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아름답게 물드는 캐나다에서의 추수감사절은 크리스마스를 제외하고 마지막으로 길게 쉬는 휴일이다. 이 연휴를 끝으로 많은 캠프장들이 문을 닫기 때문에 이 날은 가족들과 캠핑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엊그제 우리 교회에는 추수감사주일에 많은 성도들이 함께 감사의 예배를 드리며, 정성스럽게 준비한 식사를 나눌 수 있었다. 그날 우리 교회에 전혀 예수님을 몰랐던 새 신자가 어린 자녀와 함께 교회에 등록했다. 예배를 마치고 식사를 나누고 돌아가는 길에 그분이 이렇게 인사를 했다고 한다. “감동이 있는 예배였고, 좋은 말씀이었고, 따뜻함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분의 이야기는 잠시 잊혀졌던 나의 추수감사절 다짐을 떠오르게 했다.
캐나다에 오기 전, 미국 버지니아 어떤 권사님의 가정에는 우리 가족과 두 명의 청년들, 그리고 권사님 남편 교회의 소그룹 멤버들 (권사님 남편분은 백인이시라 권사님은 두 개의 교회를 섬기셨다), 그리고 권사님의 아들 커플이 함께 추수감사절 만찬을 가졌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큰 명절 분위기이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인들은 한국의 추석처럼 가족들과 보내기 위해서 동부와 서부를 막론하고 고향의 가족들을 찾아 이동한다. 오랜만에 그리운 가족들을 만나서 가족들만의 의미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얼마나 소중한가!
그런데 권사님은 그 해 추수감사절 몇 주 전부터 나에게 신신당부를 하셨다. “이번 추수감사절 목요일 만찬에 꼭 참석해 주세요. 그리고 혹시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 청년들과 꼭 같이 와 주세요.” 솔직히 그 권사님의 부탁은 부담스러웠다. ‘요즘처럼 바쁜 청년들이 과연 낯선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 오려고 할까?’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몇몇 청년들이 참석해 주었다. 그날 우리는 인종과 국경을 넘어 한 자리에 모였고, 하나님께 감사의 고백과 찬양을 드렸고,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아니 잠시나마 모두가 한 가족이 되는 시간이었다.
평소 개인주의적이고 그래서 자기 가족만 챙기는 것이 서구의 문화라는 편견을 가졌었는데 (물론 권사님에게서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개인적으로 몇 번 경험한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감사함과 하나 됨, 사랑의 나눔을 전통 삼아, 외로운 사람들과 가족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시간이었다. 이들은 평소에 자신들의 가족들의 소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외로운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는 것일까? 가족들만의 시간도 소중하지만, 자녀들에게 사랑과 나눔의 가치가 소중함을 전해주고 싶은 것일까? 그날 우리 가족은 권사님의 가족들을 통해서 느낀 추수감사절의 따뜻함과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다짐을 했었다.
추수감사주일, 우리 교회의 새 신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예전 추수감사절의 다짐을 다시 새겨보았다. 다음 추수감사절에는 개인적으로 외로운 사람들을 찾아 따뜻함을 나누는 시간이 되기를, 또한 우리 교회 공동체가 외로운 사람들을 초청하고, 한 해의 감사를 고백하며, 한 가족이 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 전상규 목사 - 열린한마음교회 담임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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