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가까이 지루하게 끌어온 ‘문창극 드라마’가 막을 내렸다. 그런데 그 끝마저도 씁쓸하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의 변’은 비판과 원망, 변명과 핑계로 가득 차 있다. 자신의 결격 사유에 대한 성찰도, 자신 때문에 빚어진 나라의 혼란과 국정 공백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 사퇴 기자회견은 역설적으로 그가 얼마나 총리 부적격자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무대였다.
 
문 후보자의 ‘국민 무시, 언론 폄하, 정치권 증오’는 실로 놀라운 수준이었다. 그는 자신에 대한 반대 여론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언론을 향해서는 “진실을 외면한 보도”를 했다고 꾸짖었다. 국민 압도적 다수가 자신을 총리 부적격자로 결론 내린 게 단지 교회 강연 동영상 하나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은 외면한 채 오직 ‘남 탓’ 하기에만 바빴다. 국민을 어리석은 존재로 얕잡아보는 그런 사람이 총리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 오싹할 정도다. 문 후보자가 국회를 향해 “법 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개최할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한 대목은 더욱 어처구니없다. 엄밀히 말해 국회 청문회가 열리지 못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동의요청안을 재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문 후보자의 중도하차가 형식상으로만 ‘자진사퇴’일 뿐 실제로는 청와대한테 ‘등 떠밀린’ 결과라는 것은 세상이 아는 일이다. 더욱 쓴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것은 박 대통령을 대하는 그의 말투다. “저를 불러주신 분도 그분이고 거두어들일 수 있는 분도 그분”이라는, 주로 ‘신’한테나 쓰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박 대통령을 신으로 경배하고, 국민을 포함해 나머지는 모두 안중에도 없는 사람, 문창극 후보자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박 대통령은 문 후보자의 중도하차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검증을 해서 국민들의 판단을 받기 위해서인데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해서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않은 것이 박 대통령 자신이 임명동의요청안을 재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벌써 까맣게 잊은 듯하다. 새누리당에서까지 반대하는 사람을 총리 후보자로 잘못 지명한 것에 대한 후회나, 문 후보자와의 밀고 당기기로 국정을 하염없이 공백상태에 몰아넣은 데 대한 반성은 눈곱만큼도 없다.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이나 감독이나 남 탓만 하기는 마찬가지인 셈이다.
 
박 대통령이 번번이 총리 지명에 실패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문제는 아무리 소를 잃어도 외양간을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인사 책임자들을 문책하라는 요구가 새누리당에서조차 분출하는데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인사 시스템을 완전히 뜯어고쳐 외양간을 새로 지어야 한다는 호소 역시 쇠귀에 경 읽기일 뿐이다. 박 대통령은 새 총리 후보자 물색에 들어갈 것이다. 그 기간도 지루하게 이어지겠지만 문제는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는 점이다. 오만과 아집이 변하지 않는 한 인사 실패는 다람쥐 쳇바퀴 돌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럴수록 국정운영의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더욱 깊은 늪 속으로 빠져들 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박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