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자 칼럼] “○○피아”

● 칼럼 2014. 10. 13. 17:43 Posted by SisaHan
언제부터인가 한국신문을 보면 무슨 피아라는 단어가 자주 눈에 뜨인다. 사실 나는 처음에는 그뜻을 몰라, 부닥치는 순간 잠시 어리둥절했었다. 처음 들은 말은 모피아라는 말인데, 앞뒤 문맥의 흐름으로 보아 경제관료 출신들이 끼리끼리 좋은 자리에 나누어 가지고 들어가 앉아, 인맥을 가지고 자신들을 위해 경제적인 이익을 나누어 가진다는 뜻이었다. 그들 대부분이 공무원이거나 전직 공무원 출신이어서 국민을 위한 일꾼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국민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히면서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것이었다. 정말로 무서운 것은 그들이 정한 공익사업과, 국가사업 정책이 국민에게, 나아가서는 나라에 손실은 줌을 물론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음에도, 그들에게는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오직 자신과 자신이 속한 조직에 대한 집단이익에만 신경을 쓰는 것이었다. 국민이나 나라가 어떻게 되건 말건 상관없는 일이었다.

조직에 대한 거의 목숨을 내바치는 충성이, 마치 이태리의 저 유명한 마피아를 닮았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인 것 같다. 마피아라는 영화로 유명한 조직범죄처럼 조직원간에 끈끈한 유대관계를 갖고, 피로 맹세하며, 조직을 배신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조직의 이익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죽음을 의미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실제로 한국 고위공무원 중에 수사를 받게 되자, 조직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아니면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살한 공직자도 있었다. 마치 보스를 위해 목숨까지 던지는 것처럼…. 모피아 같은 집단이기주의 조직이 나라를 위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사라지기를, 안보이기를 바라지만, 이 땅위에서 모피아 하나로 사라지기를 바랬지만 이제는 너무 자주 눈에 뜨인다. 아마 모피아도 사라지지 않고 잠시 숨을 죽이며 여전히 살아 있으리라.
 
그 다음에 들은 말이 원피아이다. 원자력 발전소와 한수원, 그리고 원자력발전소 납품업체가 관련된 조직으로 그들 또한 엄청난 이익을 챙기고 있다. 불량부품을 특정업체가 독점하여 납품함으로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챙기면서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어떻게 원자력발전소의 부품을 불량부품으로 대체할 수 있으며, 제품검사를 엉터리로 할 수 있는가? 그들은 누구보다도 원자력 발전의 중요성과 그리고 만약에 생기는 피해를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알고 실천해야 한다. 원자력 사고의 피해를 체르노빌을 비롯한 일본에서의 경우를 보더라도 조금도 소홀히 할 수 없는데…. 작은 사고라도 엄청난 피해를 가지고 올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소위 원피아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원자력 발전소의 부품 납품을 독점하여, 또는 뒤에서 조정하여 이익을 챙겼다는, 그리고 잠시 숨을 죽이고 있다가 다시 챙기고 있다는 사실이, 어처구니없음을 떠나 소름이 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마음과 정신상태를 가진 사람들이 원자력 발전과 발전소의 설립과 폐기를 결정한다 생각하면 무섭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 폐단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잠시 떠들었다 침묵하는 언론, 아예 외면하는 언론들, 그리고 침묵하는 많은 전문가들이 또 두렵기도 하다.
 
해피아라는 말은 이번 세월호 사건을 통해 절실하게 정체가 드러났다. 해경이란 조직과 선박회사와 서로 얽히고 설켜, 자신들만의 질긴 먹이사슬을 형성해 놓고 있었다. 그 연결에 의하면 평소에도 돈을 받음은 물론, 퇴직 후에도 편하고 안정된 직장이 보장되어 있는 것이다. 단 조직에 충성하면…. 그리하여 구조를 나간 것인지 구조를 방해하려 나간 것인지 의문을 품게하는 상황 아래서, 그 조직은 급기야는 ‘해경해체’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해경은 해체된다 해도 필요한 조직이기에 이름이 바뀌더라도 조직은 살아남으리라는 것 뻔한 일이다. 그리고 털면 먼지 안나는 곳 없다는 듯이 교피아가 꼬리를 물고 등장한다. 교육부에 만연된 연결 고리. 그러니까 순수해야 할 학문의 전당까지, 그들은 나름대로 튼튼하게 꼬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수사해야 할 검찰은 어떠한가? ‘전관예우’라는 이상한 말이 말하듯, 검찰은 어디보다 조직과 위계질서가 엄격한 곳인데, 자신이 맡은 재판에 자신의 직송상관이었던 분이 변호사로 나온다면…. 또 그 자리가 자신이 퇴직 후에 서고 싶은 자리라면……

사실 우리사회가 학연, 지연, 혈연으로 끈끈하게 맺어진 사회라는 것은 오래 전부터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아마 험난한 고난의 역사를 거쳐 오면서, 서로 믿고 의지하고 싶은 어떤 보호막이 필요해서 생긴 걸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상부상조라고 가까운 이웃끼리 서로 도와가며 살고 싶은…, 사실 또 그래 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의 ○○피아는 철저히 자기 이익을 챙기기 위한 조직일 뿐더러, 극소수에 의해 국민 전체의 피해가 너무 크다. 사회 곳곳에 깊숙이 뿌리박힌 이 병적요소를 빨리 제거하는 것이 이제 정말 불가능 할까?

< 박성민 - 소설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동포문학상 시·소설 부문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