는 데는 모종의 개인적 야심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 정부는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정보를 갖고 있으면서도 도·감청에 예산을 투입하며, 앞으로도 절대 멈출 수 없다. 

< 김종대 -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