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운동이 없는 곳에서는 가혹한 착취가 일어나고 노동자들이 보호받지 못한다.” 노조 지도자의 주장처럼 들릴지 모르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7일 연설에서 “내 가족을 위한 복지안전망을 책임지는 좋은 일자리를 찾는다면 노조에 가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노조 때리기’에 혈안이 된 우리 사회의 현실과 너무도 대비되는 모습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노동개혁 의지는 행동으로 거듭 증명되고 있다. 8월27일 미국 노동관계위원회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또는 하청업체 종업원들이 본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결정을 내렸다. 뉴욕뿐 아니라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초 오바마 대통령이 “1년에 1만5천달러 미만으로 벌면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가서 직접 해보라”며 불을 댕긴 게 촉매제가 됐다.
눈길을 우리 사회로 돌리면 자괴감과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정부는 일방적으로 정한 ‘합의 시한’을 들먹이며 애초 입맛대로 밀어붙였다. 사회적 대화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듯한 행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노조가 쇠파이프만 휘두르지 않았다면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었을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폈다. 여당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힌다는 인사가 적나라하게 보여준 노동문제를 바라보는 비뚤어진 인식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는 건 ‘반성’과 ‘전환’의 의미를 담고 있어서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말 “경제적 불평등이야말로 (미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라며, 점차 심해지는 불평등을 방치했다간 사회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음을 인정했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 역시 결코 미국에 못지않다. 그럼에도 지금 정부·여당의 행태는 반성과 전환은커녕, 도리어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켜 사회 안정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너무 크다.
박근혜 정부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스스로 한 약속만 지키면 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공약집에서 ‘해고요건 강화’, ‘일방적인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 방지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 설립’ 등을 국민 앞에 약속했다. 2822일 동안 천막농성을 해야 겨우 노동자로 인정받는 특수고용노동자가 300만명을 웃돌고,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화하라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조차 무시하는 대기업이 존재하는 게 이 땅의 슬픈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