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가 나라를 지켜야 하는데, 나라가 군대를 걱정한다. 방산비리를 보라. 구조할 수 없는 구조함, 쏠 수 없는 총, 방탄이 되지 않는 방탄복,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형용모순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부족한 세금을 거두기 위해 시민들의 주머니를 박박 털면서, 한쪽에서는 천문학적인 국민의 혈세가 줄줄 새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군대의 고위층들은 군사주권을 포기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른다. ‘그들의 일그러진 안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과연 그들만의 책임일까? 우리들의 안보는 문제가 없을까?
야당 근처에 가면, ‘안보는 보수적으로’라는 말을 마치 대단한 전략인 것처럼 말하는 얼치기들이 적지 않다. 무지하거나, ‘안보 콤플렉스’가 있거나, 아니면 정치를 속임수로 하는 부류들이다.
그런 성향의 야당 지도자들은 선거철이면 ‘군복 분장’을 하고, 예비역 장성들을 병풍으로 세워 사진을 찍는다. 대선에서 군인들이 댓글을 달고, 군대의 인권 수준은 여전히 ‘자유당 시절’이며,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색깔론이 넘쳐나는데, 야당 정치인들은 군대의 실상에 관심이 없다. 지난 대선 안철수 후보의 국방공약을 봐라. ‘안보는 보수적으로’라는 ‘정치인의 무책임’과 선거철만 되면 우르르 몰려다니는 ‘군피아들의 욕심’이 결합되어, 박근혜 후보보다 더 보수적인 국방공약을 제시했던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과거 민주정부 시절의 국방정책에 대해서도 반성해야 한다. 이 참혹한 현실에서, ‘우리 때는 잘했는데’라는 과거 회상이 그렇게 중요할까? 참여정부 시절에 연평균 8%의 국방예산을 증액했다는 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인지, 이해할 수 없다. 방산비리는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마치 연속극의 재방송처럼 반복되어온 이유가 있다. 구조적 문제가 있고, 결코 민주정부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것은 바로 군에 대한 문민통제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군인 출신이 국방부 장관인 나라는 한국, 이스라엘, 멕시코, 체코뿐이다. 미국은 1947년 조지 마셜을 제외하고, 모든 국방장관이 민간인 출신이다. 스페인이나 칠레처럼, 오랜 군부독재 경험이 있는 나라에서도 여성이 국방부 장관을 맡는다. 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총리였던 클레망소가 말했듯, “전쟁은 군인들에게 맡겨 놓기에는 너무도 중요한 문제다.”
그리고 군에 대한 문민통제는 민주주의의 기초다. 우리는 군대를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서 유일하게 ‘변화하지 않은 사각지대’로 방치했다. 민주주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불편해한다. 그러나 문민통제만이 군을 살리는 길이다.
부패를 막아야 군인복지가 향상되고, 군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국민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다. 민군관계를 재정립해야, 나라도 살고 군대도 산다.
정부는 방산비리 척결을 외친다. 그러나 비리는 계속될 것이다. 대통령이 가진 군통수권을 군에 반납하고,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포기한 정부가 비리를 해결할 수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야권조차, ‘안보는 보수적으로’, 그런 어이없는 상투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는 망국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아는가? 국방이 바로 민생이다. 현재 병역제도나 복무기간만큼 뜨거운 관심을 가진 현안이 있을까? 또한 예비군·민방위 제도는 시민들의 생활과 직결되어 있다. 시민들은 자랑스러운 군대를 원한다. 야권이 집권을 원하는가? 그러면 먼저 얼치기들이 만들어 놓은 상투적인 안보프레임에서 탈출해야 한다. 군산복합체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는 아이젠하워의 경고를 기억하면서, 이제 국방개혁의 길을 제시할 때다.
< 김연철 -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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