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에서 ‘사전투표 및 개표 공개시연회’ 열어
“지금부터 투표지분류기 분해 시연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내부를 보면 센서나 외부 통신이 가능한 장비는 존재하지 않는 걸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8일 오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2층 대회의실이 사전투표소와 개표소로 변신했다. 투표소에 들어선 순간부터 개표소에 옮겨져 인터넷으로 공개되는 과정까지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중앙선관위에서 ‘사전투표 및 개표 공개시연회’를 마련했다.
선관위는 대회의실 입구에서부터 ‘부정선거 의혹에 관한 진실’ 등이 담긴 51쪽짜리 자료집을 나눠주며 단단히 준비한 모습이었다. 이날 시연회는 투·개표 과정 설명과 시연, 질의응답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1시간 가량 이어진 시연은 지역구 후보 4명, 비례대표 35개 정당, 선거인 수 4000명, 투표인수 1000명을 가정해 진행됐다.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 전에 투표함을 점검하고 봉인하는 과정부터 시작해 관외·관내 투표를 진행한 뒤, 봉인된 투표함을 열어 개표소로 옮겼다. 개표소에서는 개함부와 투표지 분류기 운영부, 심사집계부, 보고석을 거쳐 인터넷에 결과가 최종 공개되는 과정을 보여줬다. 직원들은 투표지분류기에서 제대로 기호가 분류가 됐는지를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시연 과정에서 기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건 ‘투표지분류기와 심사계수기 분해 시연’ 시간이었다. 투표지분류기는 기표된 투표지를 후보자별로 분류해 득표수를 세는 장비다. 심사계수기에서는 투표지 숫자를 세면서 무효표 등이 섞여있는지 걸러낸다.
관심을 모은 것은 4·15 선거의 부정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민경욱 의원 주장대로 투표지분류기에 무선통신 장치가 부착돼 있느냐였다. 민 의원은 투표지분류기와 심사계수기에 통신장비가 부착돼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관위는 즉석에서 기계를 분해해, 내부에 설치된 노트북에 외부와 통신이 되는 무선랜 카드가 미설치돼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 프린터에는 구조상 무선랜 카드가 부착되어있지만, 물리적으로 외부 네트워크가 차단되어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기자들이 육안으로 봤을 때도 통신장비나 신호를 보내는 기계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김판석 선관위 선거국장은 “투·개표 관리는 선관위 직원 외에 국가공무원, 지방공무원, 금융기관직, 일반시민 등 30만명이 참여 아래 이뤄진다”며 “단언컨대 이런 환경에서 선거부정을 저지르기 위해서는 선거관리에 관여한 모든 사람이 조작·관여를 하지않고는 불가능하다. 모든 의혹이 해소되고 더 이상 국력이 낭비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투표용지 유출과 빵 상자에 투표지를 보관했던 점 등에 대해서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개표 사무에 완벽하지 못한 점도 있었고, 앞으로 개선할 점도 있었다. 앞으로 정비해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선관위가 이례적으로 시연까지 나섰지만, 이번 논란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시연회에 입장하지 못한 유튜버와 공명선거쟁취총연합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청사 앞에서 ‘부정선거’ 피켓을 들고 애국가를 부르며 항의하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시연회도 못 들어가게 했으니, 이런 건 쇼에 불과하다. 선거무효를 선언하고 수개표로 다시 개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전부터 불복 의사를 밝혀온 민경욱 의원은 “음주운전 사고를 내놓고 한 달 뒤에 엄마 앞에서 운전 시연을 하느냐”며 “선관위 시연은 음주운전 피의자가 술깨고 나서 직접하는 셀프 음주측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시연회 당일인 이날 오전 부정 개표의 증거라고 제시했던 투표용지 6장을 건넨 선거 참관인을 공개하기도 했다.
법원에 선거 관련 증거 보전 신청을 했던 이언주 의원도 선관위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부정선거냐 아니냐를 따지기 전에 오류가 생긴 개연성이 있는 분류기 등 전자개표시스템, 비밀선거원칙에 반하고 법적 문제가 있는 큐알코드, 믿을 수 없을 만큼 부실관리가 되고 있는 사전투표, 법적 선거운동 기간 보장을 위반한 사전투표 등이 문제”라며 “국민은 확실하지 않으면 의혹도 제기할 수 없느냐”고 주장했다.
이날 시연회에서 투표지분류기를 직접 분해해 외부 통신과의 연결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지만, 재차 해킹을 당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선관위 유훈옥 선거2과장은 이렇게 답답함을 토로했다.
“의혹만 제기하지 말고, 근거를 가지고 주장한다면 확인해드리겠다. 직접 해킹을 해보여주던지, 더이상 어떻게 해드려야 할지 방법을 제공하면 답하겠다.”
이보다 더 어떻게 자세히 설명을 하느냐는 선관위와 수개표를 다시 하기 전까지 인정하지 않겠다며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 사이에서 과연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 ‘불필요한 논쟁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봉합해 국민 화합을 도모하고, 투·개표 과정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높이기 위해’ 이번 시연회를 마련했다는 선관위의 목표는 아직 이르지 못한 것 같다. < 장나래 기자 >
민경욱에 투표용지 건넨 건 참관인 “불법 아니라 생각”
미래통합당 민경욱 의원이 4·15 총선 부정 개표의 증거라며 제시했던 투표용지 6장을 자신에게 건넨 선거 참관인을 공개했다.
민 의원은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당일 개표장에 있던 참관인이 6장의 투표용지를 건네받아서 나왔다"며 해당 참관인을 옆에 세웠다.
총선 당일 구리 체육관에서 개표 참관인으로 참석했다는 이모 씨는 개표를 지켜보다가 두 가지 색깔로 된 투표용지를 발견했고,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이 '선거부정 의혹이 있으니 신고해달라'며 자신에게 투표용지를 건넸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당시 경찰에 '투표 중지' 소리를 지르며 신고를 했지만, 선관위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쫓겨났다"며 "선관위에 신고해봤자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경기 구리의 통합당 후보였던 나태근 후보나 주광덕 의원에게도 연락했지만, 이들에게 회신이 오지 않아 결국 민 의원을 찾아갔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신이 어느 정당 몫 참관인인지는 "당에 누가 될 것 같다"며 밝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 용지를 건넨 사람이 "거기(선관위) 사무원쯤 되는 사람으로, 구체적인 신원은 전혀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용지반출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느냐는 질문에는 "불법이 아니라고생각했다"며 "부정선거 정황을 발견해서 대의적 차원에서 신고해야겠다는 결단을 한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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