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공천 개입, 검찰이 축소‧은폐할 우려
해당 수사 지휘하는 정유미 창원지검장 '찐윤' 이력
임은정, 과거 '소윤' 윤대진의 인사거래 제안 공개
동석했던 정유미, 적반하장격으로 임은정 맹비난
"소윤 대신 '덕담' 운운하더니 이제 '대윤' 사건 수사"
"또 덕담이라며 명태균 사기 사건으로 마무리 짓나"
'계속 가보겠습니다'라는 내부 고발자 "외로움 숙명"
"직접 겪은 일 말해도 매도돼…잠든 동료들 깨울 것"
외롭지만 꿋꿋한 내부 고발자인 임은정 대전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가 다시 검찰을 향해 '호루라기'를 불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씨의 공천 개입을 규명해야 할 수사가 대통령실 눈치를 보는 검찰에 의해 '명태균이라는 사기꾼의 일개 사기 사건'으로 축소‧은폐되지 않을까 깊이 우려한 것이다. 임 부장검사는 검찰 내에서도 특히 해당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정유미 창원지검장을 지목했다.
임 부장검사는 1일 페이스북에 <소윤 윤대진의 인사거래 제안 또는 덕담 & 대윤 윤석열의 공천개입 또는 덕담>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공천 개입 관련 통화 내용에 대해 대통령실이 "당시 통화 내용이 그렇게 중요한 내용도 아니었고, 어떻게 보면 좀 덕담 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해명한 사실을 들어 "대윤의 덕담을 듣고 보니 소윤 윤대진의 덕담이 절로 떠오르더라"면서 옛 일화를 소개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대진 전 검사장(2022년 12월 변호사 개업)은 2006년 대검 중수부에서 함께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변양균-신정아 게이트 등을 수사하며 호흡을 맞췄던 '특수통'으로 검찰 내에서 각각 '대윤(大尹)'과 '소윤(小尹)'이라 불리는 막역한 사이였다. 윤 대통령 스스로 "대진이하고 나하고 친형제나 다름없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7년 7월 윤 전 검사장은 바늘과 실처럼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에 발탁됐고, 이어 2018년 7월엔 검찰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에 기수를 몇 단계 뛰어넘어 파격 기용됐다. 윤 대통령은 2019년 7월 검찰총장에 임명됐으니 문재인 정권이 두 사람을 얼마나 '한 세트'처럼 각별히 챙겼는지 알 수 있다.
임은정 부장검사에 따르면 2018년 2월 당시 문재인 정부의 최고 검찰 실세였던 소윤 윤대진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 정유미 서울중앙지검 부장을 통해 저녁 식사를 하자는 연락을 해왔다. 임 부장검사는 "함께 근무한 적이 없어 초면인 저에게 불쑥 연락하기가 계면쩍던지 저와 친했던 동기 정 부장을 통해 약속을 잡고 정 부장을 대동하고 왔다"면서 "(윤대진 1차장이) '이제 검찰개혁은 다른 검사들에게 맡기고 개인의 행복을 찾으라'며 해외연수를 권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연수를 핑계로 여름 인사에 또 물먹이려고 그러는 게 아닌가 의심하는 제게 소윤은 '이번 여름 인사 때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수사부장으로 보내주겠으니 걱정 말고 어학 공부에 매진해 연말 해외로 나가 앞으로 즐기라'고 어찌나 간곡하게 설득하던지"라면서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그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팍팍하겠구나 싶어 답답해졌지만, 팍팍하게 계속 살자고 마음 굳게 먹고 어학 시험을 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2018년 7월 검찰국장이 된 소윤은 인사 발표날 아침 전화를 걸어 충주지청 부장으로 발령 날 거라고 귀띔하며, 제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해외연수를 가지 않아 자기도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으로 발령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변명했다"면서 "그 전화를 받고 해외연수가 부산지검 부장 발령의 반대조건인 줄 비로소 알았다. 충성 맹세를 하고, 특정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겠다고 다짐을 두고 누가 어느 자리로 갔다는 흉흉한 소문이 근거가 없지 않겠다 싶더라"고 개탄했다.
