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병 동의 얻고, 러시아와 단교 각오부터 해야
안전성-효과성-은밀성 3대 조건 무책임하게 외면
전선은커녕 기껏 키이우나 브뤼셀 사령부 보낼 것
윤석열 정부가 벌이는 또 하나의 여론몰이 신파극
감행한다면 우리 안보에 더 큰 위협 자초하는 꼴
러시아 파병 북한군보다 윤 정부가 '최대의 위협'
세계 전사에 이름을 남긴 마지막 참전무관은 독일 육군의 막스 호프만 대령이다. 러일 전쟁(1904~1905) 중 일본군에 배속돼 전쟁을 관찰, 제정 러시아 육군의 약점을 간파했다. 10년 뒤 제1차 세계대전 첫 달, 독일 육군의 대승에 자양이 됐다.
역사의 유물, 참전무관
1914년 8월 탄넨베르크 전투에서 독일 육군이 러시아 제2군을 궤멸시킨 역사적 승리로 이어진 것. 그러나 이후 대량 피해의 총력전으로 전쟁 양상이 달라지면서 무관(military attache) 또는 옵서버(observer)로 불린 참전무관 제도는 희미해졌다. 한국전쟁에서도 없었다.
지난달 18일 국가정보원을 필두로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팀이 팀플레이를 하는 북한군 러시아 '참전' 뉴스 속에서 참전무관 문제가 새삼 돌출했다. 이 역시 우연히 나온 게 아니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부각하는 홍보의 하나로 읽힌다. 북한군 파병을 제지할 어떠한 수단도 없는 처지에서 나온 궁여지책이기도 하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1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관단과 전황분석단 파견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병된 북한군이 드론 활용을 비롯한 현대전의 새로운 전법을 익힐 것이기에 우리도 현대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국가안보실 고위 관계자와 김용현 국방장관도 비슷한 주장을 내놓고 있다. 고위 관계자는 30일 언론 브리핑에서 "전황분석팀이건, 모니터링팀이건 북한군의 활동과 전황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할 팀을 보낼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늘 그렇듯 김용현 국방장관은 한 발 더 나갔다.
이라크전 참관했다고?
김 장관은 30일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옵서버나 분석팀을 보내지 않는다면, 우리가 제대로 일하지 않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단정했다. "이라크전을 포함해 역사적으로 전쟁 중인 나라에 모니터링팀을 파견하거나 분석팀을 보내왔다"고도 강변했다.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 "김용현의 거짓말이 또 나왔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근거다. 대한민국 군전문가팀은 이라크전을 전장에서 관찰한 적이 없다. '전장 없는 전쟁에서,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웠던 테러와의 전쟁의 현장이 위험천만했기 때문이다. 미군이 허용하지 않은 이유다. 그 대신 플로리다의 미국 중부군사령부(CENTCOM)를 방문해 간접 관찰했다. 당시 방문했던 영관급 장교의 한 명이 김병주 전한미연합사부사령관(더불어 민주당 의원)이다.
자이툰 부대의 쿠르드족 지역 파병이 결정된 뒤 '정부합동 현지 조사단'이 2003년 9~10월 두 차례 현지 방문한 적은 있다. 주둔지의 안전 점검이 주목적이었다. 전황 분석이나 전쟁 참관과는 무관했다. "이라크전 때도 참관단이 있었지만, 그때도 국회 동의가 없었다"는 김 장관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자이툰부대 파병 뒤 군 장교들이 갔지만, 이는 미군이 다국적사령부의 참모로 받아준 것이다. 이미 파병이 된 뒤였기 때문에 국회 동의는 필요 없었다. 김병주 의원이 정부의 참관단 파견 주장에 대해 "단 1명이 파병돼도 파병"이라면서 국회 비준이 필요함을 강조하는 이유다.
남북 관계, 한러 관계 '평지풍파'
국회 동의라는 법적 요건뿐 아니라 안전성, 은밀성, 효과성 등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그동안 우리 군참관단이 직, 간접적으로 관찰한 전쟁은 예외없이 동맹국 미국이 주도한 전쟁이었다. 전쟁 주도국 또는 교전국이 허락하지 않으면 일단 안전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교전국인 러시아, 우크라와 모두 수교국이지만, 어느 나라와도 동맹이 아니다. 10명 안팎으로 예상되는 참관단의 안전을 우크라가 담보할 수 있을까? 파견된 군장교가 러시아군이나 북한군에 의해 사망한다면, 남북 관계와 한러 관계에 그야말로 평지풍파가 예상된다. 베트남전에서조차 남북은 서로 살상한 적이 없다.
참관단을 우크라군에 배속시킨다면 필연적으로 러시아와 적대관계를 천명하는 꼴이다. 단교를 전제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2월 말 개전 뒤 러시아와 별다른 외교적 교섭에 나선 적도 없지만, 그렇다고 내놓고 단교 의지를 내보이는 과감성은 보이지 않았다. 한러 단교가 한반도 안보에 미칠 영향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충분한 대비가 된 뒤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살상무기 직접 지원 가능성'을 몇 차례 슬쩍슬쩍 흘렸을 뿐이다. 정부가 전쟁 정보 획득 효과를 위해 이 정도 위험을 감수할 각오가 됐을까? 아니라고 본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식은 키이우의 우크라군 총사령부나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령부, 독일의 우크라 지원본부, 폴란드에 대표단을 보내는 것이다. 멀리 플로리다에서 이라크전을 관찰한 것과 마찬가지. 그러나 키이우 참관단이 발각된다면 러시아의 반발이 불 보듯 하기에 은밀성이 확보돼야 한다. 국가안보실장과 국방장관이 여론을 휘젓고 있는 참관단 논란의 '웃픈 진실'은 무엇보다 은밀해야 할 문제를 만방에 홍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안전성, 효과성, 은밀성을 열쇠말로 정부의 참관단 파견 의지를 분석해 보면, 이처럼 실현되지 않을, 그야말로 '홍보를 위한 홍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래야 할까? 이런 홍보라도 하지 않으면, 국정원이 시작해 대통령까지 나서 세계를 상대로 벌이는 '북 파병' 홍보극의 의미가 퇴색하기 때문이다.
"북 파병 저지 불가능" 오스틴의 시인
이번 SCM에서 정리한 '북 파병'에 대한 한미 국방장관의 요구는 '즉시 철군' 요구로 요약된다. 그런데 이를 관철할 수단이 전혀 없다. 이를 솔직하게 인정한 이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다. 그는 한미 국방장관 공동회견에서 "다른 나라와 이것(북 파병)을 좌절시키려는 노력은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중단시킬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시인했다. 다만 "모든 행동에 결과가 있듯이 그들(러북)의 행동은 결과가 따를 것'이라는 일반론적 결론에 그쳤다.
결국 우크라전 참관단 파견은 국민을 상대로 뭔가 중요한 일을 하는 것처럼 비치긴 해야겠는데 딱히 방법이 궁한 정부가 울력으로 벌이는 '한바탕 소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역으로 그럼에도 참관단 파견을 추진한다면, 우선 국회 동의를 둘러싼 법적 문제가 발생한다. 동시에 여러 변수들로 인해 우리 안보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게 된다. '북 파병'이 아니라, 그로 인한 윤석열 정부의 무리수가 더 큰 안보 위협의 부메랑이 되는 것이다. 감행하지 않더라도 최대한 국내 여론을 묶어두는 효과는 있다. 어쩌면 그게 본래 목적일 수 있다. 끝이 허망한 또는, 불온한 여론몰이다. < 민들레 김진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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