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대한민국 외교부에 호의적이지 않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외교전에서도 그렇지만, 국외에서 자국민을 보호하는 일에 무능하고 무정한 외교부의 행태 때문에 억장이 무너졌던 적이 많다. 그런 이유로 7년 전 바로 이 ‘사람그물’ 칼럼에서 나는 이렇게 썼다.
“외무고시는 고시계의 꽃으로 불릴 만큼 최정예 엘리트를 선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게 선발·육성된 외교관들 스스로 제일 중요하게 꼽는 능력은 조국애와 인류애다. 하지만 순혈주의로 상징되는 자폐적 내부소통이 관성으로 굳어진 탓에 외교관들이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일에 대한 개념이 거의 상실된 것처럼 국민의 눈에는 비친다.”
자기들끼리 통속에서만 주고받는 게 몸에 배어 있으니 외교전도, 자국민 보호도 잘될 리 없다. 그럼에도 지극히 전문적이고 폐쇄적이어서 당사자들이 나서지 않는 한 검찰이나 국정원만큼 개혁이 어려운 집단이었다. 그런데 드디어 기회가 왔다. 강경화라는 사람이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된 것이다.
강경화는 비고시, 비서울대 출신에 사상 첫 여성 외교부 장관 후보자다. 오랫동안 국외에서 근무해 국내 인맥은 거의 없다. 이른바 약한 고리의 전형이다.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해도 편들어줄 자기편이 없다. 예상대로 강경화는 총력 낙마 대상으로 집중포화를 맞았다. 청문회 대상인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흠결이 더 중대해서가 아니라 약한 고리라서 그렇다. 야비하고 잔인한 관행이다. 결국 야3당은 강 후보자를 부적격자라고 몰아세우며 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여성단체 등 시민 2만명이 강 후보자 지지 선언을 했다. 더 의미있는 지지 선언은 외교부 내부에서 나왔다. 전직 외교부 장관 10명이 강 후보자가 누구보다 외교부 장관 적임자라고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다. 놀랍게도 외교부 공무원노조는 강 후보자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를 선언했다. 노조는 외교부 내 폐쇄적인 조직문화와 순혈주의 타파를 언급하며 지금이야말로 외교 패러다임과 문화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필요한데 그 적임자가 강경화 후보자라고 논평했다. 외교부 안팎과 위아래로부터 이토록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장관 후보자가 있었던가. 없다. 일부 내부 구성원들만 감지하던 위기감이 ‘강경화’를 방아쇠 삼아 터져 나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이제 외교부가 자기들만의 통을 부수고 세상 밖으로 나오겠다는 성찰과 개혁의 선언으로 읽힌다.
5대 흠결 인사 배제 원칙으로 인한 논란은 문재인 정부에서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그 희생양이 강경화가 될 이유가 없다. 시대정신이나 상징성으로 본다면 다른 후보자를 포기하더라도 강경화를 지키는 게 맞다. 약한 고리 동정하는 식이 아니라 실제 능력 면에서도, 상징적인 면에서도 그렇다. 강경화에 대한 안팎의 지지 선언과 지지 서명이 그걸 증명한다. 여론도 강경화 임명 찬성이 62%(12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로 반대 의견의 2배가 넘는다.
강 후보자 지명 철회를 고려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무려 89.4%다. 요즘 국민 유행어인 ‘우리이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경쾌한 표현 속엔 그간 우리가 목말라했던 나라다운 나라에 대한 순정한 염원이 담겨 있다. 대통령을 향한 전무후무한 국정지지율은 혹시라도 강경화 지명 철회 같은 과거의 악몽이 되풀이될까봐 압력성 뒷배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방패연처럼 떠오르는 현상이다. 강경화는 여러 측면에서 새날을 여는 방아쇠다. 꼭 외교부 장관에 임명되어야 한다. ‘강경화’가 옳다.
< 이명수 - 심리기획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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