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대란에 추석 앞두고 여론 심각하자 궁여지책 후퇴기미

한동훈 "여야의정협의체", 추경호 "2026 의대증원 등 포함 논의"

 

                        ▲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6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로비에서 현안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9.6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정원 확대 문제로 전공의 등이 병원을 이탈해 진료 공백이 심화하면서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속출하자 여당이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응급실 이용자 수가 급증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더 큰 의료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6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장종현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예방 전 브리핑을 자청해 "국민의힘은 의료 공백 상황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지역 필수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함께 머리를 맞대 의료 현장을 정상화하면서 의료개혁이 국민에게 도움되도록 효율적으로 진행되게 협의하고, 의대 증원의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역시 이 같은 제안에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동훈 대표는 관련 질문에 "대통령실에도 공감하는 사안으로 안다"고 짧게 답했다.

추경호 "과학적 분석에 근거해 증원 결정했지만..."

 

                      ▲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 대표는 "여야의정은 당내에서 그치는 협의체가 아니다. 의료계도 참여하길 호소한다"며 "의료계가 참여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해결이 안 된다"고 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에 대해 "원점에서 재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그는 "정부가 의료 정책 전문가들의 과학적 분석에 근거해 현재 의대 증원 규모(매년 2000명)를 결정했지만, 여전히 당과 정부는 의료계가 하루빨리 대화 테이블에 돌아와 논의에 참여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2026학년도 의대 증원 문제를 포함해 의료개혁 문제에 대해 얼마든지 열린 마음으로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와 당의 입장"이라며 "의료계에서도 조속히 대화의 장으로 돌아와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수요 예측에 기반을 둔 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함께 적정 규모에 관한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 조선혜 기자 >

 

의료공백 ‘4자 협의체’ 여야정 공감에도…‘간극’ 여전

한동훈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하자
대통령실 “긍정적…제로베이스 논의”
민주 “늦었지만 다행…즉시 가동하자”
대통령 사과·장차관 문책 등도 요구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국 병원 곳곳이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일 경기도 성남시 한 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응급실 진료 지연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의료공백 상황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자”며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환영 뜻을 밝혔지만, 각자 방점을 찍고 있는 내용에 간극이 커 실제 협의체 구성이나 이후 논의를 통한 의-정 갈등 해소책 마련까지는 갈 길이 험난해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예정에 없던 현안 브리핑을 열어 “여·야·의·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료 현장의 진료 서비스를 정상화하면서, 의료개혁이 국민에게 도움 되게,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협의하고 의대 증원의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는 협의체를 구성해서 운영하자”고 말했다. 전날인 5일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에게 ‘2026년 의대 증원 유예안’ 검토를 요청한 데 이어, 연이틀 의-정 갈등과 의료공백 해소 방안을 찾자고 제안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의료계가 대화 테이블에 나오는 것이 우선”이라며 “의대 정원 문제는 의료계가 합리적인 안을 제시하면 언제든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의료계가 합리적 안을 제시하라’는 건 대통령실의 거듭된 얘기지만, “제로베이스에서 논의”라는 언급은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장상윤 수석은 이날 와이티엔(YTN) 뉴스에 출연해 “저희가 제안한 (증원 규모) 2천명이란 숫자에 구애되지 않고 합리적인 안을 가져오면 논의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발을 맞춰 친윤석열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2026년도 의대 증원 문제를 포함해 의료개혁 문제에 대해 얼마든지 열린 마음으로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와 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한 대표가 정부·대통령실에 2026년 의대 증원 유예안 검토를 처음 요청했을 때 단박에 거절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이런 변화는 ‘응급실 뺑뺑이’로 숨지는 이가 나오며 갈수록 악화하는 여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3~5일 전국 만 18살 이상 1001명을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조사해(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11.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날 발표한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못하고 있다(67%)고 평가하는 첫번째 이유가 ‘의대 정원 확대’(17%)였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의대 정원 확대가 윤 대통령 직무 수행 부정평가 이유 1위로 꼽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조사에서 ‘2026년 의대 증원 유예·재논의’는 찬성(48%)이 반대(36%)를 웃돌았고, 의료공백 대응을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이 64%에 이르렀다.

하지만 각론에선 동상이몽이다. 무엇보다도 한 대표는 2026년 의대 증원 ‘유예’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대통령실과 정부는 생각이 다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원점 재검토’라는 말이 나왔지만, 객관적 데이터를 놓고 논의하면 결과가 바뀔 수가 없다”며 “실질적으로 대통령실·정부 입장이 바뀐 건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3월4일)와 박찬대 원내대표(지난 4일)가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던 민주당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협의체를 즉시 가동하자”(노종면 원내대변인)고 했다. 또, ‘민주당이 먼저 제안한 협의체 구성에 국민의힘이 뒤늦게 동의한 것’이라며 의정 갈등 해법 찾기의 주도권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협의체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국회에 떠넘기는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증원 재검토 논의에 2025년도 포함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보건복지부 장차관 문책·경질 등을 요구했다. 다만, 오는 9일부터 각 대학의 수시모집전형이 시작되는 탓에 당 안에서도 2025년도 증원안 재검토는 무리라는 반론이 있다. < 서영지 장나래 기민도 기자 >

 

‘응급실 뺑뺑이’ 김종인, 복지차관에 격분…“전화하면 경증? 몰상식”

“22번 전화는 소방대원이 건 것…
 이런 사람이 의료개혁 한다니 우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갈무리, 연합
 

환자 본인이 응급실에 전화할 수 있다면 ‘경증’이라는 말로 해석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의 최근 발언을 두고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의료에 대한 기본 상식이 있는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6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그런 몰상식한 얘기를 하는 사람이 의료개혁을 한다는 자체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이마에 의료용 밴드를 붙인 채 시비에스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새벽에 낙상해 이마에 크게 부상을 입어 응급실 22곳에 전화를 했지만 거절당했다는 경험을 전한 바 있다. 이후 박 제2차관은 지난 4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나와 “(환자) 본인이 전화해서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경증이라고 이해하면 된다”며, “보통 열이 많이 나거나 배가 갑자기 아프다거나 이런 것들이 경증에 해당하고 어디가 찢어져서 피가 많이 난다는 것도 사실은 경증에 해당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이날 “22번의 전화를 했다는 것은 내가 전화한 게 아니고 소방대원이 전화한 것”이라며 “내가 (구급)차 속에서 1시간 반을 있었다. 그런데 복지부 차관은 응급실에 이상이 없다는 억지 이야기를 하느라고 ‘전화하고서 응급실에 전화하고 가는 사람은 응급환자가 아니다’라는 것 아니냐”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응급실을 찾는 환자는 자기 스스로가 몸을 가눌 수 없는 상태가 돼서 응급실에 가는 것”이라며 “그 사람이 (응급실에) 전화를 할 수도 없는 거고 그 사람이 응급실 전화번호를 알 수도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대통령이) 내가 한 번 발표한 거니까 그냥 밀어붙이면 되지 않겠느냐는 사고로는 의료개혁에 성공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정혜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