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안철수 패닉’

● Hot 뉴스 2011. 11. 18. 21:14 Posted by SisaHan

출근하며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자신이 소유한 안철수연구소 지분의 절반을 기부하기로 한 결심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안철수 원장.


1500억 기부‥ ‘상식과 실천 1인혁명’
“박근혜·이명박 완전 무력화” 분석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500억원 상당의 주식 기부 결정으로 다시 정치권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짧은 시간에 그가 한국 사회에 던진 강력한 충격 때문인지, 그의 메시지와 소통방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안 원장은 15일 아침 경기도 수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앞에서 기자들과 잠시 만나 “단지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일을 실행에 옮긴 것일 뿐”이라며 “제가 강의나 책을 통해 사회에 대한 책임, 사회 공헌에 대해 말씀을 많이 드렸는데 그것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라고 말했다. 메시지의 핵심은 ‘실천’이다. 
정치평론가나 전문가들은 안 원장이 그동안 던진 메시지의 특징을 이렇게 요약한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이념’이 아니라 ‘상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참여하고 실천한다. 사회를 둘로 나누어 보려 하지 않지만, 분명한 역사 인식과 현실 진단을 바탕으로 행동한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땐 감성적이지만 쉬운 말로 한다. 이 모든 방식에 일관성을 갖추려 한다.’
 
상식, 참여, 실천으로 요약되는 그의 메시지는 ‘대중에게 각인될 만큼’ 반복됐다. 지난달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그는 박원순 후보에게 건넨 편지에서 “선거 참여야말로 원칙이 편법과 특권을 이기는 길이며, 상식이 비상식을 이기는 길”이라고 했다. 지난 14일 안철수연구소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공동체의 상생을 위해 작은 실천을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덕목”이라고 말했다.  참여와 실천을 강조하는 근거도 분명히 제시한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가 ‘부자 대 서민’, ‘노인 대 젊은이’, ‘보수 대 진보’의 대립이 아니다”(박원순 후보에게 전한 편지)라며 이분법을 경계했지만, “우리 사회 수많은 문제의 핵심 중 하나는 자원의 편중된 배분이며, 그 근본에 교육이 자리하고 있다”(14일 편지)고 강조했다. “현 집권세력이 정치적 확장성을 가지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하거나, 평소 그가 대기업 중심의 기업생태계를 꾸준히 비판하는 말들을 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풍부한 감성을 담은 그의 쉬운 말도 대중적 호소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14일 편지에는 희망, 은혜, 영혼, 꿈 등의 단어가 반복적으로 사용됐다. “언젠가 같이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 더 의미 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아가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생각한다”는 그의 말은 트위터 등을 통해 강한 전파력으로 누리꾼들을 사로잡았다. 
50%의 지지율을 양보할 때도, 50%의 주식 지분을 내놓을 때도 기성 정치권의 모습과 달리 망설이거나 잰 흔적이 없다는 점도 대중을 사로잡는 요소로 꼽힌다.
 
이처럼 정치와 비정치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성 정치의 문법과 행동양식을 깨버린 그의 ‘파격’에 정치권은 사실상 ‘패닉’ 상태다. 그가 의도했건 아니건, 이제 그를 빼고는 여야 모두 정치의 앞날을 말하기 어렵게 돼버렸다. 여권은 그의 행보를 본격적인 ‘현실 정치 참여’로 보고, 그가 불러올 정치 지각 변동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야권 역시 이제 안 원장을 빼고는 대중들에게 대통합의 완성을 말하기 어렵다고 보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안 원장이 기성정치권에서 벗어난 행동을 통한 이른바 ‘탈정치의 정치’를 하고 있는데, 그가 국민의 마음을 너무나 잘 읽고 있어 자신의 의지가 아닌 국민에 의한 수평적 리더십이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도 “그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번 기부 선언으로 박근혜 전 대표가 내놓은 생애주기별 맞춤 고용 등의 복지 비전이나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던 공정과 공생이라는 슬로건을 완전히 무력화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야권 입장에서 보면 안 원장은 이미 오프로드로 거침없이 달리고 있는데 야권은 이제 도로나 닦고 있는 모양새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지나친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안 원장의 행보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은 도리가 없지만, 사실은 그가 정치적이 될까 봐 두려운 보수진영이 지나치게 견제하고 과잉해석하는 것”이라며 “이런 견제 자체가 오히려 그의 정치적 위상을 키워주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풍’에 사회적 나눔운동 조짐
안철수 ‘마중물’ … 트위터선 “3만원이라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밝힌 재산 사회환원 계획이 기부와 나눔을 내건 사회적 운동으로 전개될 조짐이 일고 있다. 트위터 등 온라인에서는 안 원장의 기부에 동참하는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안 원장은 지난 14일 안철수연구소(안랩)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제 작은 생각이 마중물이 되어, 다행히 지금 저와 뜻을 같이해 주기로 한 몇 명의 친구들처럼, 많은 분의 동참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라며 뜻있는 이들의 동참을 희망했다. 자신의 기부 의사에 동참하기로 한 ‘친구’들이 있다고 밝힘과 동시에, 여기에 추가로 사회적 움직임을 기대한다는 뜻을 비친 셈이다. 
안 원장은 최근 가까이 지내온 인사 5~6명과 뜻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이에선 ‘한국판 레거시10’이란 이름으로 상위 10%가 현재 자산 10%와 앞으로 소득 10%를 내어 하위 10%를 돕는 방식의 기부 캠페인에 대한 의논이 있었다고 한다. 유산의 10%를 사회에 기부하자는 영국 부자들의 ‘레거시10’ 운동에서 한발 나아간 셈이다. 안 원장은 이보다 기부 규모가 큰 ‘보유 주식 절반 기부’를 택했다.
 
이들 외에도 지난 2년간 안 원장과 청춘콘서트를 함께 진행해온 인사들의 동참 여부도 주목된다. 이들 중엔 대중적 인기가 높은 이들이 많아 기부 분위기 확산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안 원장이 벤처 창업에 뛰어든 이래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벤처기업인들의 참여가 잇따를지도 관심거리다. 
안 원장 지지층의 개인적인 기부 운동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15일 트위터에선 “자랑스럽습니다. 저 또한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주식 1%는 12월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겠습니다”(kari****), “박수 보냅니다. 저도 3만원이라도 아프리카를 위해 결심해보렵니다”(myu***) 등의 개인적 기부 선언이 줄이었다. 
안 원장이 본인의 주식을 어떤 방식으로 출연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아직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기부금을 운영할 재단을 설립하는 기존 재벌 및 일부 유명인사들의 방식과는 모양새를 달리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사회 기부를 빌미로 친인척 및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편법적 수단이란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성실공익법인’이다. 운용소득의 80% 이상을 직접 공익목적에 쓰고 출연자나 특수관계자가 이사의 5분의 1을 초과하지 않는 조건으로, 기부금 운용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법인 형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