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가 지역·민족 사이 갈등 고조와 외세의 개입 등으로 복잡한 국면을 맞고 있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성숙한 대처가 중요한 때다. 러시아와 미국, 유럽연합 등 관련국들은 분열을 부추기지 말고 평화적 해법 마련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지금 관심의 초점이 되는 곳은 러시아계가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데다 러시아 흑해함대가 주둔하고 있는 크림자치공화국이다. 러시아가 수천명의 병력을 투입해 크림자치공화국의 주요 시설을 장악한 것은 잘못이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동의하지 않은 병력 투입은 사실상 침공에 가깝다. 러시아군의 크림반도 주둔이 두 나라 사이의 협정에 따른 것이라고 하더라도 많은 병력을 주둔지가 아닌 곳에 배치한 것은 불법일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즉각 주둔지 바깥의 병력을 철수하기 바란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물러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의회와 과도정부를 장악한 친서방 세력에 두려움을 가진 크림자치공화국이 친러시아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림반도에 있는 우크라이나군 병력 다수도 크림자치공화국 쪽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게다가 크림자치공화국은 사실상 독립을 지향하는 자치 확대 여부를 두고 오는 5월 주민투표를 치를 예정이다. 지금은 지역·민족 갈등이 크림반도를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크라이나 정국을 주도하는 과도정부와 의회는 사태의 엄중함을 직시해야 한다. 나라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고 적극적으로 국민 화합을 꾀해야 한다. 러시아의 제2공용어 지위를 박탈하기로 한 의회의 법률 폐지안에 대해 대통령 권한대행이 2일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적절한 결정이다. 다른 나라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나친 개입을 삼가야 한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4일 서둘러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것은 친러시아 세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특히 군사기구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까지 나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위험하다. 과거 서방 나라들이 본의든 아니든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악화시킨 사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