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원주대교구장 지학순 주교(맨 왼쪽)1974723일 중앙정보부로부터 소환장을 받은 뒤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옛 성모병원) 앞마당에서 김수환 추기경(가운데)을 비롯한 성직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심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정의구현사제단계기박정희 유신헌법은 무효양심선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수감 생활을 한 고 지학순 주교(1993년 작고)에 대한 재심이 40여년 만에 개시됐다. 지 주교는 유신헌법은 무효라는 내용의 양심선언문 발표로 구속됐고 이 사건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결성의 기폭제가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재판장 허선아)28일 긴급조치 위반 등의 혐의로 수감됐던 지 주교의 첫 재심 공판을 열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긴급조치 위반을 위헌 판단해 검찰이 재심 청구 신청을 했다위헌 판단을 받은 긴급조치 위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내란 선동, 특수공무 방해 부분을 별도로 따져 보겠다고 밝혔다.

지 주교는 지난 197476일 김지하 시인에게 108만원을 주며 내란을 선동했고, 관련 내용을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았다며 내란 선동 및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연행됐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유신 반대 운동인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의 배후로 지 주교를 지목했고 지 주교는 수녀원 등에 연금된 상태에서 중정의 소환장을 받았지만, 서울 명동 카톨릭회관 앞마당에서 유신헌법은 무효라는 내용의 양심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지 주교는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그해 8월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당시 지 주교의 양심선언은 국내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구속을 계기로 결성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이듬해 14일치 <동아일보> 광고란에 암흑 속의 횃불이란 제목으로 전문을 공개하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이에 지 주교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국선언과 기도회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같은 해 2월 석방됐다.

지난 201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통령 긴급조치 1호가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를 심각하게 제한했다며 위헌으로 판단했고 헌법재판소도 2013년 긴급조치 129호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검찰은 20183월 지학순 주교 사건 재심을 청구해 지난 14일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다음 재판은 716일에 열린다. < 조윤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