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권 폭주 저지 가장 중요…'먹사니즘' 실현"

대표 회담 촉구에 한동훈도 "대단히 환영" 일단 화답
박찬대 "한동훈, 26일까지 채 해병 특검법 발의하라"

이언주도 "변죽만 울려…대법원장 추천 특검 안 돼"
김병주 "김용현 국방 지명 철회, 김태효 사죄" 촉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신임 최고위원들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석 최고위원,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전현희·한준호·김병주·이언주 최고위원. 2024.8.19. 연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당대표 연임 첫날인 19일 '먹사니즘'을 키워드로 한 민생 문제 해결에 방점을 두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동시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향해 채 상병 특검법 등을 논의하기 위한 대표 회담을 재촉하는 등 시작부터 여권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재명 체제 2기 지도부'를 구성하게 된 최고위원들도 "당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민생을 살리고 윤석열 정권과 싸우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다짐해 '원팀'으로서의 단합된 모습을 부각시켰다.

이 대표를 비롯한 신임 지도부는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는 것으로 첫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박찬대 원내대표와 김민석·전현희·한준호·김병주·이언주 최고위원이 동행했다. 이 대표는 방명록에 '함께 사는 세상, 다시 뛰는 대한민국을 꼭 만들겠다'고 적었다. 이 대표는 참배 후 기자들을 만나 "정국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저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서도 "국민들의 민생을 챙기는 일 또한 가볍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골목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고 서민 경제를 살리는 민생지원금법"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본청으로 이동해 연임 뒤 처음 주재하는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대표는 민생부터 앞세웠다. 그는 "오늘은 새로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하는 첫 최고위원회의"라고 운을 뗀 뒤 "정치의 목적은 뭐니 뭐니 해도 먹고 사는 문제, '먹사니즘'이다. 벼랑 끝에 내몰린 국민의 삶을 구하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야 한다. 민주당에 부여된 국민의 열망과 기대를 하나로 모아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반드시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전날 당대표 수락 연설과 기자회견을 통해 제안했던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및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여야 대표회담에 대한 의지도 다시 밝혔다. 이 대표는 "국민 삶에 보탬이 되는 정책이라면 모든 것을 열어두고 정부‧여당과 협의해 나가도록 하겠다.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하루빨리 만나 협의하겠다"며 "조금 전에 들어오다 전해 들은 말로는 한동훈 대표께서 여야 대표 회담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신다고 해서, 지금 대표 비서실장에게 실무협의를 지시해 놓은 상태다. 빠른 시간 내에 만나서 민생 문제, 정국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8.19. 연합
 

이 대표 말대로 한동훈 대표는 양당 대표 회담 제안에 대해 "대단히 환영한다"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시간과 장소를 잡았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한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이재명 신임 대표의 당선을 축하드린다"며 "대표 회담을 통해 여야가 지금 미뤄지고 있는 여러 민생 과제에 대해 실질적인 많은 결과를 낼 수 있었으면 한다. 다양한 의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의 다른 구성원들은 한 대표의 진정성을 두고 경계심을 표시하면서 강온 양면술을 전개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한동훈 대표가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해 다시 토를 달았다. 민주당이 순직 해병의 억울함을 풀고 수사 외압의 진실을 밝힐 수 있다면 제3자 추천안도 대승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히자, 소위 '제보 공작 의혹'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토를 단 것"이라며 "한 대표 화법인가? 당대표 선거 때는 제3자 추천 특검을 해야 한다고 했다가, 당선된 뒤에는 발을 빼더니, 다시 추가 조건을 덧붙이면서 갈팡질팡하는 태도가 안쓰럽다. 할 건가, 안 할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한발 더 나아가 "말은 무성한데 발의는 하지 않고, 말할 때마다 내용이 계속 바뀌니, 하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 이러자는 것인지 저러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특검안에 대해 갈팡질팡한다면 국민께서는 앞으로 한동훈 대표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게 될 것"이라며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희가 시원하게 제안하지 않았는가? 조건 달지 말고, 토 달지 말고, 특검법 발의하시기를 요청한다. 26일까지는 한동훈표 특검안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다그쳤다.

박 원내대표는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안팎의 많은 위기와 민주당이 풀어야 할 과제를 하나하나 열거한 뒤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의 단합을 강조하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민주당이 국민의 삶과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수권정당답게 해결책을 제시하고 국민께 희망을 안겨드려야 할 시점이다. 이재명 대표님과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원들이 똘똘 뭉칠 때, 국민과 나라가 처한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국민에게 든든한 희망이 되도록 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민석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2024.8.19. 연합
 

'수석' 자리에 오른 김민석 최고위원도 "집단지성의 역동적 드라마를 써주신 당원과 성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하라', '폭정과 친일 회귀를 제압하고 집권을 준비하라'는 당심과 민의로 새기고 무겁게 받들겠다"면서 "전당대회 기간 중 자임하고 약속드린 대로 집권과 성공적 국정 운영을 위한 당의 준비를 위해 전속력으로 뛰겠다.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이 올림픽 양궁팀처럼 실력 있는 모든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당내 성원들이 총력으로 함께 뛰는 실력주의 동심원 체제, 올라운드 팀플레이 체제로 크고 넓고 강해지도록, 그리고 최고위원회의도 팀플레이의 모범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한 전현희 최고위원은 "저는 18대 국회 입성 이후에 이번에 처음으로 당내 선거에 도전했다. 그 이유는 국민권익위원장 때 무도하고 불의한 윤석열 정권의 탄압을 직접 당하고 싸워 이기면서 그 과정에서 제가 목격한 윤석열 정부의 민낯을 보았기 때문"이라며 "제주에서 서울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만난 당원들의 뜻은 분명했다. '이재명 1기 지도부의 노력과 성과를 계승해서 당원이 진짜로 주인이 되는 민주당을 만들어 달라'. '윤석열 검찰독재정권과 더 가열하게 싸우고 이재명 대표 중심의 4기 민주정부 시대를 열어달라'. 윤석열 정권과 더 지독하게 싸우겠다. 무엇보다 이재명 민주당 정부 출범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온몸을 던져 싸우겠다"고 말했다.

