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팔이' 정봉주 탈락, 희대의 자충수…김두관도 패착

윤 대통령에 영수회담 제안…한동훈과 회담도
"채 해병 특검 도입 전제로 허심탄회 논의하자"

경선 내내 '네거티브전' 김두관 12.12% 고배
박용진보다 10%p나 떨어져…'비명계' 더 축소

4선 중진 '전략통'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에 안착
전현희·김병주·한준호·이언주 '2기 지도부' 구성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연임이 확정된 이재명 신임 당대표와 새 최고위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주·전현희 최고위원, 이재명 당대표, 김민석·한준호·이언주 최고위원. 2024.8.18 [공동취재] 연합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 이재명 후보가 역대 최고 득표율로 당선됐다. 최고위원으로는 김민석·전현희·김병주·한준호·이언주 후보(득표율 순)가 선출됐다. 반면 최고위원 후보군 중 선두권을 달리다 '이재명 팔이 척결'이라는 돌출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정봉주 후보는 결국 탈락했다. "이재명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며 대다수 당원들 의사에 반하는 좌충우돌을 일삼다 '명팔이'가 아닌 본인이 퇴장당함으로써 이번 전당대회 최대의 파란으로 기록됐다.

이 대표는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제1회 정기전국당원대회 대표 경선에서 최종 85.40%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돼 '이재명 2기 체제'의 막을 올렸다. 지난 2022년 대표 선거에서 자신이 기록한 77.77%의 득표율을 넘어선, 민주당 대표 선거 역대 최고 득표율이다. 이 대표는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85.18%, 권리당원 투표에서 88.14%, 대의원 투표에서 74.89%를 얻는 등 당 안팎에서 두루 높은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당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 것은 1995∼2000년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직을 맡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정견 발표에서 "대한민국이 어렵다. 정권의 불법과 부정 때문에 민생경제와 외교, 안보, 민주주의 등 모든 영역이 퇴행 중"이라며 "반부패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가 대통령 부인의 부패를 덮어주느라 억울한 공직자를 죽음으로 몰았다"고 윤석열 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하나다. 작은 차이를 넘어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가자"면서 "민주당을 대한민국의 확실한 수권정당, 유능한 민생정당, 듬직한 국민정당으로 확실하게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신임 당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로부터 전달받은 당기를 흔들고 있다. 2024.8.18 [공동취재] 연합
 

이 대표는 대표직 수락 연설 및 기자회견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양자 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그는 "지난 4월 총선 직후 영수회담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아쉬웠다"며 "지난 회담에서 언제든 다시 만나 국정에 대해 소통하고 의논하자는 데 뜻을 같이한 만큼 대통령의 화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회담 의제에 대해서는 "국민이 관심을 갖는 국정 중요 사안은 다 논의할 수 있다"며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안한 의제만으로도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에게도 대표 회담을 제안한다"면서 "시급한 현안들을 격의 없이 의논하자"고 전했다. 특히 "무엇보다 가장 큰 쟁점인 채 해병 특검법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가 필요하다. 한 대표도 진상 규명을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안이 최선이라 생각하지만, 한 대표도 제삼자 특검 추천안을 제안한 바 있으니 특검 도입을 전제로 실체 규명을 위한 더 좋은 안이 있는지 논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대표는 '여당의 제삼자 추천안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인가'라는 기자 질문에 "정권의 부정과 비리를 수사하는 특검은 야당이 추천해야 한다는 생각을 바꾼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일방적 관철이 어려우면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할 수 있는 게 정치다. 그런 측면에서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도 (제삼자 추천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며 "그 기조는 가급적 유지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가능성은 열어뒀다.

여야 대표 회담 의제와 관련해서는 "어려운 민생문제 중에서도 장기화하는 내수 부진을 타개할 방안에 대해 의논해야 한다. 민주당은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국민의힘 내에서도 총선 당시 가장 좋은 정책을 민생지원금으로 꼽는다는 보도가 있었다. 서민 경제를 지원하고 경제 회복에 도움 될 방안이 있다면 얼마든지 협의하고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극한적 대결 정치를 종식하고 망국적 지역주의를 완화할 민주정치 발전 방안에 대해서도 의논하자"며 "의견 차이가 큰 부분은 미루더라도 한 대표가 약속했고 여야 간 이견이 없는 '지구당 부활' 문제라도 우선 논의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지구당 폐지로 국회의원과 경쟁하려는 원외 인사들의 기회를 완전히 박탈됐다"면서 "원외 인사들이 공정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첫째 이유"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연임이 확정된 이재명 당대표(왼쪽)가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개표 결과가 발표되자 김두관 후보에게 인사를 받고 있다. 2024.8.18 [공동취재] 연합
 

경선 과정 내내 이 대표에 대한 네거티브전으로 일관했던 김두관 후보는 최종 득표율 12.12%로 쓴잔을 마셨다. 김두관 후보는 대의원 투표에서 21.15%를 얻으며 비교적 선전했으나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11.72%, 권리당원 투표에서 10.07%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김 후보의 득표율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와 맞붙었던 비명계 박용진 후보의 득표율 22.23%보다 10%p나 떨어진 수치다. 김 후보의 초라한 성적표는 주로 시대착오적 당원 인식에서 기인한 전략적 패착의 결과로 평가된다. 한편으로는 2년 전보다 더 축소된 비명계 입지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표와 김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78.07%p로 가장 컸고, 대의원 투표에서 53.74%p로 가장 작았다. 김지수 후보는 최종 2.48%를 득표했다.

이재명 대표 체제 2기 지도부가 될 최고위원으로는 김민석(18.23%)·전현희(15.88%)·한준호(14.14%)·김병주(13.08%)·이언주(12.30%) 의원이 선출됐다. 4선 중진에 지난 총선 때 중앙당 상황실장을 지내는 등 대표적 '전략통'으로 꼽히며 이재명 대표와의 신뢰 관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김민석 후보는 일반국민 여론조사 19.03%, 권리당원 투표 18.59%, 대의원 투표 15.05% 득표로 수석 최고위원 자리에 올랐다. 전현희 후보는 권익위 간부 사망 사건과 관련한 "김건희 살인자" 발언 등으로 여권과 보수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으나 대여 투쟁의 치열함과 진정성을 인정받으며 2위를 차지했다.

 

더불어민주당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2024.8.18. 연합
 

선거 초반 권리당원 투표 1위를 차지하는 등 돌풍을 일으켰던 정봉주 후보는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폭로한 "최고위원 5명 안에만 들어가면 되잖아. 두고 봐. 내가 들어가면 어떻게 하는지" "이재명이란 사람은 조그마한 비판도 못 참는다. 행정가 출신이라서 그렇다. 제왕적인 권한을 행사하다가 (정치권에 와서). 그런 사람들은 대통령 되면 안 된다. 표본이 윤석열이다" 등의 발언에 이어 본인이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당 내부의 암덩어리인 '명팔이'를 잘라내야 한다"며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냥 거수기가 되지는 않겠다"고 돌출 선언을 한 것이 자충수가 돼 결국 몰락하고 말았다. 당원들 분노가 워낙 거세 정 후보는 향후 정치적 재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당대표 및 최고위원은 권리당원 투표 56%, 대의원 투표 14%, 일반 여론조사 30%를 합산해 결정됐다. 대의원은 총선거인 1만 7146명 중 1만 3190명이 투표해 투표율 75.73%를 기록했다. 권리당원은 총선거인 122만 2104명 중 당대표 투표에 51만 5511명, 최고위원 투표에는 51만 7180명이 참여해 각각 42.18%, 42.32%의 최종 투표율을 보였다.  < 김호경 민들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