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이용된 비둘기 전사의 역사

2천년 이상 된 생체무기 비둘기 통신병

              

비둘기가 파키스탄에서 보낸 스파이인지 조사해봐야 한다.” “인도 총리님, 제발 돌려주세요. 제가 축제 때 날린 겁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접경 지역인 잠무-카슈미르는 두 나라의 오랜 분쟁 지역이다. 이번에는 비둘기 한 마리로 양쪽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힌두스탄 타임즈등 인도 현지 언론은 25암호가 써진 비둘기 한 마리가 잠무-카슈미르의 카투아 지역에서 발견되어, 경찰이 비둘기를 구금하고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투아 경찰의 관계자는 이 매체에 마을 주민들이 넘긴 비둘기를 보니, 한쪽 다리에 고리가 달려 있었고 거기에 몇 개의 숫자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뉴스는 서구 언론 등에 스파이 비둘기로 보도되면서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이른바 전서구로 불리는 통신용 비둘기가 양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군사기밀을 전달하는 통신병으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스파이 의혹을 받고 인도 경찰에서 감금하고 있는 비둘기의 모습.

하지만 이틀 뒤, 상황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비둘기의 주인을 자처하는 이가 파키스탄 쪽 마을에서 나타난 것이다.

파키스탄의 영자 매체인 파키스탄의 새벽27하비불라라는 이름의 남성과 인터뷰한 기사를 내보냈다. 인도-파키스탄 국경에서 4떨어진 바가 샤카가르 마을 주민인 그는 인도에서 잡힌 비둘기는 스파이나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내가 날려보낸 애완동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매체에 자신은 비둘기 십여 마리를 소유한 비둘기 애호가이며, 라마단이 끝난 뒤 열리는 이드 알피트르 축제 때 날려 보냈다고 밝혔다. 비둘기 다리에 부착된 고리에 새겨진 숫자는 자신의 전화번호라고 덧붙였다. 그는 비둘기는 평화와 사랑, 인내의 상징이라며, 자신의 비둘기를 돌려달라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요청했다. 이 매체는 바가 샤카가르 주민들이 반인도 구호를 외치며 비둘기 구금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도 덧붙였다.

스파이 비둘기를 둘러싼 두 나라의 신경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과 2015년에도 인도에서 비슷한 이유로 비둘기를 잡아 조사한 적이 있었다.

2016년에는 이라크의 이슬람국가(ISIS) 지부가 요르단의 특정 인물에게 보내는 편지를 비둘기에서 발견했다고 요르단군이 공개한 적이 있었다.

2천년 전부터 전쟁에 활용된 비둘기 통신

어느 곳에 풀어놓아도, 비둘기는 자신의 둥지를 정확히 찾아간다. 천재적인 귀소본능은 인간이 비둘기를 통신용으로 사용하게 된 계기가 됐다.

파피루스 종이에 편지를 써서 비둘기의 다리에 묶어 보내는 게 2000년 전부터 사용된 일반적인 사용 방식이었다. 세월히 흐르며 비둘기 통신 체계가 갖추어졌다. 비둘기는 풀려난 지점에서 메시지를 달고 지정된 자신의 통신소로 날아갔다. 통신소는 정보의 집합소였다. 통신소와 통신소가 연결됐다. 비둘기 통신은 근대 전신이 발명되기까지, 가장 빠른 장거리 의사소통 수단이었다.

비둘기의 뛰어난 통신 능력은 전쟁에 이용됐다. 애나 폴리나 모론 등이 쓴 책 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나를 보면, 로마제국 때부터 전황을 전하는 비둘기 전사가 활약했다. 기원전 58년에서 시작해 기원전 51년에 끝난 갈리아 전쟁에서 로마제국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갈리아 부족과의 전쟁에서 비둘기로 전황을 주고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3차 십자군전쟁 때 잉글랜드의 사자왕리처드 1세는 프톨레마이스(현재의 팔레스타인 지역에 있는 도시국가)를 포위하고 있었다. 무슬림 지원군이 프톨레마이스에 곧 지원군이 도착할 테니, 조금만 기다리라는 메시지를 비둘기를 통해 보냈다. 리처드 1세와 병사들은 이 비둘기를 가로챘고, ‘지원군이 오지 못한다는 내용으로 바꾼 뒤 다시 날려 보냈다. 잘못된 정보를 받은 프톨레마이스는 항복했고, 리처드 1세는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승리했다.

비둘기 전사가 체계적으로 사용된 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었다. 1차 세계대전 때, 미 육군통신부대는 프랑스에서 600마리의 비둘기 부대를 운영했다. 미 해병대 항공단은 프랑스에서 비둘기 통신소 12곳을 운영했고, 1508마리의 비둘기 전사를 양성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은 약 25만 마리를 양성했다. 전투에서 혁혁한 공로를 세운 비둘기 전사를 뽑아 애국심을 칭송했지만, 소형 폭발물과 생물학 무기를 비둘기에 달아 적군에 침투시키는 자살 폭격대운영 계획도 세웠다. 20세기 후반 들어 각국의 군대에서 사용하는 비둘기는 하나둘 사라졌다.

베일에 싸인 뛰어난 귀소본능은 어디서?

비둘기를 포함해 새들은 길을 잘 찾는다. 도대체 어떻게? 2000년 이상 제기된 이 질문은 최근까지 베일에 싸여 있다. 국지적인 범위에서 얘기하자면, 새는 시력이 무척 좋다. 황조롱이 같은 맹금류는 높은 고도의 하늘에서 땅 밑의 사냥감을 정밀하게 잡아낸다. 수천~수만 마리가 둥지를 튼 바닷가 절벽에서 새들은 정확하게 자신의 둥지에 착륙한다.

새들이 길을 잘 찾는 이유에는 역사적으로 두 가지 견해가 있어 왔다. 첫째는 기억력이 좋다는 추정이다. 하지만, 수십~수백떨어진 지점에서 자신의 둥지나 통신소로 돌아오는 비둘기나 미국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11000를 정확히 찾아가는 큰뒷부리도요 같은 경우는 기억력만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그래서 새에게는 제6의 감각이 있어서, 지구 자기장으로 방향을 인식한다는 주장이 과거부터 쭉 있었고, 최근에는 현대 과학에서도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최근의 연구는 새들의 자각(자기장을 인식하는 감각)의 위치와 기능에 모이고 있다.

비둘기에게는 눈 주위와 윗부리 비강에서 미세한 자철석 결정이 있다. 여기에 자석을 대면 방향감각을 잃는 현상이 한 연구에서 발견됐는데, 이것으로 이 부위에서 자기장을 감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2년 연구에서 자철석을 함유한 세포가 병원체에 대해 면역작용을 하는 대식세포로 판명되면서, 최근 학계는 크립토크롬이라는 광감지 단백질과 연관성을 주시하고 있다. 어쨌든 새들은 지구 자기장의 세기를 감지하는 수용체와 체내의 화학작용을 통해 자기장의 방향을 감지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 남종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