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지스는 10월31일 오전 7시25분 인도 우타프라데시주의 작은 마을인 몰에서 힘찬 울음을 터뜨리며 태어났다. 인류가 70억명째를 맞는 순간이었다.
유엔은 이날 인구가 70억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유엔은 50억, 60억명째와 달리 이번에는 한 아기를 정해 ‘70억명째 인류’로 선포하지 않았다. 여아인 나르지스는 우타프라데시주와 국제구호단체 플랜 인터내서녈이 정한 상징적인 70억명째 아기다.
2025년이면 중국을 넘어서 세계 최대 인구대국이 될 인도에서 우타프라데시주는 2억명의 최대 인구를 가진 주인데다 인구증가율도 가장 높다. 인도에서는 매분 51명의 아기가 태어나는데 그중 11명이 대부분이 하루 2달러 미만의 수입으로 살아가는 극빈층인 우타프라데시주에서 태어난다. 인도에서는 남아선호사상이 극심해 매년 수십만명의 여자아이가 낙태를 당한다. 플랜 인터내셔널이 인도, 그중에서도 여자아이를 일부러 70억명째 아이로 지정한 것은 이들의 불안한 현실과 인류미래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서다.
나르지스 외에도 세계 각국에서 ‘70억명째 아기’가 탄생했다. 하루에 수백만명이 죽고 태어나는 상황에서 정확히 70억명째가 누구인지 정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에 각자 나름의 상징성을 가지고 지정한 아기들이다.
지구촌 70억 시대 어둡다
60억명 이후 12년… 여전히 18억은 ‘잃어버린 세대’
보스니아 비소코에 사는 12살 아드난 메비치는 실직 상태의 아버지와 가끔 허드렛일을 나가는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는, 이 지역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아이다. 메비치 가족은 보스니아 내전 당시 생긴 상흔을 그대로 간직한, 허름한 아파트의 꼭대기층에서 한달 500마르크(39만원)의 월세도 근근히 낼 만큼 가난에 찌든 채 살고 있다. 그의 친구들의 부모들도 대부분 실직 상태라고 독일 DPA통신은 전했다. 메비치가 특별한 것은 단 하나, 그가 유엔이 정한 ‘60억명째 인류’라는 것이다.
‘60억명째 아기’ 메비치가 탄생한 1999년 10월12일, 코피 아난 당시 유엔 사무총장은 그를 안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기념사진을 찍었다(사진). 하지만 그 후 메비치의 삶은 말 그대로 현재 10~24살인 18억명, 이른바 ‘잃어버린 세대’의 전형을 보여준다. 대부분 저개발 국가에서 태어난 이 젊은 세대는 교육과 사회복지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 채 자라났다. 유엔은 26일 발표한 세계인구보고서에서 이들 ‘잃어버린 세대’가 가장 경제적 생산력이 왕성한 시기를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18억명의 청년 중 90%가 저개발 국가에서 살고 있다고 분석했다.
1950년대에 비해 인간의 기대 수명은 48살에서 68살로 20년이나 늘고, 신생아 사망률도 1000명당 133명에서 46명으로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그사이 선진국과 저개발국간의 인구 차이는 더욱 늘어났다. 동아시아에선 현재 여성 한명이 1.6명의 아이를 낳는 반면, 아프리카에서는 5명을 낳는다.
이렇게 태어난 저개발국의 아이들은 빈곤의 악순환에 빠진다. 식량이 모자라고, 의료시설도 부족하다. 이 악순환을 끊는 데는 여성의 인권 향상과 교육 강화를 통한 출산 통제가 해결책이다. 하지만 유엔인구기구(UNFPA)의 바바툰데 오소티메힌 사무총장은 “2억5000만명의 여성에게 가족계획을 교육하는 데 드는 돈은 20억달러밖에 되지 않지만 대부분의 저개발국이 이런 데 돈을 쓰려하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세계는 점점 더 지속불가능한 곳으로 변해갈 것”이라고 영국 <가디언>에 말했다.
지난 31일 세계 인구는 70억명을 돌파했다. 유엔은 그러나 이날 따로 70억명째 아기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대신 세계적인 구호단체 ‘플랜 인터내셔널’은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31일 태어난 한 소녀를 70억명째 아이로 정했다.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태어나지도 못하고 죽어가는 수백만 명의 인도 여성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해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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