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가 7일 최근 논란이 된 독도입도지원센터 건립 취소 문제와 관련해 ‘혼선을 일으킨 것처럼 비친 데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국익 훼손과 외교 실패라는 점에서 말로 사과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 혼란은 정부의 외교적 무능과 잘못된 정책에서 빚어진 일이다. 사안의 성격과 진행 과정 등을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거짓말을 한 것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독도입도지원센터를 둘러싼 혼란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합작품이다. 이 입도시설은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일본의 역사왜곡 행태에 맞선다는 이유로 독도 영유권 강화 사업의 하나로 추진돼왔다. 그동안 정부의 기본 입장은 독도가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나 명백한 우리 고유 영토인 만큼 쓸데없는 행동으로 일본의 분쟁지역화 전략에 빌미를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 기본 입장을 거슬러 독도에 시설물 확충을 하겠다고 한 것부터가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 예상되는 환경 훼손 우려도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상황이 이 지경이 되지 않도록 사전에 조율해 조처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2017년까지 100억원을 들여 2층 높이의 입도시설을 세우기로 하고 올해 예산으로 30억원을 책정했다. 이어 지난달 1일 첫 입찰공고를 내보냈다. 그러다 입찰 마감일(4일)을 며칠 앞두고 일본과의 분쟁 악화가 우려되자 갑자기 입찰을 취소했다. 외교적 미숙과 무원칙으로 인한 망신스럽기 짝이 없는 갈팡질팡 행보라 아니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됐으면 국민 앞에 사실대로 알렸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오히려 관계 장관 회의에서 사실을 감추자고 각본을 짜기까지 했다. 입도시설 건립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하면서도 언론에는 ‘안전 관리, 환경, 문화재 경관 등에 문제점 또는 추가 검토할 사항’이 있어 ‘보류’하기로 했다는 식으로 알리기로 한 것이다. 중요한 정책 결정을 내리면서 거짓말로 내용을 은폐하려 했다니 국민을 우롱하는 짓이 도를 넘었다. 관련 부처 사이 조율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외교적 참사에 가까운 행위를 하다 보니 상대국 일본만 득의양양해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입도시설 건립 취소로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일관성있는 전략도 정책도 없이 우왕좌왕하다가 오히려 일본에 영유권 주장의 빌미를 제공하고 만 셈이다. 국익을 크게 훼손한데다 사태의 진실을 은폐한 이번 소동에 대해 정부와 관계 장관은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