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구룽반도 몽콕의 도로를 점거한 채 구호를 외치고 있는 시위대.

행정장관 강경입장에 시위대 양보‥ 언론들도 찬반 갈려

#1; 6일 오후 홍콩 <핑궈일보>사 앞. 상인과 중장년층이 주축이 된 1300여명의 시위대가 항의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핑궈일보>를 비롯한 소수 홍콩 언론이 도심 점령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을 선동하는 보도를 하고, 이에 반대하는 시위에 대해선 허위보도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허위 사실을 퍼뜨리고도 몰염치한 신문”, “흑백을 오도하는 신문”이라는 구호도 외쳤다. 이 신문에 시위 여대생의 다리를 붙잡는 사진이 실려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식당 주인 레이먼드 류는 “군중에 떠밀려 넘어졌을 뿐”이라며 “명예를 훼손한 <핑궈일보>를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2; 7일 새벽 애드미럴티역 부근. 도로 점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위대가 <TVB> 방송을 향해 거센 항의를 했다. 이들은 “시위 소식을 계속 소극적으로 보도했다”며 “‘CCTVB’(중국 관영 <CCTV>의 아류라는 비유)라 해야 마땅하다”고 외쳤다. 이 방송사 취재진은 시위대의 항의에 밀려 취재를 중단해야 했다.
 
행정장관 완전 자유직선제를 요구하는 홍콩 시위가 대화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친중국과 반중국으로 나뉜 시위대는 홍콩 언론을 향해 각각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검열이 일상화된 중국에 견줘 홍콩 언론들은 언론자유가 보장돼 있어 시위를 두고 엇갈린 논조를 보인다. 하지만 최근엔 중국 정부의 영향력과 중국 투자자들의 ‘돈의 힘’을 고려해 많은 홍콩 언론들이 점점 더 친중국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싱다오일보>와 <다궁바오> <둥팡일보> 등은 친중국계 성향으로 도심 점거 시위대에 비판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 홍콩 중산층이 주요 독자인 <싱다오일보>는 최근 사설에서 “사회질서 회복을 위해 경찰이 단호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최루탄 사용도 꺼려선 안 된다”며 중국 정부의 주장을 강력히 두둔했다. 
이들과 대척점엔 <명보>와 <핑궈일보> 등이 서 있다. 1959년 설립된 <명보>는 이번 시위의 한 축인 중·고교생 독자가 많다. 이 신문은 “홍콩 시민들의 바람은 행정장관 입후보 자격을 사전 제한한 규정을 철폐하라는 것이지 중국 정부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연예소식과 정부에 비판적인 논조로 최대 발행부수를 지닌 <핑궈일보>는 도심 점거 시위에 대해 초반부터 우호적인 논조를 보여왔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시위 학생대표 쪽은 11일까지 정식 대화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대학생 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학련) 레스터 셤 부비서장과 라오콩와 홍콩 정치개혁·본토 사무국 부국장은 7일 학생과 정부 대표가 동등한 위치에서 여러 차례 대화를 진행하고 합의 사항을 이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정부 쪽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진지하게 대화했다”고 했지만, 학생 쪽은 “정부가 구체적인 안이 없다. 대화가 실패하면 다시 투쟁강도를 높이겠다”고 말하고 있어, 대화를 통한 해결 전망은 여전히 미지수다. 홍콩 시사평론가인 린허리(윌리 람)는 BBC방송에 “시위대가 일시적이고 전략적인 철수를 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베이징(중앙 정부)의 권위와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 열망이 기싸움을 하고 있다. 단기 대화로는 해결이 어려우며 지구전이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도심 점거 시위를 반대하는 일부 중장년층은 애드미럴티와 몽콕 등에서 점거를 이어가고 있는 수백명의 시위대에게 “자유직선제가 뭔데 아직도 도로를 막고 있느냐”고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