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 교수의 <한겨레> 기고문이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다. 그의 글이 게시된 지난 주말 이후 주요 포털에선 수만건씩 댓글이 달리고, 페이스북·트위터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이 일었다. 세월호 사태의 무책임을 질타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 김 교수의 발언에 수많은 누리꾼들이 ‘이 시대 지식인으로서 해야 할 말을 용기 있게 해줬다’며 호응했다. 민심의 동요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박 대통령과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박 대통령의 사태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난망해 보인다. 4월29일 국무회의 사과 발언 이후 여론이 오히려 나빠지자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앞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고 추가 사과를 예고했다. 도대체 사과 예고부터 하는 건 어디에 있는 법도인가. 국무회의 ‘착석 사과’로 비난이 거세지자 ‘그건 사과가 아니었고 진짜 사과는 따로 하겠다’고 스스로 부정하고 나선 꼴이다. 이런 식으로는 사과를 되풀이해도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
 
민심의 동요를 걱정한 탓인지 박 대통령은 4일 두 번째로 진도 세월호 참사 현장을 찾았다. 그는 “사고 발생부터 수습까지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처음으로 자기 책임을 거론했지만, 이번에도 유가족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유가족들과의 30분 비공개 면담에서 쏟아져나온 것은 울음소리와 항의의 외침이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가 보여준 무능과 무책임은 도대체 국가는 뭣 때문에 있나 하는 회의감이 들게 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정부는 사태의 잘못이 유언비어 때문이라는 듯 틈만 나면 ‘유언비어 엄단’을 외친다.
 
청소년과 아기 엄마들까지 시위에 참여하는 것도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역에 유모차를 끌고 나왔던 엄마들은 어린이날인 5일에도 서울 홍대입구역에서 ‘엄마니까 말할 수 있다’ 2차 행진을 벌였다. 엄마들은 물속에서 차갑게 식어간 생명들을 두고 내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자신이 없었다고 했다. 앞서 3일에는 중고등학생 수백명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세월호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를 열었다. 참가 학생들은 “정부의 대처에 의혹을 제기하면 종북으로 몰리는 게 옳은가” “잘못 말했다가 아무도 모르게 사라질까봐 무섭다”고 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어디까지 이르렀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나섰던 한 인사는 “학생들이 일당 6만원을 받고 동원됐다”는 막말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엄청난 항의를 받고 사과하는 추태를 보였다. 이 정부와 집권세력의 인식 수준을 보는 것 같다. 이래서는 민심이 더욱 험악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