MBC 출신 한준호 최고위원은 무엇보다 언론 개혁 분야에서 본인의 소임을 다하겠다는 점을 피력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의 언론 장악 사례와, 광복절에 공영방송 KBS가 오페라 '나비부인'을 상영해 온 국민이 일본 기미가요를 듣게 만들었던 방송 참사 등을 거론한 뒤 "언론개혁은 지금 이순간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개혁 과제다. 우리 기억과 생각에 권력이 더 이상 손대지 못하도록 언론개혁을 시작해야 한다"며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당원들과 국민께서 민주당 새 지도부의 언론 개혁을 명하셨다. 그 시대적 사명을 빠르고 확실하게 달성할 수 있도록, 유능한 민주당의 진면목을 보이도록 저도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4성 장군 출신 김병주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부가 갈수록 고조시키는 '안보 위기'를 막기 위해 최전선에서 싸우겠다고 확언했다. 그는 특히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윤 대통령에게 강력히 요구했다. 그 이유로 ▲김용현 후보자는 국민의 입을 틀어막아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점 ▲대통령실 졸속 이전으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했고 안보 위기를 초래했다는 점 ▲채 해병 외압 의혹의 핵심 관련자는 점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 "이런 사람이 국방부 장관을 맡으면 군령이 제대로 설지 의문"이라며 "특히 이러다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무너지지 않고 군을 동원해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은 아닌지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 1주년 한미일 협력 성과 등 현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4.8.18. 연합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 이른바 '중일마'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일본의 마음은 중요하고, 우리 국민의 마음은 중요하지 않은 것인가? 이는 친일 정권임을 선언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친일을 넘어 숭일(崇日)하는 윤석열 정권, 이 정도면 대한민국 국민임을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개탄했다. 또 "김태효 차장은 지난해 3월에도 '우리 외교부가 집계한 일본의 공식 사과가 20차례가 넘는다'는 발언으로 집중포화를 맞은 바 있다"며 "일본의 피로도를 걱정하더니 마음까지 배려하는 정부, 일본의 충성스러운 신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김태효 차장은 당장 국민께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오랜 기간 보수우파 정당을 전전하다 민주당에 복귀해 이번에 지도부에까지 입성한 이언주 최고위원은 '동진정책'과 '민생경제'에서 본인의 특장점을 발휘하겠다고 전했다. 이 최고위원은 부산 출신에 에스오일 법무총괄 상무 등을 지낸 실물경제 전문가다. 그는 "영남과 수도권의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의 동진정책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쓰겠다. 그리고 민생과 경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많이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 현안인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피해자들에 대한 긴급경영안전자금이 심각한 문제라며 당장 금리를 무이자에 가깝게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다른 '전투력'도 강점인 이 최고위원은 "한동훈을 상대할 적임자는 이언주"라던 경선 때 호언대로 첫날부터 한동훈 대표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그는 "한 대표는 자꾸 말만 하지 말고, 변죽만 울리지 말고 (채 해병 특검) 법안을 발의부터 하기 바란다. (법안 발의 요건인) 국민의힘 의원 10명을 모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한 대표가 주장하는 '대법원장 추천 특검'을 두고 "대법원장 특검은 제3자 특검이 아니다.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고, 결국 셀프 특검이 될 수도 있다"면서 "더군다나 특검 수사 결과 기소가 되면 마지막에 심판을 하는 곳이 대법원인데, 그 대법원장인 심판자가 어떻게 특검을 추천하겠는가? 그래서 그것은 아예 생각도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거부했다.

최고위원들 발언을 다 듣고 난 이재명 대표도 새 지도부 회의 첫날이지만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중일마' 발언을 다시 짚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 공직자는 대한민국 국민이 뽑은 국민의 대리인이다. 대통령실에서 배려해야 할 것은 대일본제국 천황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이라며 "일본 국민의 마음을 살필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마음을 살피길 바라고, 그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즉각적인 엄중한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고 김태효 차장에 대한 대통령실의 엄중 조치를 요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취임 첫 인선으로 대표 비서실장과 수석대변인에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이해식·조승래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이 가운데 조 의원은 '비명계'로 분류된다. 이번 인사는 소위 '일극체제'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당내 통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또 오는 22일 새 지도부와 함께 경남 양산 평산마을로 내려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기로 했다. 같은 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도 예방할 계획이다. 취임 뒤 관례적인 일정이긴 하지만 이 역시 '민주당은 하나'라는 통합 메시지를 내는 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고위원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다 '명팔이 척결' 발언의 여파로 결국 탈락한 정봉주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다시 뵐 날을 기약하겠다"는 글을 올려 정치적 재기를 도모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정 전 의원은 "7월 14일 이후 경선 기간 내내 진심으로 격려해주신 지지자 여러분, 감사하다"며 "저를 반대했던 분들조차도 민주 진보 진영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분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 뵐 날을 기약하겠다"고 덧붙였다.   < 김호경 민들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