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구형한 임은정 의정부지검 검사가 강제로 퇴직당할 위험에 처하게 됐다. 일을 잘한다고 검찰총장상을 받고 우수 여성검사로도 선정됐던 임 검사가 올해 적격심사를 받은 검사 250여명 가운데 몇 안 되는 심층적격심사 대상이 된 것이다.
임 검사가 퇴직 명령까지 받게 되면, 부패 검사나 무능 검사가 아닌데도 쫓겨나는 어이없는 일이 현실이 된다. 임 검사가 이런 일을 겪게 된 것은 2012년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선고해달라’고 ‘백지구형’을 하라는 검찰 상부의 지시와 달리 ‘무죄’를 구형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당시 임 검사가 다른 검사에게 사건을 넘기라는 부장검사의 지시를 어기고 법정 출입문을 잠근 채 무죄를 구형했다며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는 매우 부당하다.
과거사 재심에서 백지구형을 하는 것은 이미 무죄임이 역사를 통해 증명된 이들에게 또다시 매질을 가하는 짓이 된다. 임 검사의 무죄 구형은 그래서 검찰의 과거 잘못에 대한 사과일 수 있다. 소신에 따른 무죄 구형이 징계를 받아야 할 잘못일 순 없다.
조작 증거를 법정에 버젓이 제출해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위협한 검사들이 받은 징계가 고작 정직 1개월이었으니 형평에도 어긋난다. 법원도 1·2심에서 임 검사에 대한 징계를 취소하라고 판결한 터다.
그런데도 검찰은 임 검사를 조직에서 끝내 쫓아낼 기세다. 임 검사의 소신과 때마다 쓴소리를 해온 강단이 거슬렸던 모양이다. 검찰 조직에는 소신을 드러내지 말고 입을 닫으라는 ‘으름장’이 될 수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검사 적격심사의 주기를 단축하고 부적격 사유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제출해뒀다. ‘제2의 임은정’이 될 싹을 일찌감치 자르겠다는 것으로 의심된다.
그렇게 검사들을 길들여 자성도 소신도 없이 말만 잘 듣는 조직으로 만들면 검찰의 정치권력 예속은 더 심해지게 된다. 곧, 검찰이 망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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