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브라질에서 열리는 리우올림픽에 대해서 나는 관심이 없었다. 양궁이나 태권도에서 메달을 땄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잠시 기뻐했지만, 그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하여 여자 배구팀이 8강전에서 네덜란드에 패함으로 나의 관심을 끌었다.


여자 배구가 관심을 끈 이유는 인터넷에서 벌어진 현상 때문이었다. 시합에 이기리라고 믿었는데 진 결과에 대해, 실수한, 또는 실수한 것처럼 보이는 선수에게 무자비한 비평과 공격을 하는 것이 나를 슬프게 했다. 경기를 TV로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배구라는 게임의 성격상 수비 선수가 실수한 것처럼 보인다면, 그만큼 상대방 공격수의 공격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다. 설사 실수였다 해도 비난도 좋지만 격려도 하여 다음에 더 잘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을까? 그 날의 경기운에 따라 이기고 질 수도 있는 것이 스포츠다. 그런 상황에서 실수한 선수만을 표적으로 정해 원색적으로 비난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합에 패하고 그 누구 보다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웠던 것은 그 선수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 선수를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줘야지 쓰러뜨리고 밟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엄연히 국가대표 선수이고 감독의 신임을 받아 경기에 뛰고 있는 선수이다. 이번이 마지막 경기가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 뛰어야 할 선수이기에 다음 경기를 위해서라도 격려를 해주어야 한다.


인터넷이란 참 우습고 또한 무서운 것이 시합에 패한 여자배구 선수에 대한 비난이, 누가 올린 한 장의 사진 때문에 배구협회로 날아가게 됐다. 소위 말하는 ‘김치찌개 회식’이라는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그 사진은 2년 전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여자배구팀이 그 회식으로 좁은 방안에서 김치찌개를 먹는 모습이었다. 그 회식이 금메달을 딴 팀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 때 한 선수가 자비를 털어서 그럴듯한 식당에 가서 따로 회식을 했다는 사실에 씁슬하다. 그 선수의 이름은 김연경이었다. 그녀가 이번 올림픽에서 큰 활약을 했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인터넷에 확인한 바에 의하면 세계 최고의 여자 배구선수라는 것이었다. 그 근거로 2012년 런던올림픽 때 한국여자 배구가 4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최우수 선수상을 받았음은 물론 득점왕이었다. 어떤 스포츠이건 최우수 선수상은 우승팀이나 준우승 팀의 선수에게 돌아가는 것이 관례다. 그 사진 한 장으로 인해 배구협회의 무성의한 선수 대우와 올림픽에 대한 무책임한 대책들이 인터넷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팀 닥터는 물론 통역도, 전력 분석관도 제대로 없이 출전했고 선수들에 대한 배려가 형편없었다는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선수들이 시합에 전념할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 시합이 끝나고도 폐막식까지 남아있지 못하고 개별적으로 귀국하게 한 사실도 그렇다. 이번 시합에 졌다고 이것이 절대 마지막 시합이 아니다. 다음 시합을 위해서라도 선수들을 그렇게 홀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이 결코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 날이 오기까지 우리는 그 때까지의 준비과정과 선수관리를 까마득하게 잊고 있다가, 만약에 일본과 시합을 하게 되면 이기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그러나 이 번에 이겼다고 다음에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올림픽 같은 큰 경기는 결코 선수 혼자서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협회 차원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다른 종목의 많은 선수들이 ‘양궁협회’를 부러워한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 그리고 양궁에서는 한국이 꾸준히 메달을 획득한 이유도, 공정한 선수 선발과 철저한 선수 관리로 선수들이 오로지 경기에만 전념하게 해주는….


김치회식이 너무 잘 알려진 사실 때문인지 이번에 새로 당선된 배구협회 회장이 8강에 오른 여자 배구팀을 위하여 뒤늦게 강남의 중국식당에서 회식을 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선수들의 애로 사항을 들었다고 한다. 이제는 뭔가 달라질까 생각했던 것도 잠시 새로 감독에 고교 감독 출신을 임명했다고 한다. 전례 없이 처음으로.

< 박성민 - 소설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동포문학상 시·소설 부문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