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폭발적 증가에 전문가들 문제점 지적
증상 나타난 뒤 치료해도 생존율 95%이상
최근 한국에서 갑상선암의 발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발표된 바 있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발표한 국가 암통계에서도 가장 최근 자료인 2010~2011년 1년 동안 갑상선암의 발생은 무려 23%나 증가했다. 게다가 이런 증가폭은 거의 10년 동안 유지되고 있다. 관련 전문의들은 한국내에서 갑상선암이 최근 크게 증가할 특별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갑상선암 조기진단검사가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 관련분야 전문교수들이 글을 통해 이를 자세히 설명했다. 암에 무조건 공포심을 갖는 상황에서 새겨들을 대처 지혜이기도 하다.
보통 암은 발생률이 해마다 1~2%만 증감이 있어도 그 이유에 대해 비상한 관심이 집중된다. 그런데 갑상선암은 국내에서 매년 20% 넘게 그것도 10여년 동안 증가하고 있어, 이는 당연히 세계 신기록일 뿐만 아니라 아예 세계 의학회에서도 정상적인 통계로 인정되지 않는 지경이다. 설사 한반도에서 원자력 사고가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로 증가되지는 않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가장 주된 원인은 국민들의 완벽한 건강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다. 즉 우리 몸에서 모든 암세포는 철저히 박멸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이런 열망을 충족시키는 기형적인 건강검진 체계의 환상적인 작품이다. 실제로 대형 병원들은 갑상선암 진단과 치료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국립암센터를 비롯한 모든 대형병원에서 검진 때에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하고, 일부 친절한(?) 병원에서는 이 검사를 무료로 해 준다. 여기에 모든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에는 갑상선암 전문치료센터가 있고, 이곳에서는 최첨단의 기술을 이용해 1~2㎜의 극소 암마저 샅샅이 잡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각별한 진단과 치료 체계가 필요할 만큼 갑상선암은 무서운 병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의학적인 판단이다. 물론 그냥 놔둬도 되는 암은 아니다. 누군가 ‘거북이 암’이라고 말했듯이 암치고는 대단히 천천히 진행하는 순한 암이다. 결국 이 암은 목에 멍울이 생긴 다음에 진단해 치료해도 10년 생존율이 95% 이상이다. 보통 암은 치료 뒤 5년 이상만 살아도 완치됐다고 하는데, 10년 생존율을 쓰고 있을 정도다. 우리 몸에 생기는 모든 암 가운데 가장 순한 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의학적으로 조기 진단이 필요한 암이 아니다. 당연히 어느 나라에서도, 어떤 갑상선암 전문가도, 갑상선암을 조기 검진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하고 있지도 않다. 공개적으로 국가기관 병원에서까지 갑상선암에 대해 조기 진단을 내놓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한국의 갑상선암 발생률 세계 1위, 5년 생존율 100%, 여성암 발생 1위의 성적은 그다지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다. 현 상황이 그대로 유지되면 앞으로 수년 안에 수십만명의 갑상선암 환자가 수술을 받고, 일생 동안 재발에 대한 두려움과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치료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은 차치하고라도, 암 환자가 됐다는 것 자체로 평생을 괴롭게 살아야 하는 환자들의 망가진 삶도 문제다. 무분별한 갑상선암 선별 검사는 의학적으로 도저히 정상적인 행위라고 볼 수 없다. 국민 건강에 전혀 도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다수의 암 환자를 양산하는 기형적인 의료 행위다. 증상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갑상선암 초음파 검사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
물론 발견된 암을 모두 다 수술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나, 발견된 갑상선암은 모두 수술해야 된다는 것도 억지다. 모든 질병이 그렇듯 갑상선암도 각 환자의 상황과 암의 크기 및 종류 등을 고려해 담당 의료진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우리 몸은 완벽하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반복된 건강검진으로 모든 병을 예방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나이가 들면 피부에 주름이 생기고 머리카락은 희게 변하듯, 모든 근육과 뼈, 장기가 변한다. 이 변화를 이 잡듯 뒤져서 모든 병을 조기에 진단해 치료해야 한다는 것은 헛된 망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우리 몸은 완벽하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반복된 건강검진으로 모든 병을 예방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나이가 들면 피부에 주름이 생기고 머리카락은 희게 변하듯, 모든 근육과 뼈, 장기가 변한다. 이 변화를 이 잡듯 뒤져서 모든 병을 조기에 진단해 치료해야 한다는 것은 헛된 망상이다.
다른 모든 의료 행위가 그렇듯 건강검진은 건강에 도움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다. 건강검진에 집착하기보다는 공해 없는 환경, 적절한 식사와 운동, 충분한 수면,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 등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부작용 없는 건강 유지의 지름길이다.
< 고려대의대 신상원(종양내과)·안형식(예방의학교실)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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