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소망] 비움과 채움

● 교회소식 2014. 3. 10. 16:38 Posted by SisaHan
월요일 이다. 동료 목사님들과 함께 만나 신나게 운동하는 월요일이다. 종목은 탁구다. 가격도 저렴하다. 8불만 내면 쉬지 않고 3시간 동안 탁구를 칠 수 있는 중국 사람이 운영하는 탁구장이다. 월요일만 되면 어김없이 우리는 이곳에서 만나 탁구를 치면서 일주일 동안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함께 풀어 버린다. 신기한 것은 3시간 동안 운동을 하는데도 잘 지치지도 않는다. 그리고 시간은 왜 그리 빨리도 지나가는지 언제 3시간이 지나가는지 모를 지경이다. 만약 나에게 다른 일을 3시간을 하라고 한다면 지루하고 힘들고 지칠만도 한데 이 탁구만은 그렇지 않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내가 탁구를 좋아해서가 아니다. 그 이유는 나와 같은 길을 가는 목회자라는 동지들을 만나 함께 어울리고, 함께 웃고, 함께 떠들고, 함께 밥 먹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 그것이 좋은 것이다. 그런 깨달음 속에서 내 마음에 작은 확신이 하나 생겨난다. 그것은 이런 어우러짐 자체가 나에게는 가장 좋은 쉼이고, 최상의 힐링이고, 최고의 채움이라는 사실이다.
 
모든 종교는 비움을 강조한다. 그래서 어떤 종교에서는 모든 것을 완전히 비운 상태를 득도한 상태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내가 믿는 하나님은 나에게 비움을 말씀하시지만, 동시에 채움도 말씀하신다. 그래서 기독교는 다른 종교와는 달리 비움을 넘어선 채움의 종교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한 비움과 채움의 순환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그리고 서서히 성숙한 사람들로 변화되어져 간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비우고 무엇으로 채우느냐 하는데 있다. 잘 비워내고 바르게 채워가는 것,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신앙의 성숙이다.
지금 우리들의 삶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은 긍정적인 소식들 보다는 부정적인 소식들이 훨씬 많다. 캐나다 경제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단다. 시간이 지날 수록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를 않는단다. 나이가 들수록 다른 사람과 관계하는 것이 더 힘들어 짐을 느끼고, 자녀들도 우리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를 않는다. 뿐만 아니라, 이민이라는 삶 자체가 우리에게 주는 고단함이 있고, 사회의 구조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늘 우리는 이런 긴장과 염려와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보면 우리 안에 자연스럽게 쌓여가는 것은, 긍정적인 영역보다는 부정적인 영역이 더 많아 질 수 밖에 없다. 예전에 내가 가지고 있었던 마음의 여유와 풍성함은 점점 사라지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속 좁은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 하게 된다.
 
공동체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좋은 대안이자 선물이다. 공동체는 우리를 잘 비워내고 바르게 채워가도록 하나님이 직접 디자인하신 생명이 흐르는 곳이다. 우리는 그 공동체 안에서 잘 놀고, 잘 쉬고, 잘 나누고, 잘 어우러져야 한다. 그리고 그런 만남과 어우러짐의 과정 속에서 우리는 부정적인 상황들로 인해 내 안에 쌓여진 나의 감정과 정서 그리고 영혼의 잘못된 찌꺼기들과 상처들을 제대로 비워내야 한다. 그리고 비워진 우리들의 마음과 영혼에 이제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인격과 성품 그리고 형상으로 채워가야 한다. 
이제 사순절이다. 예수님은 철저하게 자신을 비우시고, 하나님의 것으로 완전하게 채우심으로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의 승리를 이루어 내셨다. 우리 역시 이 사순절의 기간 동안 나의 연약함을 완전히 비워내고, 하나님의 말씀과 의로 채워지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기쁨으로 비워내고, 감사로 채우는 것, 이것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삶의 가장 큰 기쁨이자 행복이다. 

< 이충익 목사 - 시냇가에 심은 초대교회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