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한국은 미국과 철저하게 공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철저함” 속에는 “동맹 차원”의 결정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길만이 우리가 살 길이라고 믿는다. 이들 가운데 “천성적으로 미국의 모든 것에 동조적(naturally sympathic to all things American)인 사람들”도 있다. 이 말은 2006년 7월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본국에 보낸 외교 전문에 나오는 표현이다. 한국의 소위 주류 외교안보 전문가들을 묘사하면서 사용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중국이나 일본 전문가 그룹보다 수적으로 빈약하다. 그들은 한국 언론매체의 영문판 뉴스와 번역 서비스를 이용하여 한국의 소식을 듣는다. 이들의 지식과 의견은 한국 뉴스와 언론에 도드라지게 등장한다. 마치 그들이 미국의 정책이고 대표적 의견인 듯 말이다.
이들은 북한과 협상은 불가능하며, 더 강력한 제재를 통해 북한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이 곧 붕괴할 것이라고 믿는 전문가들도 꽤 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과 천성적으로 미국에 동조적인 전문가들은 끈끈한 유대와 연대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같은 학교를 다녔거나, 오랜 기간 세미나에서 교류했거나, 정책 용역을 공동으로 진행했거나, 아니면 단순히 서로 간의 필요가 맞아떨어져서 매우 세밀하고 조직적인 연결망을 유지한다.
이 연결망이 사실상 동맹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한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한-미 관계의 평가가 180도 뒤바뀔 수 있다. 예를 들어, 노무현 정부 시기, 한-미 관계가 좋지 않았다는 평가는 이들이 생산해 놓은 그들의 담론이다. 양국 간의 공조가 흔들렸고, 동맹이 약화되었다고 주장한다. 동맹 공조가 흔들렸다면, 어떻게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었으며, 왜 한국이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규모의 지상병력을 이라크전에 파병했으며, 어떻게 미국의 지원 없이 반기문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되었을까? 이들이 한-미 간 공조가 흔들리고 동맹이 약화되었다고 주장하는 이면은 노무현 정부가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해 미국과 다른 의견을 피력하고 상호호혜적인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협상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에 고분고분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들은 여전히 건재하고 강력한 담합체제를 유지한다. 자신들의 사고와 접근법을 일종의 기준으로 설정하고 그 이외의 것들은 반동맹적인 방안으로 아주 불손하게 취급한다. 최근 문정인 교수(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미국 학회에서 했던 “사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라는 발언으로 촉발된 소동이 아주 전형적인 예이다. 서울과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한-미 동맹이 굳건하다면서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거나, 합의가 바뀔 경우 동맹의 기초가 흔들린다고 역설한다. 그 역설의 핵심은 “미국 말 잘 들어”라는 심리가 가득하다.
곧,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주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끔찍하게 나쁘다고 생각하는 미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동맹에 무임승차 중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과 한반도의 평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한국의 대통령은 당당히 협력외교를 할 것이라고 피력한다. 이 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민국이 주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길 바란다. 그것이 이 회담의 목적이어야 할 것이다. 동맹이 “천성적으로 미국의 모든 것에 동조적인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 최종건 - 연세대 교수, 정치외교학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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