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내곡 사저’파문, 전면 재검토 밝혔지만… 풀려야 할 의혹들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뒤 머물 사저 부지로 서울 서초구 내곡동 땅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여러 의문이 제기되자 청와대가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들에 대해 소상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 예산과 개인 돈을 기준과 원칙 없이 마구 뒤섞어 이 대통령 부자의 개인 땅을 사는데 국가 예산을 투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횡령 또는 배임으로 번질 수 있는 중대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뒤 머물 사저 부지로 서울 서초구 내곡동 땅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여러 의문이 제기되자 청와대가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들에 대해 소상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 예산과 개인 돈을 기준과 원칙 없이 마구 뒤섞어 이 대통령 부자의 개인 땅을 사는데 국가 예산을 투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횡령 또는 배임으로 번질 수 있는 중대 사안이기 때문이다.
땅값 배분 무슨 기준? 양도세 거래는?
4억 건물 0원에? 대통령 얼마나 관여?
■ 땅값을 나눈 기준은? 전체 54억원의 땅값을 이 대통령 아들 시형(33)씨의 개인 돈 11억2천만원, 청와대 경호처 예산 42억8천만원으로 나눈 기준이 불투명하다. 청와대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매매계약서를 살펴보면, 시형씨와 경호처가 구입한 땅의 면적 대비 매입대금 비율이 비슷하다. 전체 땅(2606㎡) 가운데 시형씨 지분은 463㎡(17.8%) 경호처 지분은 2143㎡(82.2%)다. 전체 땅값(54억) 가운데 시형씨 부담은 11억2천만원(20.7%), 경호처 부담은 42억8천만원(79.3%)이다. 대체로 땅을 2대 8 비율로 나누면서 금액을 이 비율에 맞췄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여기엔 ‘꼼수’가 숨어 있다. 시형씨 지분은 면적은 좁지만 도로에 인접한 대지여서 금싸라기 땅인 반면, 경호처 지분은 넓지만 대부분 그린벨트로 값이 싸다. 땅의 가격은 고려하지 않고 면적 대비로만 구입비를 나눴다면, 결과적으로 시형씨가 비싼 땅을 싼 값에 살 수 있도록 국가 예산을 투입한 꼴이 된다.
더구나 경호처는 9필지를 한꺼번에 구입하면서 필지별 가격은 따로 명시하지 않아, 지번을 공유한 땅에 들어간 국가 예산이 각각 얼마인지 알 수 없도록 했다. 이 거래를 중개한 ㄴ부동산 관계자는 “전체 땅값을 54억원으로 정했고, 매수인들이 구매액을 어떻게 나눴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땅 구입비를 나눈 기준과 필지별 실구입액을 밝히지 않을 경우, 국가 예산을 사저 땅을 사는 데 투입했다는 의혹은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4억6천짜리 사저 터 건물을 ‘0원’으로 산정한 이유는? 계약 후 철거된 사저 터 건물의 공시가격은 4억6천만원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를 공시지가 합계에서 제외시켜 시형씨 몫의 공시지가를 낮췄다. 31년 된 폐허 같은 건물이어서 실제로는 아무 가치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추후 공개된 이 건물의 사진을 보면 청와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철거 직전까지 고급 한정식집으로 운영된 이 건물은 내·외부가 호화롭다고 할 정도로 번듯하다. 2004년 1층에서 2층으로 증축됐고, 시형씨도 이 건물을 리모델링해 사저로 쓰는 방안까지 검토했다는 게 부동산 쪽 증언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왜 이 건물의 값을 ‘0’원으로 산정했을까? 시형씨의 사저 땅 공시지가는 이 건물을 포함하면 12억8697만원, 빼면 8억1897만원이 된다. 건물의 공시가격을 포함시킬 경우 시형씨는 공시지가의 87% 수준으로 싸게 산 셈이 되지만, 빼면 공시지가의 137%에 구입한 것으로 나타난다. 청와대는 시형씨가 공시지가의 137%에 땅을 샀다고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 건물 가격을 공시지가에서 제외함으로써 시형씨의 ‘헐값 매입’을 감추고 싶었던 게 아닐까? 청와대가 밝혀야 할 대목이다.
■ 양도소득세 관련 ‘모종의 합의’ 있었나? 양도세와 관련해 매수인(시형씨와 청와대 경호처)과 매도인이 ‘모종의 합의’를 했다는 매수인 쪽 부동산 관계자의 증언이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ㅌ부동산 사장은 <한겨레> 기자와 만나 “양도세 문제 때문에 매도인 쪽 부동산에서 요청이 있었고, 매수인 쪽에서도 합의를 했다”며 “다른 복잡한 사정이 있지만 말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반면, 매도인 쪽 부동산 중개인은 양도세 문제를 거론한 적이 없다고 했다. 양쪽의 얘기가 다르다. 양도세를 낮춰주는 대가로 어떤 ‘이면합의’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왜 그랬는지 등도 청와대가 해명해야 할 부분이다.
■ 시형씨가 6억원을 빌렸다는 친척은 누구? 시형씨는 농협 청와대 지점 대출금 6억원 외에 친척한테서 6억원을 빌려 땅값을 충당했다. 청와대는 애초 친척한테 빌린 돈이 5억2천만원이라고 했다가 일부 언론에 6억원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시형씨가 친척한테서 빌렸다는 6억원에 대해 차용증을 썼다면서도 돈을 빌려준 친척이 누구인지는 극구 밝히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이자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차용증과 함께 은행 입출금 내역이 공개되지 않으면 그 돈이 친척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흘러들어왔거나, 이 대통령 부부가 편법으로 증여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될 수 있다.
■ 은밀하고 수상한 거래, 누가 주도? 이 복잡하고 수상한 거래를 누가 주도했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사저 땅과 국가 땅을 한 묶음으로 공동 구입하면서, 개인 돈과 국가 예산을 뒤섞고 결과적으로 사저 땅을 사는데 예산을 쏟았다면 법적 책임까지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이 과정을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어디까지 개입했는지도 물음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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