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작업이 창작자의 의무” “창작량 늘리려 조수 쓸 수도”
1심 유죄, 2심은 무죄 엇갈려, 조씨 “참된 예술가 되게 도와달라”
무명화가의 도움을 받은 가수 조영남씨의 화투 그림은 조씨의 창작물로 볼 수 있을까? ‘대작’ 사실을 숨기고 판매한 건 사기 행위인가? 28일 대법원 대법정에선 이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연출됐다.
조씨의 ‘그림 대작’ 사건을 놓고 열린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미술작품 제작에 조수가 관여했을 경우 이를 구매자에게 미리 알려야 하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은 “그림 구매자들이 조씨가 그린 그림을 고액에 구매한 이유는 직접 그렸기 때문”이라며 “대작 화가의 존재를 숨긴 채 10만원에 사들인 그림을 1천만원에 판매하는 행위가 사기”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나 조씨의 변호인은 “구매자들은 미술계에서 조수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 그림이 대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사건이 유죄로 판명되면 데미안 허스트와 같이 조수를 쓴 외국 유명작가도 국내에선 사기죄가 성립된다”고 맞섰다.
미술작품 제작에 조수를 쓰는 관행에 대해선 양쪽 참고인의 의견이 엇갈렸다. 검찰 쪽 참고인인 신제남 한국전업미술가협회 자문위원장은 “일반적으로 화가들이 조수를 사용한다는 관행은 없다. 오로지 혼자서 작업하는 게 창작자의 의무이고 상식”이라며 “조수가 대부분을 그린 작품을 조금 손보는 척하고 사인하는 것은 작가적 양심이 결여된 행위”라고 주장했다.
반면 조씨 쪽 참고인인 표미선 전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작가가 더 많은 양의 전시를 위해서 작품량이 필요하다면 조수를 쓸 수 있다”며 “우리나라 유명 작가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려면 많은 조수의 도움을 받아서 작품 수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반박했다.
조씨는 지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송아무개 등 무명화가에게 그림 대작을 지시했고 그렇게 받은 그림에 자신의 서명 등 경미한 작업만을 추가했다는 게 검찰의 공소사실이다. 17명에게 모두 21점을 팔았고 그림 구매액은 모두 1억5300만원이다.
1심 재판부는 ‘송씨가 대신 그린 작품은 조씨의 창작물로 볼 수 없다’며 이를 구매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행위가 사기라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했다. 반면, 작품의 소재인 화투가 조씨의 고유 아이디어라고 본 항소심 재판부는 조씨의 친작 여부가 구매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공개변론에 참석한 조씨는 최후변론에서 “남은 인생이 사회에 보탬이 되는 참된 예술가가 될 수 있도록 살펴달라. 제 결백을 가려달라”고 호소했다. < 장필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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