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비선 측근’이 케이스포츠 운영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한겨레> 보도를 청와대가 부인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일방적인 추측성 기사로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 대변인은 미르와 케이스포츠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 행사에 참여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참으로 오만한 모습이다.

국민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사안에 사실이 아니라면 뭐가 아닌지 밝힐 생각은 않고 무작정 깔아뭉개는 건 정치권력의 올바른 자세가 아닐뿐더러 의혹만 키우는 일이다. 박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방문 기간에 열린 한불 융합요리 행사에 미르가 참여했다는데, 도대체 어떤 경위로 참여한 것인지는 밝히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청와대가 이런 식이니 여당인 새누리당 역시 국회에서 이 의혹을 다루는 국정감사에 반대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미르와 케이스포츠 설립·모금과 관련한 모든 증인의 채택에 반대했다고 한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정치공세에 불과하고 기업의 자율적 모금은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라는 게 반대 이유라는데, 말이 되질 않는다. 대통령의 ‘비선 측근’이 재단 이사장 임명에 개입하고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모금에 관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마당이다. ‘권력형 비리 의혹’의 실체를 파헤쳐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건 국회의 당연한 의무다. 바로 이것을 하라고 국정감사라는 제도를 둔 것이다.


국회는 이번 국감에서 창립총회 회의록마저 위조한 미르와 케이스포츠재단 설립승인서를 문화체육관광부가 초고속으로 내준 경위와 전경련이 기업들의 모금에 앞장선 이유, 그리고 이 과정에 청와대의 개입은 없었는지 등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이를 위해선 모금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승철 부회장 등 전경련 간부들과, 모금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그리고 ‘비선 측근’으로 지목된 최순실씨 등이 반드시 국회에 나와야 할 것이다.
재계 인사들의 국회 출석이 경제에 부담을 준다고 하는데 진정 기업을 괴롭히는 건 근본도 없는 재단에 수백억원을 내도록 압박하는 일이다. 새누리당은 명분 없는 증인채택 반대 논리를 즉각 거둬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