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이긴다. 그리고 새누리당이 이기면 틀림없이 경제위기가 온다. 경제가 문제라고? “바보야, 진짜 문제는 경제위기다.”
야당들은 새누리당을 이길 생각이 없다. 대한민국의 동쪽 반과 위쪽 반은 아예 포기했다. 동쪽에서는 두어 군데만 빼면 기껏해야 ‘박근혜 당’과 ‘어차피 박근혜 당’의 싸움이다. 60대 이상은 누가 뭐래도 “이뻐도 미워도, 불쌍해서 박근혜”다. 야당들은 이들을 설득하는 척조차 안 한다. 자기네들끼리만 싸운다. 합심해도 이길까 말까 한데.
안철수는 ‘호남당’이 목표다. 호남에서만 이기면 얻을 것 다 얻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자기는 재기할 수 있겠지. 김종인은 안철수만 호남 밖으로 못 나오게 막으면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면 앞으로 자기가 제1야당 대표 노릇 할 테니. 김종인이나 안철수나 그 머릿속에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은 아예 없는 것 같다.
집권여당 대표는 소수 야당을 심판해 달란다. 소수 야당 때문에 대통령·국회·정부가 식물이 되었단다. 그 정도로 식물이 될 거면 대통령 왜 하나? 황당한 소리다. 식물 대통령이 아니라 ‘독초 대통령’이라고 걱정하는 국민이 더 많은 것 아닌가?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과반수가 되면 IMF 위기가 다시 온다는 무식한 소리도 한다. 지난 8년간 행정부를 장악하고 국회에서 다수를 차지하고는 소수 야당 탓만 한다. 오죽 무능하면 무능한 소수 야당 핑계를 댈까. 야당은 소수라 무능하다지만, ‘박근혜 당’은 국회에서 다수이고 행정권을 장악했으면서도 무능하다. 무능의 극치다.
어디 그뿐인가. 박근혜 정부는 걸핏하면 법을 무시하지 않았나. 법이 없으면 시행령 통치로 밀어붙이지 않았는가. 그런데 경제는 야당 때문에 못하겠다니. 야당 때문에 부동산 투기 조장했나? 야당 때문에 가계부채가 1200조원이 넘도록 방치했나? 기업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도록 보고만 있었나? 무모함과 후안무치의 극치다.
우리 경제는 대통령 심기에 따라서, 그리고 정치적 목적에 따라서 위기였다, 좋았다, 다시 위기였다 매일매일 변한다. 우리 경제는 박근혜 정부의 정치에 배반당했다. 어제 한 말을 오늘 기억 못하고, 오늘 한 말을 내일 뒤집으니 경제정책이 제대로 되겠나. 한심의 극치다.
새누리당은 야당에서 폐기처분된 사람을 선대위원장으로 모셔왔다. 이 사람이 양적완화를 들고나왔다. 돈을 마구 찍어 부실 대기업에 퍼붓겠다는 투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버렸던 이명박의 ‘낙수정책’을 부활시켰다. 무식의 극치다.
선대위 경제정책본부장은 법을 기만해 실형 선고를 받은 자다. 그가 최저임금을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실질적’ 9000원이 되도록.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지난 대선 때 ‘실질적’ 반값등록금 한다고 대학생들에게 사기 치더니, 이번에 또 젊은이들에게 사기 치고 있다. 국법을 기만한 자, 경제정책에선들 국민을 기만하지 않겠는가. 기만의 극치다.
그게 끝이 아니다. 선거가 새누리당 승리로 끝나면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는 오만함에 기고만장해질 거다. 이제 새누리당 내부에, 그리고 청와대와 피비린내 나는 내전이 벌어질 거다. ‘죽박’ 대 ‘끝박’ 간에 목숨을 건 권력 싸움이 벌어질 거다. ‘죽을 때까지 박근혜’를 잡고 있어야 살 수 있다는 ‘죽박’과, 선거 끝났으니 이제 박근혜도 끝이라는 ‘끝박’ 사이에.
곧 가계부채 위기가 온다. 중국 위기도 온다. 고령화 위기, 인구절벽 위기도 온다. 무엇보다도 박근혜·이명박 10년 경제 실패의 위기가 오고 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내부에서 권력 싸움에 사생결단을 할 테니 국정은 내팽개칠 거다. 약삭빠른 ‘진박’은 박근혜 정부 끝나기 전 단물 한번 더 빨아먹으려 바쁠 테고. 경제위기만 오면 그나마 다행이다.
새누리당이 내부 분열을 막고 합심해야 위기를 막을 수 있다. 새누리당이 겸손해져야 한다. 그러려면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에서 져야 한다. 그것만이 이 나라가 살 길이다.
< 이동걸 - 동국대학교 경영대 초빙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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