임 부장검사는 윤대진 1차장과의 이 같은 은밀한 만남을 2020년 1월 <아이 캔 스피크 2>라는 제목의 경향신문 칼럼을 통해 공개한 바 있다. 검찰 내 '인사 거래' 풍문을 오래전부터 듣긴 했지만 자신이 직접 겪곤 너무 황당해 언론 기고를 계기로 폭로했던 것이다. 하지만 윤대진 차장의 실명을 밝히진 않고 '검찰 간부'라고만 서술했으며, '보안을 신신당부'했던 정유미 부장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해당 칼럼이 나간 뒤 윤대진 검사장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은 반면, 정유미 부장이 발끈해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조직을 욕보이려고 의도적으로 당시 상황을 왜곡한 것이라고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다"고 맹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많은 검사가 임 부장검사를 성토하는 릴레이 댓글을 달았다.
임 부장검사는 윤 대통령 당선 뒤 출간했던 자신의 저서 <계속 가보겠습니다>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많은 검사가 '언행에 신중하라'는 댓글 릴레이 소동을 벌였고, 대다수 언론은 이 문제를 '임은정 vs 정유미 등 다수의 검사'라는 갈등 구도로만 생중계했다. 예수를 부인한 베드로들을 늘 보아온 처지라 정유미 부장의 글과 댓글들이 고통스럽기는 해도 놀랍지는 않았으나, 언론 보도의 방향과 깊이는 너무도 아쉬웠다'고 했었다. 임 부장검사는 이번 페이스북 글에서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가슴에 묻어둔 그 인사 거래 제안을 2020년 1월 신문 칼럼으로 공개하자 침묵을 지키는 소윤 대신 그 자리에 있던 정유미 부장이 나서서 내부망에 해명 글을 올렸다. '그 자리는 오로지 밥 한 끼 하면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위로하려고 만든 자리였고, 부산지검 부장 자리가 언급되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언급되었다고 하더라도, 나라면 덕담 또는 허풍 섞인 농담으로 들었을 것 같다'고 공개 충고했다. 100명이 넘는 검사들이 숫자를 달아 저에게 언행에 신중하라는 댓글을 다는데 어찌나 황당하고 억울하던지. 기억이 없다고 하면서도 소윤을 대신해 덕담 운운했던 그 정유미 부장이 이제 창원지검장이 되어 대윤의 공천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정유미 부장검사는 임은정 부장검사 외에도 문재인 정부 시절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심재철 검찰국장, 박은정 감찰담당관, 정진웅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이규원 춘천지검 부부장검사 등 검찰 개혁 편에 선 인사들을 격렬하게 공격하는 글을 이프로스와 페이스북에 잇따라 올린 바 있다. 반면 윤석열 검찰총장 엄호에는 열성적으로 앞장서 골수 검찰주의자이자 '찐윤' 검사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유미 검사를 '윤석열을 위한 저격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 정유미 검사가 지난 5월 윤석열 정부에 의해 창원지검장으로 임명돼 명태균 씨 관련 수사를 사실상 뭉개왔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임은정 부장검사는 "대윤의 대통령실에서 덕담이라고 천명하기까지 했으니 정유미 검사장의 창원지검에서 덕담으로 잘 정리해드리고, 사기꾼 명태균의 사기 사건으로 마무리 짓지 않을까… 싶어 한숨이 절로 나온다"면서 "명태균도 검찰을 못 믿겠다며 특검을 요구하는데, 누가 검찰을 믿겠는가. 검찰의, 검사들의 자업자득"이라고 탄식했다. 정유미 창원지검장 같은 인물들을 오랜 세월 지켜보며 검찰 내에서 외롭게 목소리를 내온 임 부장검사는 언제쯤 한숨을 멈출 수 있을까. 그는 <계속 가보겠습니다>에서 정유미 사례 등과 관련해 이렇게 토로했었다.
"같은 것을 보고 들어도 입장과 처지에 따라 기억과 말이 다른 게 세상이다. 잃을 게 많은 사람은 두려움도 많다.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정직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여 동료들의 뒷모습을 지켜보아야 하는 내부 고발자에게 외로움은 숙명이다. 내가 직접 겪은 일을 말하는 것인데도 거짓말이나 착각인양 일방적으로 매도되곤 한다. (…) 내부 고발자의 역할은 세례요한처럼 '외치는 자의 소리'가 되어 잠든 동료들을 깨우고, 세상에 널리 알려 잠든 척하는 사람들마저 억지로 눈을 뜨게 만드는 것이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임은정 대전지검 부장검사가 8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당시 박 의원은 임 부장검사에게 "최초의 검사 탄핵 청문회에 용기 있게 출석해줘서 고맙다. 증인도, 저도 검찰에서 감찰을 담당했었다"고 말하며 울컥하기도 했다. 2024.8.14.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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