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잊은 몸, 서서히 무너진다

● 건강 Life 2014. 2. 3. 22:54 Posted by SisaHan

건강에 적신호, 교대·야간근무

▶ 의학적으로 해가 떠 있지 않은 시각에 일을 하거나 깨어 있으면 몸이 알아서 반응한다는군요. 암, 심혈관계 질환, 만성피로와 과로사…. 모두 아는 이야기지만 실천하기 어렵지요. 자자, 그러니 이제 밤에는 일하지 말고 잠을 자게 해주세요!

통계를 보면 전체 노동자 5명 중 한 명 이상은 실제로 깊은 밤을 꼬박 일하면서 보낸다.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 실태조사’를 통해 조사한 교대근무 현황을 보면, 조사 대상이 된 10인 이상 기업 전체의 15.2%, 제조업의 22%가 교대제를 실시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은 43.7%로 거의 절반이 교대제를 채택하고 있다. 조사 대상에 군인이나 경찰,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종사자 등 상대적으로 교대근무 가능성이 높은 직업군은 포함되지 않았다. 
의학적으로 보면 오전 7시 이전, 오후 7시 이후의 작업이 포함된 근무는 모두 교대근무로 봐야 한다. 교대근무는 적지 않은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드러나는데,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야간근무가 꼽힌다. 

간호사 야근과 유방암 함수관계
교대근무가 몸에 끼치는 영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야간근무 자체의 부담이다. 밤에 졸음을 참고 일을 하는 것은 그 자체가 고통이다. 사고 위험도 높다. 문제는 밤샘을 일상적으로 해도 익숙해지지 않고 계속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전국금속노조가 2011년 펴낸 ‘수면장애 실태조사 보고서’에 사례가 잘 나와 있다. 주야 맞교대 근무를 14년째 하는 금속 노동자 K씨는 “교대근무는 절대 익숙해질 수 없다”고 분명히 말한다. “야간근무는 1년차든, 10년차든, 30년차든 적응이라는 것을 절대 할 수 없어요.”
교대근무가 건강에 미치는 또 하나의 영향은 신체 리듬의 파괴다. 과학에서는 생물의 ‘하루 주기리듬’ 연구가 활발하다. 하루 주기리듬은 지구가 자전하면서 생기는 낮과 밤의 주기적인 변화에 몸이 반응하는 것을 일컫는다. 체내 호르몬과 기관의 대사 활동이 이 주기에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 생물학과 의학 연구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 리듬이 파괴되면 건강도 무시 못할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암이다. 이미 국제암연구기구(IARC)는 2007년 교대근무를 발암물질 등급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2A에 올렸다. ‘아직은 인체에 대한 자료가 제한적이지만, 발암물질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원인으로는 야간 작업 중에 쬔 빛이 하루 주기리듬을 깨뜨린다는 점과,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생성을 억제한다는 점이 꼽혔다. 멜라토닌이 줄어들면 에스트로겐 농도가 높아지는 등 연쇄적인 호르몬 교란이 일어나 암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대표적인 예가 유방암이다.
2011년 6월 미국역학회지에는 노르웨이 간호사 4만9402명을 17년 동안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 결과 야간근무를 연속으로 하는 날이 길어질수록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아졌다. 5년 이상 근무자 중에서 야간근무를 4일 연달아 한 사람은 유방암 발생 위험이 다른 사람보다 1.4배 높았는데, 6일 연달아 야간근무를 한 경우엔 1.8배로 크게 치솟았다.
심혈관계 질환도 자주 언급되는 문제다. 흔히 ‘과로사’라고 불리는 갑작스러운 사망 중에는 협심증, 심근경색, 뇌출혈, 뇌경색 등의 혈관성 질환이 많다. 현대차 노조 조사 결과를 보면, 주야 맞교대를 하는 노동자는 주간근무를 하는 노동자에 비해 고혈압과 뇌혈관질환 진단을 받은 비율이 2~3배 높았다. 예방의학과 전문의들은 “밤에 깨어 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반복적으로 노동을 하기 때문에 몸에 무리가 가고, 결국 자율신경에 이상이 생겨 심혈관 증세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무서운 것은 만성피로와 수면부족일지 모른다. 생활을 서서히 파괴하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의 노동자가 극심한 불면과 피로를 호소한다. 가족관계를 소원하게 하고 행복감을 떨어뜨리는 것이야말로 ‘현대판 시시포스’인 교대근무자들이 겪는 최악의 고통이 아닐까.
방법은 있다. 야간작업 종사자들은 매년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를 만나 특수건강진단을 받는 게 좋다. 수면장애나 심혈관계질환, 유방암, 소화기질환 등 교대근무의 대표적인 건강 문제를 문진과 진찰로 확인하고 상담받을 수 있어 삶의 질은 물론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교대근무를 최대한 야간근무가 포함되지 않게 조정하는 방법도 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는 조와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 일하는 두 조가 번갈아 근무하는 형태다. 한밤과 새벽 근무는 피한 차선책이었다. 사회학자와 의사 등이 주축이 돼 노동자들을 조사한 결과, 가족 생활이나 행복도 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24시간 운영되는 서비스업도 주의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야간근무를 하더라도 3일 이상 연속으로는 하지 않도록 일정을 조정하고, 시간을 역행하는(밤, 저녁, 오후, 오전 순) 순환교대제보다는 시간순을 따르는 교대제를 택해 몸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 윤신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