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배우가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대체로 관객이 몰린다. 사람들이 그 배우에 대한 호감과 인기도를 작품의 상품성에 그대로 투영하는 호의적 선입관 때문이다. 실제로 특출난 배우는 작품의 질과 흥행 성패를 좌우한다. 그리고 인기가 치솟는 주인공은 그의 액세서리 모방품까지 불티나게 팔리는 것을 본다. 사람들이 주인공과 같은 삶을 산다는, 또 살아보겠다는 착시현상과 자아실현의 동격화 선망에 빠지는 것을 입증한다.
그래서 인기배우나 유명인은 간판 광고에 많이 활용된다. 사람들은 광고에 반복해 등장하는 인기인을 통해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형성하게 되어 기업과 상품의 호감도는 덩달아 높아진다. 그런데 역으로 부도덕한 스캔들의 주인공이 전면에 등장한다면…, 그 기업의 이미지는 부정적이 되고 호감도 역시 추락할 수밖에 없다.


그런 비슷한 ‘모델효과’는 각 분야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종교계의 경우 확인된 대표적 사례가 ‘프랜치스코 신드롬’이다. 한국을 방문한 교황의 언행일치의 선행과 인자한 풍모는 많은 이들에게 감명을 주면서 가톨릭에 대한 호감도를 같이 끌어올렸다. 그래서 천주교 신자가 부쩍 늘었다는 말이 나왔다. 신부들의 성적추문이나 교황청의 재정난맥 등 부정적 일화가 끊이지 않음에도, 가톨릭을 대표하는 인물 한사람의 어진 품행이 사람들 눈에 호감의 안경을 씌워버린 것이다.
개신교의 한국 교회들이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 요즘 부쩍 회자된다. 부흥의 열기가 사그러든지 오래이고 신자수가 갈수록 줄어들며, 특히 젊은 층의 이탈과 외면이 심각해 장래가 암울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안티그룹은 갈수록 늘 뿐만 아니라 노골적으로 활개친다는 걱정이 나온다.
기독교는 한국 근대화의 기초를 닦고, 일제 항거와 독립운동에도 기여했으며, 한국인의 정신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 종교로, 세계에 유례없는 양적·질적 성장을 이뤄왔다. 그런데 선교 100년, 평양대부흥 100년을 지나오며 오히려 위축과 퇴락을 염려하게 되었으니 어인 일인가.


교회와 성직자의 성장주의와 물신주의로 인한 영적 변질과 타락을 큰 원인으로 꼽는 이들이 많다. 윤택해진 생활문화가 사람들을 형이하학적 삶에 안주하도록 만들어, 영적 평안을 향한 갈증과 전능자에게 기댈 갈망이 차츰 사라졌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모두 맞는 말일 것 같다.
하지만 그에 더해, 요즘 더욱 심화되는 듯한 ‘교회위기’의 가장 강력한 가속화 요인이야 말로 바로 앞서의 ‘모델효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교회의 간판격인 인물들의 그리스도인 답지못한 잇따른 실추와 비행, 심지어 ‘망동’수준의 모양들이 교회에 치명상을 입히고 먹칠을 해 사람들을 부정적 그룹으로 내몰고 있기에 그렇다.
법적 제재까지 받은 세계 최대 교회 설립자의 재정적·가족적 비리와 불화, 강남교회 목회자의 초대형 건축 논란과 학위논문 표절·변명 등은 교회와 성직자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키웠다. 유명 목회자의 성추문과 교회세습, 재정비리 등이 교회에 대한 지탄을 불렀다.


허나 그런 불상사들은 개교회가 가장 큰 피해를 입고, 물질적 탐욕과 육체적인 부도덕의 문제로 볼 수도 있다. 그에 비해 치명적인 ‘모델효과’의 부정적 여파는 교회중직자 출신으로 나라의 통치권에 근접한 정치인들의 반 신앙적인 행태들에서 더 똑똑히 볼 수가 있다.
국토를 난도질하며 천문학적인 혈세로 건설족을 배불린 4대강 사업, 수십조의 나랏 돈을 날린 해외자원개발 등 신실한 기독교인 지도자의 발상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족적을 남긴 전직 대통령이 소위 일류교회 장로 출신이었다. 교계의 열띤 성원으로 최고권좌에 오른 그는 민주질서와 나라의 도덕 수준마저 망가뜨려 ‘안티기독교 바이러스’를 확산시킨 최고의 ‘악역’이 되어버렸다.
악역 변신의 인물이 한둘이 아니지만, 요즘 교과서 국정화 강행과 갈등 부추기기에 총대를 멘 두 지도자, 총리와 부총리 겸 교육장관도 둘 다 독실한 장로님들이다. 장로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니 아마 성경을 열심히 묵상했을 것이다. 그들은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성경이 ‘올바른 역사’만을 기록했기에 최고의 기독교 경전이며 복음으로 사랑받는다는 믿음을 가진 것일까?


모세오경만을 보아도 살인과 근친상간, 타락과 불순종과 노예생활 등 이스라엘 민족에게 부정적이고 자학적인 내용 투성이인 것을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약자를 향한 사랑과 섬김의 선하고 의로운 그리스도 정신을 그들은 어디다 팽개친 것일까.
기독교출신 정치인들의 이같은 영적인 혼돈과 권력영합은 물질적 타락과는 격이 다른, 암이 번지듯 치명적인 ‘반 교회적 모델효과’의 극대화 요인이 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런데 당사자들은 모르는지 외면하는지, 영적 무뇌(無腦)와 난청들인 것 같아 참으로 답답할 밖에….


< 김종천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