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난사 뒤 무장 탈영한 강원도 고성군 22사단의 임아무개(22) 병장이 이틀 만인 23일 붙잡혔다. 그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가 뭔지는 상세한 조사가 이뤄져야 알겠지만, 이와 별개로 군과 국방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여러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건 발생 이후의 구멍 뚫린 대응이다. 우선 임 병장이 소총을 난사한 뒤 도주하는 동안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 비상경계령인 진돗개 하나도 사건 발생 2시간 뒤에야 발령됐다. 실전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었음을 생각하면 대비태세에서 큰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는 동안 임 병장은 10여㎞나 이동했다. 군은 18시간이나 지나서야 그를 다시 발견했으나 차단선의 30m까지 접근한 그를 놓쳤다. 23일 오전에는 출동한 병력끼리 오인사격을 해 부상자가 나오기도 했다.
국방부의 태도도 문제다. 12명의 사상자가 난 큰 사건임에도 국방부는 다음날 오전에야 김민석 대변인이 간단하게 첫 브리핑을 하는 데 그쳤다. 새 국방부 장관이 지명돼 인사청문회를 기다리는 상황임을 고려하더라도 국민에게 믿음을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더 고위급의 책임자가 대응을 주도하고 국민 앞에 나서야 했다. 현지 상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자녀를 군대에 보낸 가족들은 계속 마음을 졸여야 했다.
국방부의 태도도 문제다. 12명의 사상자가 난 큰 사건임에도 국방부는 다음날 오전에야 김민석 대변인이 간단하게 첫 브리핑을 하는 데 그쳤다. 새 국방부 장관이 지명돼 인사청문회를 기다리는 상황임을 고려하더라도 국민에게 믿음을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더 고위급의 책임자가 대응을 주도하고 국민 앞에 나서야 했다. 현지 상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자녀를 군대에 보낸 가족들은 계속 마음을 졸여야 했다.
그동안 22사단에서 굵직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으나 적절한 대책이 세워졌는지도 의문스럽다. 군 관계자들은 22사단이 맡고 있는 경계선이 다른 사단보다 훨씬 길고 지형이 험한 점 등을 들어 병사들의 일탈이 생기기 쉽다고 말한다. 2012년 10월 이곳에서 발생한 이른바 ‘노크 귀순’ 이후 과학적인 경계시스템 구축과 경계병력 증강 등의 대책이 발표됐으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임 병장은 A급 관심병사였으며, 22사단에 복무하는 관심병사는 1800여명으로 전체 병사의 20%나 된다고 한다. 이런 분류가 정확하다면 이번과 같은 사건·사고 가능성이 상존했던 셈이다. 평상시에는 위험 요소를 방치했다가 큰 사건이 발생한 뒤에야 면피성 대책을 급조해 내놓는 식이어서는 사건·사고 재발을 막기 어렵다.
정부는 이 사건이 군과 국방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얼마나 손상시켰는지 냉정하게 되돌아보기 바란다. 그 신뢰에는 비상사태에 대한 대응 능력뿐만 아니라 군의 일상적인 관리 능력, 수뇌부의 책임있는 자세 등이 모두 포함됨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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